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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미디어

뉴라이트, 언론과 광고의 유착이 옳다는 거냐

MBC는 배은망덕 하다? 
[단상 셋] 뉴라이트, 언론과 광고의 유착이 옳다는 거냐 

  
 
뉴라이트전국연합(http://www.newright.net)이 12일 성명 'MBC, 대기업이 사회악이면 대기업 광고 받지 마라'를 내놨다.

다른 거 제쳐두고, 기자는 여기, 어깨 제목의 이 부분에 주목했다.

'대기업 욕하면 배은망덕'

이에 대한 본인의 단상은 이 한마디다.

'바닥을 드러내는군'.

기자의 과거 이야기를 전한다. 언젠가 어느 분야의 전문지에서 일했을 때다. 관련 산업의 연합회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취재원이 누굽니까?"

홍보부 과장이라는 사람, 곧장 취재원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간략히 전 사정을 요약하자면 그 단체에서 주관하는 어느 행사에 대한 기자의 비판기사 때문. 취재터에서 만난 소상인들의 비판을 담았는데 이것이 데스크에서 좀 '센' 어조로 제목을 수정해 내보냈다. 그 양반은 당일날 이를 받아들고 내게 전화한 것이다.

내 대답은 당연히 '취재원은 밝힐 수 없다'였다. 그러나 그는 "얼마나 대단한 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야 겠다"고 나섰다. 언론사에다 취재원 내놓으라니, 기자에겐 소가 웃을 일이었다. 소가 웃을 소리로 목에 핏대를 세울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당시 몸담고 있던 이 매체는 기자가 광고까지 겸해야 하는 실정이었고, 여기선 매년 한, 두건씩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거 하나였다. 아마도 보도듣도 못한 신참(당시 수습 2개월차였다)이 깝친다고 생각했을 테지. 그에게 있어 이 곳은 언론사가 아니라 광고주면 좋은 기사로 이미지를 쇄신해 주는 광고홍보 대행사였을 뿐이다.

뉴라이트의 '배은망덕'이란 말, 그때 저 과장이 딱 내게 내뱉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게다가 다음 이야기, 그와 나는 마인드부터가 틀림이 바로 나온다.

"대를 위해선 소가 희생해야지, 왜 저들 이야기를 싣느냐"고 말하는 과장. '산업연합'이라는게 소상인들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와 달리 홍보를 책임지는 그의 입장은 철저히 광고로 무장한 대기업과 역시 광고를 매년 내어주는 자신들의 권익이 우선, 소상인은 희생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광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어디 언론사에 협박이냐"고 외치고 싶었지만 회사 실정을 아는 2개월차가 국장까지 계신 사무실에서 어디 그럴 수 있나. "암만 작고 광고 없인 안 돌아가는 신문이라도 엄연히 언론사"라고 일갈하는 수준으로 그쳤다.

이런 일도 있다. 대기업의 잘못된 점을 취재원에게 받고 기사를 내밀었는데 데스크에서 신문에 내질 않는다. 어떻게 지면에 나와도 이건 또 그 회사에 출입하는 선배에 미안할 일이다. 비난기사를 내보냈더니 3년차 선배는 "광고 계속 나올 회사를 왜 건드냐"고 질책한다.

취재터에선 광고영업을 겸하는 사실 때문에 얕잡혀 보이기 일쑤다. 기사가 맘에 안 드면 '광고는 없는 거지' 소리부터 꺼내는 이들이 있다. '너흰 광고 없음 안 되잖아'란 양사간 묵언의 계약이 내내 뒤따른다. 회사 술자리서 '광고야 저들이 싫으면 안 하는거고, 우린 우리대로 좋은 기사로 독자를 많이 만들어 읽히면 절로 저들이 스스로 원해 오지 않느냐'고 원론을 꺼내들었더니 그저 씁쓸한 웃음만 돌아오더라.

