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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안만든다는 감독 말에 국내팬 반응은?

토미노 요시유키 '건담 안 만들 것'에 국내팬 시각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봉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더 이상 건담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국내 팬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  http://www.flickr.com/photos/cubico/150270043/

지난 24일 대한민국 콘텐츠페어의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서고자 한국을 찾은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감독은 본 행사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적어도 자신의 건담 시리즈 신작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골수 팬들에 있어 '오리지널'이자 '온리'였던 토미노표 건담의 종막을 알리는 확언. 그간 몇 차례 '더 이상 내 건담은 없다' 발언에도 불구 혹시 했던 팬들에겐 아쉬울 수 없는 순간이자, 건담사에선 '아버지'의 기록이 매듭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 팬들은 어떤 소감이었을지 포털 속 반응을 살폈다. 아울러 반프레스토의 슈퍼로봇대전(주 1) 유저들 모임이자 국내 대표적 로봇 커뮤니티인 루리웹 슈퍼로봇대전 사이트(http://ruliweb.empas.com/robowar/), 그리고 슈퍼로봇대전 지휘통제실(http://www.srw.wo.ro/)의 헤비 유저들에겐 직접 소감 및 전망을 구해봤다. (24, 25일 양일간)

 

1. F91 시리즈는 정리해 줘야 한다... 혹은 한 작품만 더!

슈퍼로봇대전 지휘통제실의 식구들 사이에선 지난 91년 발표된 기동전사건담 포뮬러나인티원(주 2)과 그 후속작 크로스본건담(주 3)의 세계만큼은 애니메이션으로 정리한 후 건담계에서 은퇴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흘렀다. 소위 F-91로 통하는 포뮬러나인티원의 맥락은 그가 야심차게 발동했던 프로젝트인 만큼 스스로 마무리짓길 바라는 것.

"ZZ(주 4)야 공식적으로 날렸으니 그렇다치고 F91, 크로스본은 꼭 좀 정리해주면 좋겠는데 아쉽군요" - ExL 님

이에 대해선 회원 사이에서도 설왕설래. "이들은 선라이즈(주 5)가 손해를 너무 많이 봐 스폰서할 가능성이 없어 불가능할 듯"(유우지 님)이란 부정적 의견도, "F91 극장판은 장편 예고편이었는데 그걸로 이익을 기대한다는 게 무리며 크로스본은 코믹 인기도, 게임 속 출연작도 꽤 많으니 애니메이션화 해줄 법 하다"(데스헬 님)란 긍정적 가능성도 동시에 나왔다.

아울러 "한 작품만 더"라며 뭐든 좋으니 새작품을 이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데스헬 님은 "나이를 생각하면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나 한다"면서도 "더 만들어주면 기쁘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델룬 님 또한 "깔끔한 명예퇴진이 좋을 듯해도 실은 한 작품만 더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희망하는 모습.

 

2. "그는 건담이 싫어진 것일까"... "진작에 끝났어야 했다"

의외로 건담 시리즈에 대한 그의 종언에 대해 "건담은 더 빨리 끝났어야 했다"는 의견도 상당수. 물론 이 중엔 그의 작품 뿐 아니라 이후 후배들이 이어간 '신 건담 월드'에 대한 반감도 포함됐다.

연합뉴스가 전한 관련보도의 다음 댓글란에선 과거작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 네티즌은 "제타(주 6) 이후의 세계는 쓸어버려야 한다, 역습의 샤아(주 7) 조차 과대평가 됐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쳤다. 강백호 님은 "그래도 V건담(주 8)까진 괜찮았는데 아무로와 샤아가 죽으며 진정한 건담은 사라졌다"고 토로. 한편에선 "그래요 주인공 좀 그만 죽이세요"란 웃지못할 환영사(?)도 나왔다. 몰살의 토미노(주 9)에 대한 네거티브 감정을 대표한 것.

