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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스핀 테러, 그만 두지 못해?

[오아시스] 미트스핀 테러, 그만 두지 못해?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뭔가'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불시에 당한 적이 있었지만, 참... 당할 때마다 당혹스럽다. 순간 모니터에 대고 소리를 빽 질렀다.

"어느 놈이 또 고기 돌렸어?!"


35. 미트스핀 테러, 그만 두지 못해?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두어곳 쯤 있겠지만, 기자 역시 개인적으로 즐겨 찾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몇 곳 있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중에도 한 곳이 있는데, 늦은 밤 누구 하나 채팅방을 열면 가끔 찾아가 수다를 떤다.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마주할때나 모니터로 마주할때나 하고픈 말이 많아진다. 때문에 늦은 새벽까지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 채팅방 화면이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사이트로 안내하는 모니터.

그... 말로 형언하기 힘든(서술은 간단한데 꺼내놓고 나면 스스로 감당하기가 괴롭다) 기괴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배경음악, 무한반복되는 가사.

"유 스핀 미 베이비 라잇 라운드 라잇~"

순간 '버엉~'하고 얼이 빠져있다가 창을 닫아버렸다. 아울러 새삼 방 안에 홀로 있음에 감사하는 나.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아, 테러 당했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일명 '미트스핀' 테러. 고난이도의 게이 포르노...라는 정도로만 설명한다. 여하튼간에, 고기를 서빙 못해 안달인 어느 망할 녀석이 해커질로 침입해선 링크를 걸었나 보다. 며칠전에도 누군가가 "테러당해 챗방을 폭파(삭제)했다"고 하소연하더니만, 이거였나. 

아니 뭐,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벌써 세번째. 며칠 전만 해도 누가 친절히 어떤 사이트 주소를 태그시켜놨길래 무심코 눌렀다가 피를 봤으니까. 처음 겪었을 때의 쇼크야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이 날은 좀 특별했던게(?), 어째서 저걸 두고 빙글빙글 돈다는 의미의 '스핀'이라 부르는지 그제서 이해할 수 있었음이다.

참 이상한 것이, 이젠 친숙해질때도 됐다(?) 싶건만 막상 닥쳐오니 순간 2, 3초는 상황인식을 못하고 경직된다는 거. 누구 말마따나 도서관이나 공공장소에서 불시에 당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악성 테러다.

잠시 후 다시 채팅 사이트로 들어가봤다. 충격적이었다. 몸담고 있던 방은 물론이요, 위 아래로 좌악 늘어섰던 타 채팅방도 '폭파'되어 사라졌거나 "고기는 혼자 돌려요" 등의 웃지못할 부탁을 표제로 걸고 재개장 중이었다. 테러 폭풍이 전역을 휩쓸고 간 것.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채팅방은 다른 비밀번호를 걸고(그래도 불안하지만) 다시 개방됐다. 하나 둘 다시 모이는 '난민들'(?). 들어갔더니 저마다 손을 내젓는다. 자신을 아직 어린 여학생이라 소개하는 한 대화 참가자는 "소녀, 마음이 상처로 갈갈이 찢겼다"며 우스갯소리에 씁쓸함을 담아 띄웠다.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동성이나 이성이나 끔찍하긴 마찬가지겠으나, 혹 정말 속으로 울고 있는건 아닌지 안쓰러웠으니까.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 며칠 후 게시판에 채팅방 개방을 알리는 글을 열어보니 주의사항이 추가돼 있었다. 무조건 공식로그인을 하라는 것. 손님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강제퇴장 시키겠다는 경고. "미트스핀 크리로 다들 죽고싶지 않다면"이란 설명이 더할나위없는 설득력을 발휘했다. 그 새 또 일이 벌어졌나보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사이트 등을 뒤져봤다. 작년부터 불었던 이 묘한 영상의 인기광풍(?)은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한 모양. 이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정의하며 상당히 심도깊은 논의를 꺼내는 논객도 드문드문 보였다.

그러나 기자가 주목한 점은 이거였다. 이를 가지고 '몹쓸 짓'을 벌이는 테러행각 사실이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는 점. 그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본인이 당한 것처럼 채팅 사이트에 난입, 이른바 '납치 태그'를 걸어 강제 이동 및 확인시키는 방법. 그야말로 비켜갈 방법 없는 지옥.

두번째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은근슬쩍 이의 홈페이지 주소를 남기고 가는 것. 모르는 이들은 무심코 눌렀다가 지옥을 본다. 

세번째가 호기심을 자극하는(물론 본문과는 무관한 내용의) 제목의 글을 게시한 후, 클릭하면 관련 동영상이 흘러나오게 만드는 것으로 이젠 고전적인 수법이다.

확인해보니 "당했다"고 밝히는 네티즌들 중 상당수는 그냥 "앞으로 조심해야지"라며 웃고 넘어간다. 그러나 이는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이들에 한한 이야기.

늦은 시각이라곤 하지만 누가 접속해 있을지 모를 채팅방을 무차별 제물 삼거나 일반 커뮤니티 게시판에다 이를 남기는 자들이여. 혹 자신의 장난에 선택의 여지 없이 무작위로 걸려드는 이들 중 누가 포함돼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인터넷 상엔 미성년자도,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며 당일 인터넷에 접속한 자체를 후회할 자도, 마음에 큰 상처와 충격을 받을 이도 있음을 생각했는가. 당신들 장난에 웃으며 유쾌히 넘길 '대인배'만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당신들 장난에 어린 학생이 걸려들지, 순박한 사람이 피해를 볼지 어떻게 아는가.   

아아, 당신들에게 감사할 점이 딱 하나 있다. 원본에 배경음악으로 쓰인 곡의 존재를 알려줬다는 것. 어떤 영문으로 여기에 사용됐는지 자세한건 모르겠지만(혹 가사 발음 유사성과 스핀 안무 때문인가) 여하튼 사용된 원곡은 팝계 전설의 명곡이란 평가답게 확실히 괜찮았다.


출처 - 엠엔캐스트 soullaphael 님. 본래 이 곡의 멜로디와 영상은 은근한 매력을 담고 있다

괜히 네티즌들의 요구로 노래방에 수록된게 아니구나 싶을 만큼 중독성 강한(mp3에 저장해 듣고 다니다가 영상이 떠올라 곤혹스럽다는 네티즌들도 있다) 이 곡을 알게 해준 것엔 감사할 따름. 원곡은 원곡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이건 이거대로 또다른 의미를 부여해 줘야 할까.

근데 이거 딱 하나다. 혹, 이걸로 당신들 죄가 용서되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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