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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벽보고 이야기하기"

"블로그는 벽보고 이야기하기"
[릴레이 인터뷰]  축구 전문 블로거 바셋


(전략) 그래서 국장님. 이번 편은 외전격입니다. 괜히 1.5번이 아녜요. 두번째만에 외전이라니 어찌된거냐 따지신다면 할말... 많습니다.

지난번 주자가 다음 주자로 지목한 블로거와의 접촉이 틀어졌냐고요? 아뇨. 맨먼저 지목됐던 그 사람이 맞긴 한데 말이죠. 근데 뭐가 문제였냐 하니.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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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지요? 국장 당신 때문에 한번 퇴짜맞았다고요. 생각도 못했던 '미워요' 파워가 먹혀 결국 성공은 했습니다만.

결국 잘됐건만 근데 대체 뭐가 문제라 저런 애매한 번호를 달았냐고요? 그게...

실은 한번 튕겼을때 체념, 1번주자가 핀치히터로 소개해 준 다른 분께 발빠르게 초청장을 띄웠습니다. 너무 부지런해 탈이죠. 그리고 승낙이 떨어져 2번주자로 낙점한 뒤에 이처럼...

이를 어쩌나 절차부심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1번과 2번 사이에 우겨 넣은 것입니다. 마침 2번주자는 마감 때문에 일정이 좀 늦어졌기도 하고.

이번 소개할 블로거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유명하죠. 블로거기자로 은펜촉도 받았... 다들 받는거 아니냐 하시면 언급을 회피하겠습니다.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확실해요. 해외 축구에 관련해 독보적인 지식을 전하고 있는 분입니다.

시북 님에 이어 이번에도 축구 소식통입니다. 바셋 님을 소개합니다.

이전 주자가 전설적인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일대기를 소개하던 분이라면, 이번 주자는 각 리그에서 벌어졌던 각 클럽팀의 사정,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2부로 떨어지게 됐던 금권 경기 문제나 현재 불거지고 있는 그루지야 전쟁에서 고국의 이름을 걸고 분전중인 이들의 이야기 등 보다 바깥쪽에 원거리로 포커스를 맞춘 분입니다. 이외에도 각국의 국가와 가사에 얽힌 이야기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답니다.

이 쯤하고 대화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죠. 오오, 이번엔 프로필 사진도 도착... 지난번 시북 님은 몇년전 찍은 사진밖에 없이 이를 동안인양 내보내긴 그렇다고 사양하셨지요. 좋습니다. 그럼 이 쯤에서 멋지게 걸고...

뭐야. 이 분이야 말로 심하게 동안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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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제가 아닌 듯.

어느집 처자 사진이다냐. 설명 한 줄 없으면 어떡하라고 이거!

"블로그는 벽보고 이야기하기" - 1.5번 주자 축구 전문 블로거 바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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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puskas  
 
1. 처음엔 퇴짜를 놓으셨지요.(삐딱선) 알려진 블로거가 아니라는게 이유였는데... 그래도 방명록에선 찬사가 가득하고. 그 겸손함의 배후는 무엇입니까.

겸손의 발로는 절대 아니고... 블로그에 신상공개를 안 해왔거든요. 솔직히 인터뷰란 것이 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2.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상의 블로거 바셋으로 말씀해주셔도 좋고, 나아가 오프라인상의 실제 정체를 드러내 주시면 저야 물론 지화자입니다만.

유럽 클럽 축구 전반을 겉핥는 블로그 ‘바셋풋볼’의 운영자 바셋입니다. 74년 서울 생이고 아내와 세 살 된 딸과 함께 6년째 중국에 살고 있습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첨엔 파견이라고 보내더니 말뚝을 박더군요. 혹자는 개성이 너무 강하다하고, 혹자는 무색무취하다 평하기에 스스로도 정체를 잘 분간 못하겠는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한국 남자입니다.

3. 중국에 계시다고요? 베이징 올림픽 견학? 혹은 중국 현지 거주인이신가요?

답변 완료!

4. 블로그를 훑어보고 느낀 첫인상은 신비주의입니다. 본인에 대한 소개나 일상 이야기 등은 블로그 답지않게(?) 원천차단되어있더군요. 딱히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있어 자신의 그림자를 배제하는 컨셉이나 이유가 있는지?