루리웹 서브사이트 슈퍼로봇대전 게시판에선 "그는 건담이 싫었던 것인가"란 의문을 꺼낸다. 마일드일곱 님은 "기사를 보니 토미노 감독이 건담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았다"며 "하긴 다른 작품을 만들어도 건담 이야기만 나오니"라고 밝혔다. 운영진의 임팩트 님은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면 싫어지듯 토미노옹도 건담의 굴레에 묶여 있었으니 싫을 수 밖에"라고 동의. 한편 랜드 트래비스 님은 "턴에이(주 10)에서 끝냈어야 했다"며 이후 작품들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3. 그의 말은 믿을 수 없어... 다시 철회하고 만들 것

반면,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언제 철회될지 모른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휘통제실 roness 님은 "이 분은 몇번인가 말을 철회한 걸로 알고 있다"며 "만들고 싶을때 다시 철회할 것 같다"고 전망. 눈깔찌르기 님 역시 "요즘은 감독, 회사 할 거 없이 인터뷰에서의 말은 믿을 게 못된다"며 "사실 턴에이도 안 만든다고 했다가 세계관 정리 차원에서 만들어진 거 아니냐"고.

그러나 그가 설령 건담에서 은퇴해도 건담 시리즈는 계속 될 것에 대해 별 이견은 보이지 않는다. 루리웹에선 "건담 때문에 다른 작품이 조금 죽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학살뒤의 모순 님), "토미노가 만드는 건담이 없어도 반다이에 의한 새로운 건담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것"(백수아브 님) 같은 전망이 나왔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설령 이를 철회하더라도 건담의 계보가 어떤 모습으로든 끊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모두의 공통적 견해다.

 

 주 용어 설명 

1. 슈퍼로봇대전

-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로 발표됐던 로봇물을 아우르는 시뮬레이션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반프레스토의 최대 걸작으로 원작과 게임의 크로스오버 중 대표적 사례. 기념할만한 게임보이용 처녀작을 시작으로 패미콤, 슈퍼패미콤, 게임보이, 게임보이어드밴스, 플레이스테이션1, 2, 새턴, 닌텐도64, 원더스완, 닌텐도DS 등 가정에 정착했던 거의 모든 콘솔 플랫폼을 섭렵했다. 건담과 마징가 시리즈, 콤바트라V, 고드마르스 등을 추억하는 올드팬들에겐 '신이 내려준 선물'로 통한다. 국내에서도 10대때 접한 팬들이 20대후반서 30대초반이 된 현재까지 신작라인업 소식에 눈을 떼지 못할만큼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메사이어의 랑그릿사 시리즈와 함께 시뮬레이션롤플레잉의 쌍두마차를 이뤘다.

 

2. 건담 포뮬러나인티원

- 통칭 F-91. 1991년 토미노요시유키 사단이 야심차게 꺼내든 극장판. 당초 TV판을 기획하다 극장판으로 선회했다. 아무로의 0079년부터 시작해 퍼스트, 제타, 더블제타, 그리고 당해 함께 상영됐던 역습의 샤아로 줄곧 이어졌던 기존 우주세기에서 30년 공백을 두고 '건담'이 전설의 단어로 통하는 미래를 시대상으로 잡아 화제가 됐다. 새로운 뉴타입 주인공 시부크아노와 세실리페어차일드를 내세워 우주세기의 새로운 줄기를 잡으려 했으나 '뭔가 부족했다'는 평을 받으며 이후의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지온을 대신해 등장한 신세력 코스모바빌로니아의 존재감 어필 실패 등이 지적된 작품. 그러나 화려한 잔상효과로 채색된 라스트 배틀, 건담 역사상 손꼽히는 명곡 이터널윈드의 엔딩 테마 등은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라스트에 남은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란 메시지가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

 

3. 크로스본 건담

전작 F91에서 다시 10년이 지난 시대를 삼은 작품. 애니메이션이 아닌 코믹스가 본체다. 지난 시대의 영웅 시부크와 세실리가 각가 킨케두 나우와 베라 로나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며 새로운 주인공 토비아가 합류한다. 자비네의 캐릭터 체인지가 충격적. 애니화를 바라는 상당수의 골수팬을 남겼다.