기자수업 반년을 광고 때문에 번민했다. 정작 기사는 인정받아도 광고 영업이 당최 안되니 여러모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하지만 가장 괴로웠던건 기자가 광고영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결국 이 때문에 사직서를 냈다.

보수단체를 표방하는 뉴라이트의 이번 성명을 보니 그들은 이같은 광고와 언론의 꼬일대로 꼬인 그릇된 유착관계를 '대기업이 살린 언론이 대기업 욕하면 배은망덕'이라며 정당화하고 나섰다. 이 바닥 상황 겪어 본 기자 입장에선 '밑바닥 드러냈다'고 노할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어디 보자. 지상파 방송 MBC가 '우리 광고주를 욕하면 배은망덕한 짓이다'를 생각하며 보도를 내보낸다?

이후 상황에 기자가 내밀 답은 이거다. '그럼 이렇게 된다'며 내 경험을 그대로 내밀 수 밖에. 뉴라이트가 말하는 대로 했다간 이렇게 된다는 게 본인의 단상, 짧은 생각인데. 그래도 '배은망덕' 운운하는 것 보단 도토리키재기로라도 조금은 내 것이 더 길지 싶다.

지난주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의 티타임 이야기 말인데(지난기사 참조), 문 대표가 당일 화제였던 미디어법과 일자리창출 등을 마무리하며 기자들에게 '뭐 좋은 해법 없나요'라고 묘안을 물었었다. 사실 여야가 치고받던 내용과는 핀트가 엇나가긴 했는데, 그래도 미디어법에 대해 이 이야기를 꺼낼 걸 하고 돌아서서 후회했다. 미디어에 관해 진정 시급히 필요한 법안은 언론과 광고의 저 꼬일대로 꼬여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유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에 다이렉트로 신문고를 올릴 기회를 놓쳤다.

기자가 기사 하나에 주력할 수 있는 자유, 기사가 광고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는 확답, 언론사는 광고외압 없이 할 말을 할 수 있는 언론 자유의 보장. 언론이 기업 아닌 독자에 힘을 얻는다면야 이게 어디 언론사만 좋은 일이겠는가. 기업 역시 진정 독자가 선책한 지면에 광고효과 하나만 생각하고서 원하는 대로 광고를 넣고 꺼낼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겠는가.

내가 경험한 바 언론사와 기업은 광고와 기사를 놓고 항시 '윈윈 전략'을 말하곤 했다. 허나 가장 좋은 윈윈 전략은 결국 저거 아니냔 말이다. 서로 본분과 원론에 각자 충실할 수 있는 자유. 물론 현실 속에선 회사(언론사) 말아먹기 딱 좋다고 비웃음 당할 소리지만 이거야 말로 실현한다면 언론과 기업이 '언론자유'와 함께 자랑할 수 있는 자본주의사회의 순기능이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는 저 묵은 숙제를 뉴라이트는 '자신들의 급여가 어디서 나오는지 생각 좀 하라'며 MBC에 이를 그만 인정하라고 나선다. 정확히 MBC만 지칭하는지 이 나라 언론인 모두에 대한 것인지는 생각 좀 더 해봐야 하나.

언론인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를 묻지 못하고 '누구에게 급여를 받느냐'고 밖에 묻지 못하는 보수. 뭐 보수로서 자본주의 법칙을 말하는 건 좋은데, 앞서 밝힌 순기능까지 닿기엔 생각이 짧은 모양이다. 그저 언론과 얽혀버린 저 무한반복의 역효과만 그대로 수긍해 언론과 광고는 그저 유착하라는 보수라면 참언론을 갈망하는 이들에 '썩은 보수'라 경멸받아도 할 말 없지 않은가. 어디 '돈 앞에 배은망덕한 언론'과 '돈 앞에 나쁜 것만 받아들인 보수' 중 무엇이 더 나은지부터 여론조사해보면 그 쪽이 더 재미있지 싶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