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산에 묻힌 자들에 또한번 덮친 악플 눈덩이

산에 묻힌 자들에 또한번 덮친 악플 눈덩이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나 자신이 아닐지라도 동명이인이 이름 불리며 욕 얻어먹는 모습 보고 있자면 마음 불편치 않을 이 없으리.

그게 아니면 좋은 이름에 먹칠하는 동명이인에 나도 한마디 보태야 하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순간 이름보고 멈칫. 16일 영결식은 물론 5일 사망보도에서도 비슷한 댓글, 비슷한 반응 연출. 이런데서 이름이 연호되니 좋지 않다.    
 


37. 산에 묻힌 자들에 또한번 덮친 악플 눈덩이


16일 산사나이들의 영결식이 있었다. 히말라야 K2 정상에 오른 뒤 하산 중 사망한 대원 세명의 영결식. 제2의 구조라 불리는 시신 수습도 이루지 못했기에 가족들은 마지막 얼굴도 못보고 영혼만 하늘로 올려보내야 했다.

하늘과 맞닿은 얼음관에 묻힌 이들. 한 지역신문은 "올림픽 환호에 가려진 시신없는 장례"라고 비보를 전했다. 더 많은 국민들의 조의를 바란 안타까움이었을까. 그런데.

차라리 더 가려지는게 나았을지 모른다란 생각이 들만치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말 속엔 위로와 조문만 있는게 아니었다. 비보가 터질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 네티즌들의 인터넷 조문 속엔 눈에 묻힌 저들을 또 한번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는 악플이 난무하고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가 한국인 3명을 포함 11인의 사망자를 공식 발표했던게 지난 4일. 당시 각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상식 밖의 악플이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나라망신", "잘 죽었다", "자업자득", "박물관에 전시할 구경거리 미이라" 등 생전 저들과 인연 한번 맞닿은 적 없었을 이들이 던져놓는 악언이 분위기를 어지럽혔다.

그래도 영결식에선 나아지려니 했다. 천만에.

보다 못한 어느 네티즌이 결국은 "말이라고 다 하느냐"고 외쳤다. "컴퓨터 앞에서 사람을 두번 죽인다"는 외침도 있었다. 이어지는 조문 리플 중 듬성듬성 섞인 악플이 사람들의 심정에 연결된 무언가를 마구 튕기고 있었기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악플 달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성토. 그러나 맨 아래처럼 몹쓸 글들은 줄곧 이어졌다  
 

가관이다. "개죽음"부터 시작해 산악인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글들이 터져나와 심기를 어지럽힌다. 죽은 이들만 욕되게 하질 않는다. '사랑하는 아빠 안녕'이란 제목의 연합뉴스가 전하는 어린 아들의 눈물. 그 사진을 보며 "아버지는 재혼하면 다시 생길텐데 왜 우느냐"고 태연히 적어놓은 것에 '진짜 못된 새끼네'란 꼬릿말이 줄줄이 달린건 말할 것도 없다. 악플러를 오락거리처럼 자처하는 이들의 행태는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도 분간치 못하는 듯 보였다.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자기 꿈 때문에 처자식 버리고 위험천만한데 올라 생을 마감했으니 욕 좀 먹어야 하지 않냐고.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 누구나 꿈을 간직하고 사는데 여기엔 항상 위험이 존재하며, 다만 그들의 영역은 다른 것들보다 그게 좀 더 도드라져 보일 뿐이라고 말이다. 적어도 그에 대해 비난할 권리는 그 남겨진 가족 외엔 함부로 주장할 수 없는게 아닐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