 

4. ZZ건담

더블제타건담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방영 당시 기존의 작품과 전혀 다른 코믹한 분위기로 팬들을 당혹케 했다. 전작의 암울한 스토리를 그대로 승계받았음에도 적측의 '개그콤비'라던가 아군의 러브코미디 전개 등 이질적 요소가 그것. "건담이 완전히 변신합체로보트가 됐다"는 프라모델 팬들의 실소도 터졌다. 향후엔 '토미노다운' 학살 스토리로 선회했으나 이건 이거대로 말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반감을 지닌 팬 중에선 "제대로 말아먹은 건담"이란 혹평이 나왔다. 그러나 재밌는것은 ZZ를 필두로 G, W. X로 이어지는 헤이세이건담 3연작과 턴에이, 시드 등 후속작들이 당시대엔 이단적 문제작으로 폄하되다가 시간이 흐른 뒤엔 재평가되는 기묘한 흐름이 건담 중 또 하나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것.

 

5. 선라이즈

건담을 통해 일본의 대표적 제작사로 자리잡았다. 건담 시리즈 외에도 레이싱 애니메이션의 최고작 사이버포뮬러 시리즈 등이 포진. 사이버포뮬러의 후쿠다 다츠오 감독 등 일부 스탭은 새로운 건담 '시드' 시리즈로 옯겨오기도 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와 더불어 사실상 설명이 불필요한 저패니메이션의 성지다.

 

6. 제타 건담

Z건담은 토미노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건담 중 사실상의 종착역으로 밝히는 85년작. 토미노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 최고작으로 꼽힌다. 아무로와 크와트로로 개명한 샤아, 모두에게서 기대받았던 카미유 비단의 비극적 스토리가 충격을 던졌다. 항간에선 80년대 KBS에서 국내방영을 기획했으나 당시 군사정권의 이해와 작품상의 곤란함으로 유야무야됐다는 설이 있다. 이후 3부작 극장판으로 제작됐고 막판의 달라진 결말은 또 한번 화제를 일으켰다.

 

7. 역습의 샤아

91년 F91과 함께 상영됐던 극장판으로 아무로와 샤아가 긴 인연을 매듭짓는다. 뉴건담의 핀판넬이 유명하다. 토미노의 우주세기는 V건담까지지만 세간에선 이 작품을 사실상의 대미로 평하는 이도 상당수.

 

8. V건담

95년 토미노 감독이 만들어낸 새로운 TV판으로 F-91보다 다시 수십년 후의 미래를 그렸다. 빅토리건담과 새 히어로 웃소 웨빈이 등장하며 그의 성장엔 준코 젠코 등 숱한 여성 캐릭터들이 거쳐가지만 토미노 작품답게(?) 그녀들의 결말은 한결같이 암울하다. 토미노는 이번 내한에서 이 작품에 대해 스스로 "실패작"이라 평했다. 

 

9. 몰살의 토미노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비정한 면에 팬들이 붙인 별명. 기동전사 건담이 숱한 어른과 여성의 희생을 통해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그의 최대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전설거신 이데온과 성전사 단바인 등은 주인공 포함 전캐릭터 사망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며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그러한 면이 '토미노 답다'는 말과 더불어 극찬의 작품평을 끌어내기도. 전설거신 이데온의 마무리인 발동편은 99년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SICAF에 초대작으로 선정, 만원사태를 이뤘고 우주생명의 전몰 후 메시아의 인도로 모든 이의 념이 해소되는 엔딩 직후엔 관중석에서 오랜시간 박수가 끊어지지 않는 풍경을 자아냈다.

이렇다보니 그의 근간작인 킹게이너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땐 도리어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10. 턴에이 건담

더 이상의 건담은 만들지 않겠다 공언한 바 있는 토미노였지만 세기말, 이를 번복하고 턴에이 건담을 발표한다. 건담이 등장않는 1화, 건담의 트레이드 마크 '뿔'이 아래에 붙은 '수염건담'의 출현, 기존작에 출현한 모빌슈츠의 깜짝 등장 등으로 볼 거리가 많았다. 이번의 '건담 은퇴' 발언에도 불구 "못 믿겠다"란 말이 나오게 만드는 전례이자 이유기도 하다. 일종의 건담 시리즈를 매듭짓는 작품이었으나 이후 밀레니엄 시대 최대 화제작이자 논란작인 기동전사건담 시드가 등장하면서 다시 시드데스티니, 더블원 등으로 건담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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