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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고마워요 사또" 경기보다 재밌었던 허구연 해설

[올림픽]"고마워요 사또" 경기보다 재밌었던 허구연 해설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에 또한번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준결승전. 경기만큼이나 재미있는 요소가 MBC중계방송에 녹아있었으니 바로 관록의 해설가 허구연 씨의 재치 중계였다. 땀을 쥐는 매순간마다 인간적 모습으로 '긴장해소' 웃음을 던져준 그의 어록을 정리해 봤다.


"고마워요 사또" 일본선수에 감사인사 하는 친절함(?) 잊지 않아

허구연 해설가는 이날 "고마워요"를 연발했다. 그 대상은 한국팀이 아닌 일본팀. 언뜻 들어선 의아할 상황이나 중계 방송을 시청한 이라면 또한번 피식 웃게 할 부분. 8회에만 연거푸 두번씩 감사를 전한것은 왜일까.

7회말 귀중한 동점을 얻어 기세가 올랐던 한국에 있어 8회는 분수령이었다. 8회초 일본공격에서 선발 김광현 투수가 투아웃까지 잘 요리했으나 4번타자 아라이에게 안타를 내줘 1루에 내보내자 조계현 투수코치가 직접 올라와 지도를 하는 등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

허 해설자에게 감사인사를 받은건 다음 타석의 5번 이나바. 땅볼로 1루에서 아웃, 공수교대가 이뤄지자 광고에 들어가기 직전 허 해설자는 "고마워요"라고 그의 도움(?)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하이라이트였던 8회말 한국공격에선 외야수 사또 선수가 그의 감사인사를 받아야 했다. 이승엽의 호쾌한 '부진날리기' 투런에 이어 고영민의 장타가 나오자 분주히 달려가 위치를 잡았던 사또는 글러브에 갖다댔던 볼을 그만 놓쳐버리고 망연자실. 1루에 있던 김동주 선수가 홈을 밟는 3루타가 만들어졌고 스코어는 공교롭게도 지난 예선 9회초에서 한국이 만들었던 5대2가 재현.

사려깊은 허구연 해설자가 "고마워요 사또"란 말을 잊을 리 없었다.    


"들어와야해요 할 시간 없어 반말, 이해를..." 인터넷 반응 살폈나?

8회말 대거 4득점을 뽑아내던 한국의 신들린 방망이 속에서 그의 목소리도 함께 격앙됐다. 그리고 여기서 갑자기 뜻밖의 양해를 구하는 해설자. 얼마전 화제가 됐던 "들어와" 발언을 의식했던 것인지 이에 대한 해명이 나온다.

"계속 들어와 들어와 하는데... 중계하다 보면 '들어와야 해요'라고 말할 시간이 없거든요. 반말에 대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들어와"는 최근 레슬링에서 심권호 해설자의 "안돼 안돼 안돼 넘어가지마"와 더불어 '반말 중계가 대세'라는 네티즌 농담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것. 물론 "인간적이라 보기 좋다"는 평도 있었지만 부담되는 부분 역시 지울 수 없었다.

네티즌 반응을 살폈던 것일까. 한국 덕아웃도 시청자도 중계석도 모두가 기쁨에 젖은 상황에서 나온 적절한 양해였다.    


"독도를 넘겼습니다, 대마도까지 갑니다"

김광현 선수와 더불어 이날의 주역으로 우뚝 선 이승엽 선수의 8회 역전 투런홈런에 허구연 해설자는 '독도'를 연호했다.

"이건 독도까지 넘어가는 홈런입니다."

"독도를 넘긴거예요"

"아주 대마도까지 날아갔습니다"

아연실색한 일본측 관중석이 화면에 함께 잡히자 묘한 여운으로 남았다.


"우리 어린이들이..." 유치원 원장 선생님 멘트 또한번 압권

8회까지 스물네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며 빛나는 호투를 펼친 김광현, 그리고 승기를 다잡은 9회 마무리로 등장한 윤석민. 일본 정예부대를 맞아 88년생인 김광현과 86년생인 윤석민의  두 싱싱한 어깨만으로 끝장을 보려는 놀라운 상황에서 허구연 해설자는 또한번 그 유명한 '어린이' 멘트를 시전했다. "우리 어린이들이 잘해주길 바래요"라는 격려는 경기 종료 후 그가 두 선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꺼내며 "손 내밀어 봐요"라고 했다는 후일담이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유치원 원장선생님의 향수를 남겼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