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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법정에서 이래선 안돼요" 방청시 주의해야 할 것들

"법정에서 이래선 안돼요" 방청시 주의해야 할 것들
껌 씹기, 턱 괴기... 헤드폰 노출, 볼펜 물어도 안 돼


6일, 취재차 서울지방법원에 다녀왔다. 기자로선 난생 처음의 입정.

법정영화를 보면 판사가 웅성이는 방청객들에게 "한번만 더 떠들었다간 법정모독죄를 묻겠소"란 대사를 날리는 걸 심심찮게 보게 된다. 해서, 저절로 조심스러워지긴 했다. 하지만 첫경험자로서, 생각 이상으로 방청객에 요하는 에티켓이 엄격함을 느꼈다. 

무경험자, 혹은 아직 법정 분위기가 낯선 예비 방청인들을 위해 이날 확인한 '제지당할 수 있는 몇가지 금기사항'을 소개한다.

 
 
▲ 서울 지방 법원

  

1. 떠들면 안 돼요, 속삭여도 안 돼...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 설령 "영화 속 그들처럼 크게 떠들거나 항의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오산이다.

입가에 손을 대고 조용히 속삭이던 두 여성에게 법원경위(혹은 정리)가 다가가더니 말한다.

"떠들면 안 돼요."

갑자기 일어서 "정의는 죽었어!"를 외쳐야만 법정모독이 아닌 셈이다. 여기는 그 어떤 낮은 목소리의 대화조차 용납되지 않는 성역.

 

2. 휴대폰 벨소리, 잊으셨나요?

법정 출입시 이는 기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공지됐다. 한번은 물품검색대에서, 그리고 또 한번은 법정 출입문 앞 공지문에서. 법원에선 필히 휴대폰을 끄거나 진동으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잊은 분이 있었다. 오전 재판 중 갑자기 들려오는 경쾌한 행진곡 소리...(이거 펌프 잇업에서도 나온다...터키 행진곡 말고)

자신의 것이라 미처 생각 못했는지 상당시간이 지나서야 주섬주섬 꺼내든다. 물론 법원경위의 눈은 이미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다. 천천히 문을 열고 다가가더니 주의를 준다. 입정시 깜빡할 수도 있으니 한번 더 확인해 볼 사안.

 

3. 턱 괴고 앉아도 '옐로카드'

갑자기 법정경위가 방청석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목소리나 소음은 전혀 없는 상황.

한 젊은 남자 앞에 선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무엇때문인지 전혀 모르는 졸린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법원경위를 올려다 본다.

왼 팔은 턱에 괴고, 오른팔은 왼팔꿈치를 받친 자세가 문제였다. 법원경위가 같은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그제서야 남자는 머쓱한 미소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장시간 방청에 저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지진 않았는가 체크하라. 이것도 제지의 대상이 된다.

 

4. 껌씹으면 판사가 곧장 휘슬을 분다

"거기, 방청객!"

증인 심문 도중 갑자기 판사의 목소리가 방청석으로 날아들었다.

"껌! 씹으면 아니, 아니, 아니 됩니다."(판사께선 흥분하면 같은 말을 세번씩 반복하셨다)

졸립다고 턱을 괴면 아니 되지만 이를 쫓겠다고 껌을 씹어도 아니된다.

조용히 씹던, 잘근잘근 씹던, 어쨌거나 턱 운동은 금지. 법원경위가 출격하기 앞서 판사가 직접 당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지 모르는 일이다. 행여나 법정 분위기가 가열돼 판사가 흥분했을시엔 '꾸짖음'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

 

5. 헤드폰, 목에 걸어도 안돼요.

기자? 조심한다고 처신했는데도 두 번 주의를 받았다. 첫째가 입정 직후. 아직 판사가 입정치 않은 개정 전이었다.

당시 기자는 타이 없는 슈트 차림이었지만 평소처럼 헤드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외부활동시 이동모드 중 항상 빠지지 않는 아이템. 물론 음악은 껐고 다시말하지만 귀마개 대용으로 쓰지도 않은 목에 건 상태. 하지만 맨 앞자리를 잡자마자 마침 바로 앞에 서 있던 법원경위가 인사를 대신해 귀띔해준다.

"헤드폰 빼세요."

"넹..."

'이거 악세사리인데요'란 변명? 당연 통할리 없잖아!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가 몸매무새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장소임을 환기하라.

 

6. 볼펜 입에 물었다간 '찍힌다'

두번째 지적이 이거다. 순간 '또 하나 배웠다' 싶은 쾌감이 나를 자극한다. 한편으로는 '이것도 안되는구나'를 절감했다.

재판이 달아오를만큼 달아오른 오후. 한창 수첩 메모하느라 바빴던 기자가 한숨 돌리며 펜을 입에 물고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마침 법원경위와 눈이 딱 마주쳤다.

무언의 제스처. 입에 손가락을 댔다가 재빨리 내리고선 손을 내저어 보인다. 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펜을 삼키거나, 입에서 빼 떨어뜨리던가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무의식적으로 입에 물고 있는 나를 확인한다. 버릇이 된 분들에겐 지속적으로 주의할 부분이다.

그러니까 국장님, 넷북 하나 사줘요. 와이브로 달아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