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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신 시일야방성대곡 - 반크 사태에 부쳐


신 시일야방성대곡


 저 표제어, 반년만에 꺼내드는구나. 기합 한번 단단히 먹고 라이브 스타트.

먼저, '새끈하게' 오리지널부터 감상하고 시작하자.

 

   
 
  출처 - 햇빛엽서(http://user.chollian.net/~polk/woam.html)  
 
 

시일야방성대곡, 위암 장지연의 명사설.

읽어보니 확실히 명작은 명작이다. 저 짤막한 주장글 안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보고 있다. 끌어안는 영역의 광활함과 강한 울림. 매니아들 은어에 빗댄다면 '크고 아름다워'란 찬사를 그대로 끌어다 씀에 전혀 하자가 없다.

반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거창하게 '신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제목을 붙였다. '新'으로 해석할 수도, 'sin'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오리지널의 원작자는 아마도 신문 배포 당일 체포, 수감되었다고 했겠다. 어째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목이 무겁다. 농이 아니라, 진짜로 지금이라면 하다못해 (주어가 애매모호한) 명예훼손 등으로 어딘가에 소환될 것 같다. 시대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더니, 여러모로 이젠 70년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끝자락을 보고 있는 듯 하다. 

가뜩이나 삭감되던 예산, 이젠 그나마 완전히 사라지고 '맨 땅에 헤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용정부의 기치에 있어 반크는 지원받기에 그토록 부족했나? 반크가 지난날 쌓아왔던 것들을 돌이켜보자.

김장훈 씨와 서경덕 씨는 합작해서 뉴욕타임즈에 독도와 동해 알림 전면광고를 실었다. 네티즌은 환호했고 워싱턴포스트를 통한 후속작도 현실화됐다. 그야말로 상큼한 2연격이다.

반크는 지난 몇 년간 온라인 속에서 왜곡된 한국상을 찾아 바로잡아왔다. 고구려의 주인이 누군지, 독도의 역사가 누구의 것인지를 국제사회에 물었다. 인터넷을 통해 혁명을 꿈꾸었다 할 만하다. 만국 정상이 모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은 외침을 전하는 특사의 부재 속에서 그들은 이를 대신했다.

세계적 온라인 백과사전과 지도에서 '서일본해'로 표기됐던 바다 위로는 '동해'란 새표기가 떠올랐다. 이러한 반가운 소식엔 어김없이 '메이드 인 반크'의 꼬리표가 붙었다.

외교통상부하고 반크를 나란히 두고 '누가 더 유능하나요'를 물었을 때, 차관급 쯤의 고위관료와 김장훈 씨를 앞에 두고 '누가 더 힘있나요'를 물었을 때 정말 고심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정부가 세계무대에 나서서 하지 못한 것을 그들이 대신 이뤄주고 있었으니 가히 혁명가들로 평가받을만 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을 딱 끊어 주셨단 말이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소식을 듣고선 "정부가 반크에 열폭한건가"란 자문부터 꺼내보였을 정도다. '비교대상을 죽여버리면 무능하단 소리는 듣지 않겠지'란 계산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만치 이번 일은 그 이유로 분석해 꺼내보일 것들이 변변찮다.

확실한 것은 이번 일로 인해 정부 스스로가 '친일 정부', '대놓고 일빠 정부'의 비난과 오명을 고스란히 끌어안은 사실. 이래놓고서 '오해입니다'라고 그마저 피하려 든다면 너무 과한 욕심이다. 자폭 버튼 눌렀으니 알아서 해야지. 그래, 이젠 어찌할 건가. 실용정부에 있어 나라 역사를 되찾고자 하는 이들에 쓰일 세금마저 아껴야 할 것이라면 그걸로 어디다가 유용하게 쓸 계획인지. 이건 계산에 벅찬 무뇌함을 탓할 것이 아니라 개념탑재부터 서둘러 요망할 사안이다. 아아, 주어는 뺐습니다. 

103년 전, 시일야방성대곡은 대한제국 황제의 거부에도 불구 나라의 칼을 일본에 건네 줬던 고관들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 이 나라의 것을 부정해 버린 정부가 있었고, 백성의 설움이 있었다. 이 논설은 그것을 원액 그대로 유리병 속에 채워 담은 타임캡슐인 셈이다. '이 날을 잊어선 안 된다'는 외침과 지키고자 함을 포기하고 스스로 내던져버린 이 나라의 슬픈 날을 담아 놓은. 

오늘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아직 완전히 그 상흔이 치유되지 않은 국민들이 이제 황제를 대신하여 나라의 주인에 올랐음에도 불구, 정부는 그대들이 이루지 못한 국민의 뜻을 대신 개척하고 있던 이들을 저버렸다. 아직 되찾아야 할 나라의 일부가 있음에도, 또 계속해 지켜가야 할 역사가 있음에도 이를 부정해 버린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국민을 저버린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시일야방성대곡의 제목을 다시 한번 꺼내든 것이 이러함에도 지나친 것일까.  

63년 전 일본에게서 해방을 맞았지만 아직도 완전히 되찾지 못하고 매번 장난질에 농락 당하는 국토의 일부가 저 너머에 있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빼앗으려 한다. 독도는 과거 일제강점기의 비애와 현재를 잇고 있는 존재며 지난날 한반도 북쪽에서 강성했던 국가들은 우리 영혼의 일부다. 무능한 그대들을 대신해 그것이 대한민국의 소유라고 당위성을 확실히 외치는 이들에게 이젠 생색낼 지원금마저 끊겠다는 정부. 이를 보고 있자니 지난 여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기사가 떠올라 섬찟하다.  

현 정부는 이 나라의 역사와 영토권을 지키고자 하는 맘이 없는 것인가. 시일야방성대곡이 일제가 아닌, 보존의 염원을 스스로 내버렸던 이 나라 고관들을 향했던 것임을 알고는 있는가. 또다른 시일야방성대곡의 날, 국민들이 마음에 간직한 칼 끝을 누구에게 돌릴지는 예상하고 있는가. 아직도 무딘 것은 그대들이 겁내지 아니하는 그들의 칼날인가, 아니면 그대들의 시대를 바라보는 시야와 정신인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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