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MB정부 1년... 좌파와 알바만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떠들썩한 이야기들 (2)
2. 좌파와 알바만 남았다


25일, 이명박 정부가 1년을 채운 날, 다음 아고라 게시판은 이를 토론 메인에 걸었다. 언제나처럼 난상토론. 

댓글 상황을 살펴봤더니, 역시나. '좌파'와 '알바'란 단어가 난무한다. 이젠 새삼스럴것 없는 광경.

과거 한국정치사의 대표적 갈등이라 한다면 역시나,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지역감정. 제 4, 5공화국과 3김시대를 거쳐 이는 조금씩 서로에 대한 호명이 달랐는데, 신문지상에서 영호남간 대립이라 했던것을 나이지긋한 양 지역 분들은 서로에 신라놈, 백제놈이라며 이를 갈았다. 사직야구장에서 1루 관중석에 앉아 해태를 응원하는 게 자살행위였던 시절엔 그저 '롯데'와 '해태'의 유혈응원만이 있었다.

지난 97, 02 대선 당시엔 세대간 갈등이 강했다. 경선에 불복, 홀로 나왔던 젊은 신예에 40세 전후의 젊은 유권자들은 상당한 표를 몰아줬는데 이는 연고지에 의존도가 강한 양당 구도에 제 3세력을 출현시켰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5년 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간의 갈등구도에선 서로를 '젊은 것들'과 '구세대'로, 또 '뭣도 모를 대학생'과 '갑갑한 아버지세대'로 불렀다. 그리고 세대간 소리없는 전쟁은 참여정부 시절에도 내내 이어졌다. 한편 최초의 정권교체기였던 이 10년간은 대학시절 최루향과 화염병의 추억을(?) 간직했던 이들이 '386세대'로 불리며 주목받던 시기이기도 하다.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편싸움이 등장했다. 이는 탈지역, 탈세대의 새로운 유형(?)인데, 바로 '좌파'와 '알바'의 전쟁이다. 인터넷에서도, 바깥세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기의 대결(?).

촛불정국과 쇠고기 파동때부터 각인된 두 이름. 당장 서로에 대한 업신여김과 네거티브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곧장 반응이 묻어나오는 인터넷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서 이같은 호명으로 서로를 도발하니 한층 극명한 대립이 벌어지는 건 자명한 일.
이는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연고별, 세대별 갈등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먼저, 서로의 존재가 상당히 불명확한데, 지역별, 연령별 언급이 불거진다지만 이걸로 틀을 추측하는 건 말 그대로 추측일 뿐. 
실은 이전의 것들보다 아주 단순할 수 있다. 과거의 것이 오래도록 묵었던 지난 세월과 역사의 응어리, 또 시간차의 갈등과 반목으로 인한 '복잡한 것'이었다면 이것은 그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MB정부를에 어떤 반응을 내보이느냐에 따라 자동으로 갈린다. 설령 본인이 원치 않아도 저절로 다른 이들이 정의해 주니(?) 서글픈 일이다.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일까. 색깔론의 보수였을까, 아님 알바론의 진보였을까.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게 됐다. 이골이 났는지 이제는 '그래 나 좌파다', 혹은 '나 알바다 어쩔래' 식의 반응이 나온다. 정말로 편싸움이 되고 만 것. 불과 1년 사이에 규명도, 해답도, 진전도 기대할 수 없는 새로운 갈등 관계가 인터넷을 타고 오프라인까지 넘실거린다.

이 두 이름이 나오면 그 때부터 토론은 무의미해진다. 적어도 '원사이드 게임'이 아니라 둘 이상의 스펙트럼이 충돌하고 또 감싸안는 토론이라면 말이다. 과거의 서쪽놈, 동쪽놈, 젊은것, 노친네와 마찬가지로 '좌파'와 '알바'는 그 자체가 더이상의 소통을 불허하게 만드는 신형 자물쇠다. 이전보다도 풀기 어려운 '신 불신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실 이들은 상대가 자신을 이렇게 부를 때마다 울컥한다. 온라인은 물론, 현실세상에서도 동일하다. 지난 2월초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나라 국민소통위가 알바'라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한나라 국민소통위 측은 곧장 '순수한 넷심을 폄훼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관련기사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4951)

반면 지난 1월, YTN의 사장실 농성에서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잠시 농성장 마이크를 내려놓은 뒤 복도에서 한 연배를 붙들고 "선배님들이 젊은 우리더러 무조건 빨갱이라고만 욕하면 뭐가 되겠느냐"며 '좌파'라 불리는 것에 대한 섭섭함을 터뜨렸다. (관련기사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4855)

오늘도 댓글러들은 전쟁에 나선다. 좌파로 불린 이들은 상대에게 '너흰 돈에 양심을 판 알바'라 대꾸하고, 알바로 불린 이들은 '너흰 북에 사주받은 선동꾼'이라 대꾸한다. '좌파'로 불린 이가 '정부에 반하면 무조건 좌파냐'고 물으면 또 '알바'로 불린 이는 '너희 의견에 반하면 무조건 알바냐'고 묻는다. 끝도 없는 뫼비우스의 띠. 문제는 양쪽다 에너지 소모도 없는지 한치의 물러섬도 없다. 이는 또 '알바는 존재한다'와 '좌빨 선동가가 있다'는 의혹으로 인해 불신 속에서 검은 에너지를 뭉게뭉게 키워간다. 물론 서로가 이같은 의혹엔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할 뿐이니 끝없는 평행선만 놓였다. 

현 시대를 '소통의 실종'이라 부른다면, 정부와 국민의 골과 더불어 '좌파와 알바'도 빠질 수가 없게 됐다. 불과 1년만에 한국정치사엔 새로운 갈등구도 추가라는 껄끄러운 기록이 남게됐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