태초에 축구 이야기만 하려고 만든 블로그라 일상은 이야기는 없는 것이고요. 원래 개인 프로필 정도는 블로그에 실려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도 어린 것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댓글이 걸리더군요. 저 역시 다른 사람 블로그에 개인정보를 보고나면 글에 대한 선입견이 생깁니다. 이를 원천 차단할 목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방문자들이 늘다보니 회사상사들이 올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데요. 블로깅 투자시간 80%를 업무시간에 충당하는 고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그래서 신상을 안 올리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신비하게 보이고 싶은 맘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5. 위 질문에 이어. 해외축구전문 정보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치 축구 이야기에 전념하셨더군요. 카테고리를 보니 '축구말고' 빼곤 전부 빅리그와 유럽, 클래식 이야기던데. 축구에 대한 자신의 애정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던데... 그렇다고 공을 가지고 노는 방법이 축구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니거든요. 저는 축구의 세계적 히트요인은 경쟁의 본능을 충족시킨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공놀이보다 빨리 체계적인 경쟁 시스템을 만들었지요. 동네 챔피언 가리고, 국대 챔피언 가리고, 세계 챔피언 가리고...

이런 싸움의 장을 가장 먼저 구축한 나라가 제국주의의 기수 영국이었다는 점이 축구의 세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축구는 경기자체를 놓고 보면 야생적인 매력이 넘치지만 계량학적 측면에서 야구나 농구만큼의 재미가 없습니다. 근데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며 이 약점이 극복되지요. 기록과 숫자에 유독 집착하는 저 같은 인간에게도 폿볼월드는 충분히 재밌는 유흥을 제공해 줍니다. 축구가 세계화에 실패했다면 지금의 지위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고 저도 다른 스포츠에 더 열광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듭니다.

특히 유럽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제가 국방의 의무 공백 빼고... 대략 89년부터 유럽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한 10년을 살았거든요. 현지에서 유럽축구를 첨 접했을 때는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 뛰어난 경기력 때문이 아니라 그 시스템과 열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빨려들어 갔지요.

아!! 지금 다시 생각하니 자연스레 빨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빨리 친구도 사귀고 적응도 하기위해 의도적으로 축구를 가까이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축구만큼 공통화제거리가 되기 좋은 것이 없으니까요.

세계화된 축구의 힘을 등에 업고 지금까지 제가 잘 써먹는 방법인데... 회사일로 유럽인을 만나면 꼭 고향을 묻습니다. 그리고 그 동네 축구클럽에 대해 아는 척을 하면 일이 엄청 쉽게 풀려요. 근데 여성에게는 실패 확률이 9할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다분히 본인의 영달을 꽤하는 부분이 있었군요...

6. 방문객들의 감탄이 과장이 아님을 느낄만치 축구사에 대한 이야기가 놀랍도록 세밀하더군요. 특히 토리노 기사건은 감탄했습니다. (이태리 축구팬들은 싫어하겠지만) 혹시 전문업계에 몸담고 계셨던건 아닌지. 예를들자면 스포츠 에이전트라던가.

전혀 아닙니다.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장기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수준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들은 그닥 전문성도 없거니와 틀린 정보도 많습니다. 거기다 전 한국 중고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무식한 놈이라 어휘도 많이 딸리고 글 쓰는 재주도 없어요. 이 모든 점을 감내하고 항상 성원해주시는 몇몇 고정 방문객들께(대표이사 시북)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하단 말씀 전합니다.

7. 아이고. 이 질문 너무 늦었군요. 닉네임에 대한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전엔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셨던것 같던데?

97년 U19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엄청난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남아공 전을 서양 친구들과 함께 보는데 질주하는 우리의 박모 선수를 보고 한 녀석이 꼭 ‘핫도그 개’ 같다며 웃더군요. 허리가 길다 이거죠. 울 선수들이 워낙 마른데다 그때는 헐렁한 유니폼을 바지 속에 넣어서 입었기에 특히 도드라져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작년에 우연히 딸아이 그림책을 보던 중 지금 것 정식 명칭을 몰랐던 ‘핫도그 개’의 이름이 바셋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이층에서 키우면 불법이라는(다리가 짧아 계단을 못 내려온답니다) 이 바셋이 한국 축구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디를 바꾼 것입니다. 그 전엔 ferenc란 이름이었습니다.

그냥 밝혀도 상관없겠죠? 그 문제의 선수는 성남의 박진섭이었습니다.

8. 블로그가 온통 호평이란 어느 분의 말에 "호평아닌 글은 죄다 삭제한다"는 이야기가 방명록에 있던데. 사실?

농담입니다. 블로깅 런닝메이트(?)이신 시북님이 호평이 많다 칭찬하시기에 쑥스러워 한말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평, 악평이 많을 경우 본문을 통째로 지워버린답니다.

# 인기 블로거에게 듣는다 9. - 지금껏 꺼낸 이야기와 통하는 부분인데. 본인이 추구하는 블로그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역시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특화된 정보통?

