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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MB정부 1년...국어사용 힘들어졌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떠들썩한 이야기들 (1)
1. 국어사용 힘들게 만든 정계


2008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 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새 정권, 실용정부 출범.
벌써 1년. 새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 사회엔 어떤 바람이 불었는가. 떠들썩했던 1년을 짚어본다.

 

1. 국어사용 힘들게 만든 정계


(1) '오해입니다' - 단어 자체가 '비호감' 전락... 딱히 대체할 단어 없어 곤혹

"오해입니다"

인터넷 우스개소리로 '오해정부'란 말이 있다. 정부에서 논란성 이슈에 해명할 때마다 발언대에서 자주 사용됐던 한마디. 그게 바로 "오해입니다"였다.

"쇠고기 특위 시작되면 오해 풀릴 것"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8년 7월 23일(관련보도 YTN)

"일부 공직자의 종교 편향 오해 가능한 언행이 있어 불교계가 마음이 상한 것, 심히 유감" - 이명박 대통령, 2008년 9월 9일.(관련보도 뉴시스)

"오해가 생긴 것 같다" - 이경숙 숙대 총장, 2008년 6월 3일. '어륀지 발언'에 대해(관련보도 디시뉴스)

네티즌 사이에선 '오해는 현정부 최고의 히트상품'이란 실소까지 돌았다. 일부 관계자에겐 '오해시리즈'가 유행하기도 했고 '오해입니다'란 말이 뉴스에 인용되면 댓글란에서 곧장 패러디됐다.

문제는 각 상황을 떠나 '오해'란 단어 자체가 비호감으로 전락한 것. 정치권이 아닌 경제계나 스포츠계 등 다른 영역에서조차 언론 해명시 '오해'란 말을 쓰면 내용을 떠나 불신하는 댓글반응이 오르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평상시 언어사용에 있어 상당한 곤란함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사전상 의미에서 오해는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의 뜻을 담은 명사. 자주 사용되는 단어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배제하면 마땅히 대안으로 떠오르는 낱말이 없을 정도다. 결국 이 단어의 사용 자체가 껄끄럽게 된 작금의 현실이다.

 

(2) 주어가 없습니다

2007년 12월,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BBK해명과 관련해 그 유명한 발언을 꺼낸다.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과거 특강 동영상에 대해 나 의원은 "설립했다고만 했지 내가 설립했다고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어가 없다'란 명대사의 탄생 순간이었다. 

대선 당시의 그 말은 정권 출범의 다음해, 그리고 한 해를 넘긴 올해까지도 줄곧 숱한 패러디를 양산하며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 정치기사에서 정부에 욕설을 실컷 퍼부은 댓글러가 마지막에 '주어는 뺐습니다'라고 회피해 폭소케 만들거나, 블로거가 자기 의사를 피력한 후 '주어 있는데 나 잡혀가나요'라고 묻는 등 일종의 '언어 유희'가 된 것.

이 역시도 사용시 부작용을 의식해야 하는 단어가 됐다. 때론 이 말 자체가 본의였던 아니였던간에 듣는 상대를 흥분케 하는 조소섞인 도발이 되는 것.

본인 경험을 밝힌다. 지난해 11월 기자는 한 국회의원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었다. 팩트 위주 기사였음에도 내용 자체가 당사자에겐 곤란했던지 다음날 의원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를 모시던 관계자는 "악의적 보도"란 말을 꺼냈고, 이에 기자는 "누구의 소행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며 "기사엔 주어가 없다"고 답했다.

유들유들하게 답했지만 상대의 반응은 곧장 '기분 상했다'란 묵언이 묻어나왔고 결국 전화는 꽤 긴 시간동안 언성이 높아진채 이어졌다. 생각해 보니 저 말 자체가 '스팀 유발 촉진제'였나 보다. 같은 당 사람이었기에 더했는지도 모른다.          


어쩌겠는가. 딱히 꺼낼 단어가 그 외엔 떠오르지 않던 것을. 앞으론 정작 필요할때 꺼내기에도 어렵게 됐다. 

결국 국어와 한국인의 언어사용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