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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채리나 사태 - "민족"과 "국적"을 구분 못해서 일어난 일

'미수다' 채리나, 무엇이 그를 욕보게 했나 
제작진마저 국적·민족 개념 혼용…'미수다' 패널 확실한 선을 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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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 소개 부분 캡쳐  


 

"대한민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약 50만명!

그만큼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 중 외국인 여성들이 본 한국의 문화, 그리고 한국 남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내에 거주하며 우리나라를 몸소 체험한, 각국의 외국인 여성 16명이 출연! 그들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인들의 현 주소를 재치 있는 앙케트와 토크를 통해 풀어본다. "


KBS 토크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홈페이지에 기재된 기획의도이다.

중국인 패널 '채리나'가 조선족이 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악플을 올린 네티즌들과 채리나씨, 그리고 '미수다'제작진의 팽팽한 신경전이 개시됐다.

'미수다'패널의 정체성 문제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사오리도 재일교포3세이고 한국국적 소지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도대체 외국인 패널이라는 기준에 맞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사오리는 줄곧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편집됐다면서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등 노력을 했다. 베트남인으로 알려졌던 하이옌도 일찌기 귀화해 한국국적의 소지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외국인 행세를 했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미수다'제작진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며 어릴적 외국에서 태여나 외국국적을 소지했기에 외국인으로서의 시각으로 방송에 임할 수 있어서 방송에 출연시킨 것이라고 해명한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채리나는 "조선족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고 방송에서도 한국어로 부모님과 통화한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나아가 악플을 남긴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사사례가 연달아 발생하지만 매번 대처하는 방식이 비슷한 제작진을 두고 방송을 중단해야 하지않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제작진의 밝힌 입장과는 달리 홈페이지에 기재된 소개로는 분명히 외국인 패널이 출연해 토론을 벌인다고 밝혀져 있다. 여기에 비추어 본다면 앞서 두 사례는 제작진이 충분히 잘못한 일이고 이번 사안은 아무런 문제될게 없다. 채리나가 조선족이더라도 분명히 한국에서는 중국국적의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한 외국인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일반 한국인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조선족을 순수 외국인으로 본다면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도 외국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 성격에 비추어 보면 이런 엄격한 규정으로 구분한다는데 무리가 있다.

논란의 화두가 된건 정작 채리나가 아니라 이른바 '국적'과 '민족'의 문제이다. 즉 어디까지가 외국인이고 어디까지가 타민족인가 하는 것이다. 언론에서 조차도 혼용하고 쓰는 '(나라명)인'이라는 단어는 민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중국인하면 자연스럽게 한족을 지칭하게 된다. 중국국적이더라도 다른 민족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게 된다. 그동안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한국사회는 상식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도 '~코리아'혹은 '~한국방송'등 한인 방송사 명칭을 보더라도 한국인은 스스로를 그나라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적의 한인을 만나보면 아직도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민족은 맞지만 한국인이 아닌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민족'과 '나라'의 개념을 거의 동일시 하고 있는 것이다.

채리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조선족이다. 그렇다면 그는 중국인이면서 우리와 같은 민족이다. '미수다'는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출연해도 상관이 없다면 없다. 한국사회에 대해 코멘트 하는 것이지 한(韓)족에 대해서 코멘트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말투에 대해 이색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은 당연히 말도 않되는 일이다. 같은 민족이면서 서로 뭐라고 하는 것은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채리나 측도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지은 죄도 없이 매를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건 뻔한 일이다. 어느 네티즌 말대로 조선족이라는 것을 속여서 문제라면 그것은 제작진에게 되물어야 할 일이다.

그동안 분단의 세월을 보내며 민족도 여러개 명칭으로 분화되고 '국적'과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도 모호해 졌다. 이 때문에 재외동포법안도 해마다 말썽이고 세계에 널려있는 재외동포 사회도 혼란의 거듭이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해당 명칭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론도 명칭사용에 있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버젓이 국내거주 외국인 50만명시대라며 외국인의 개념조차 모호한 경우는 낯뜨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