저에게 블로그는 ‘벽보고 이야기하기.’였습니다. 가끔 벽이 대답도 해주니 이 또한 즐겁고... 대단한 이데올로기는 없고요. 정보전달 위주로 흐르거나 누구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냥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의 쉼터이고 싶습니다. 저 자신의 쉼터이기도 하고요. 이 블로그가 약간이라도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날 분연히 접어버릴 것입니다. 참 이기적인 블로그죠?

10. 존재하는 리그 중 본인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며 좋아하는 리그는? 빅 3가 아닌 빅4라 칭하시는걸 봐서 분데스리가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만.(혹자는 독일축구더러 제일 재미없는 축구라고도 합니다만)

축구 보는 데 귀천을 안둡니다. 유소년이던 조기축구던 그 눈높이에서 보면 모두 최고의 경기입니다. 유럽리그 중에서도 특정 어느 리그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만 이피엘이 수준과 재미 면에서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피엘에 대한 이야기가 홍수를 이뤄 제 블로그에서는 가급적 다루는 것을 기피했었는데 이로 인해 가끔 편협한 안티 이피엘 축빠로 오인을 받더군요. 저는 그냥 주류를 따르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11. 블로그를 시작하시게 된 동기와 역사에 대해 소개 좀 부탁.

유유상종이라고 항상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뚝 끊기더군요. 제가 한국에 완전 돌아온 시기는 아직 유럽축구가 제대로 소개되기 전이었고, 그렇다고 제가 K리그를 알던 것도 아니니... 이후 취직하고 거의 바로 중국에 오게 되었는데 이젠 그나마 말도 전혀 안통하고... 축구 담화에 엄청 목말라 있었지요.

그러던 중 한 2년 전 블로그란 걸 접합니다. 첨엔 블로그가 뭔지도 몰랐어요. 대게는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보다 시작하는 모양인데 전 정반대였습니다. 그냥 ‘42세계(가명)’는 칸이 좁아 싫기에 블로그란 걸 만들어 벽하고 이야기하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올리기 시작하다 이 글들이 꽤 많은 사람들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거죠. 반응도 오고 하니 신기하더군요,

첨에는 의연한 마음으로 남들이 쓰지 않거나 관심 없는 비주류 축구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변절과 전향을 거듭해 지금은 무슨 스포츠 신문처럼 되어버렸습니다.

12.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자신의 기사 추천 좀.

현대 축구의 시작 50년대 헝가리 대표팀.(http://blog.daum.net/puskas/6239656)
아마 다른 모든 글을 합해도 이 글을 기획하고 작성하는데 투자한 시간보다 적을 것 같네요. 솔직히 이거 빼고 나머지들은 다 깨물면 무쟈게 아픈 손가락들입니다.

13.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위기를 꼽는다면요?

지 좋아서 하는 짓이니 위기 같은 건 없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연히 다른 한국계 회사 사무실에서 제 블로그를 보고 있는 그 회사 직원을 목격한 일이었습니다. 기분이 묘하데요.

14. 혹 따로 알리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K리그, 한국축구 많이 사랑해주세요~~

15. 말씀감사합니다. 혹 기회가 된다면 따로 인터뷰에 소개드리면 좋겠다 싶은 블로거를 한분 정도 추천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한분만 고르자니 갈등이...
홍차도둑님의 블로그를 추천하고 싶네요. http://tirano.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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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블로그 스킨 여기저기엔 클래식 자료들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후기 -

국장. 프로필 사진에 대한 소개는 질의서 하단에 있더군요.

- 사진은 제 딸입니다. 외모는 저를 많이 닮았지만 취향은 완전 달라 이후 잦은 충돌을 예상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있어 파워블로거를 지향했던 이유는 이겁니다. '성공한 블로거'라는 해석 아래에 남들과는 다른 블로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새로이 블로그를 꾸려가고자 하는 이들에 지침이 될 수 있는 소견 등을 얻고자 함이었죠. 블로거와 블로그에 대해 묻는 특별질문을 하나 넣어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단순히 지명도가 최고조에 이른 블로거를 초청하고자 한건 아니었지요.

이번 인터뷰에선 블로그에 대한 재밌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벽보고 이야기하기'. 가끔은 그 벽이 대답을 해주니 그게 반갑고, 만일 이것이 삶에 스트레스가 된다면 과감히 접을 수도 있다고 답변한 말 끝엔 '참 이기적이다'란 말이 함께 따랐습니다.

뭐. 그거면 괜찮을지도.

우연히 타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보고 있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네요. 그럼 그 상황에서 저 타인은 자신이 말을 건네고서 답변을 기다리던 바로 그 벽이며, 또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자신은 다시 한번 엇갈린 시공을 통해 3인칭 시점을 얻은 존재일까요.      

근사하군요. 언제 한번 저도 경험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