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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서스펜스 한작가" 한기주 수난시대

[올림픽]"서스펜스 한작가" 한기주 수난시대
구원 등판 3연속 실패에 비난일색, 팬들은 가슴앓이



"한기주, 세번째 구원등판인데... 안타깝습니다." - MBC 캐스터

"한편의 스릴러를 보는 듯 했다...봉중근, 한기주의 난조로..." - 마이데일리

한기주에 대한 안타까움이 또한번 묻어나왔다. 미국, 일본, 그리고 대만전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믿고 자물쇠를 맡겼던 구원투수는 내리 등판에 실패하며 '작가'라는 불명예를 끌어안았다.

한국 베이징올림픽 야구국가대표팀은 18일 대만전의 9대8 신승으로 내리 5승을 기록하며 전승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이렇듯 화려한 성적표에도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 선수가 있으니 믿었던 소방수 한기주.

삼성의 수호신 오승환이 컨디션 난조를 보임에 따라 그는 한국팀 부동의 구원투수로 지목됐다. 아니나다를까, 김경문 감독은 그에 대한 총애를 확신시키듯 예선전의 분수령인 미국과의 첫 경기와 17일 일본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세개를 맡겼다. 두 경기 다 2, 3점의 리드를 잡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두번 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홈런 1개를 포함 연속으로 두들겨 맞는 수모였다. 미국전에선 역전타를 내줘 타자들이 또한번 뒤집기 9회말에 나서야 했고 일본전에선 '넘어가면 끝, 안타면 연장'이란 벼랑끝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명예회복할 기회였던 18일 대만전에서의 이른 구원등판도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해 강판됐다. 다행히 세경기 모두 동료들이 뒷심을 발휘해 승리했지만 자칫하면 역적으로 몰릴 위기였다.

네티즌 반응은 좋지 않다. 미국전과 일본전 이후 "마녀사냥 그만두라"고 나선 팬들의 역비난에도 불구 이날 경기로 또 한번 '방화범' 등 구설수에 오른 것. 대만전 종료 직후 포털 다음의 검색어 1위는 한때 '한기주방어율'이 장식했고 승리와 4강 확정을 다룬 포털기사에선 이보다도 그에 대한 성토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한작가'란 말은 이미 네티즌들에 친숙한 단어가 됐다. 방어율 9.99, 그리고도 무패 행진이라는 희귀한 결과에 "극적인 소설을 쓴다"는 실소가 터진 것. "한작가의 드라마가 제일 재밌다", "스릴과 서스펜스 등이 점철된 작가주의"같은 반응은 결국 대만전에서 또 한번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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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스릴러 같았다"고 이날 경기를 평한 마이데일리 관련기사에 오른 500개의 댓글들은 승리에도 불구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내일 쿠바전은 전략상 져 줄겸 그를 완투시켜라"는 비웃음이 베스트의견에 오를 정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라며 앞날이 창창한 선수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수의견에 그칠 정도로 혹독한 질책이 이어졌다. 이렇듯 팬들에겐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광경이 연출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비중 때문. 팀플레이가 절실한 야구에서 특히나 대미를 장식하는 구원투수의 이같은 연속 부진은 승패를 떠나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는 것. 강팀과의 마지막 승부처에서 벌어진 일이라 개인이 짊어진 무게는 더욱 늘고 말았다. 또 한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더 큰 질책을 면할 수 없어 팬들의 탄식이 안타깝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