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으신 분들, 왜 친한 척입니까
보고 나서 왜 거슬리나 했더니 아아, 높으신 분들께서 이리도 친한 척 다가오는게 거슬렸던게다.
뭔가 착각하시고들 계시다. '살려주이소'란 절박한 표현까지 내걸며 민생의 적을 규정했다면, 당신들도 엄연히 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단 한나라당 뿐 아니라 통합민주당을 비롯 다른 정당의 여러분들까지 모든 나으리들이 그렇다. 광고에서든 논평에서든 '10년론'이니 '1%대99%론'이니 '심판론'이니 모두가 결국 꺼내보이는 이들 역시 비켜갈 수 없는 것들.
다른게 있다면 '어느 도적 소굴이냐'하는 차이. 뭐,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는 "하긴 당신들은 해먹을 데가 없었지"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던데 이게 그들에 있어 웃을 일인지 울 일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 최소 투표율 가능성에 "50%도 힘들 듯"이란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걸 보니, 이는 결국 어느 곳 하나 마음 주고 정 붙일 아군이 없는 "적들만의 잔치"란게 아닌가. 정말 밀어주고 싶은 당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무관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터, 결국 여러분 모두의 자업자득이다. 적어도 대립하는 특정 정당을 두고서 "당신들을 힘들게 한 적"으로 규정한 뒤 "우리는 여러분 편입니다"란 말을 꺼낼 처지는 그 누구도 아니란 말이다.
먼저 한나라당. "지난 10년간"을 꺼내며 "우린 저 시대와 무관하다"는 듯 시청자들에 가까이 다가서려 하는데, 국민들에 있어선 한나라당 역시 그 힘든 시기의 책임자 중 일부다. 어디 집권 세력만이 정치를 했던가. 당신들은 야당으로서 정치를 했고, 주역이든 조역이든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될때마다 함께 엉켜서 울고 웃게 만들지 않았느냔 말이다. 저 10년 사이엔 '차떼기' 촌극을 보였고 여당으로 복귀한 최근엔 온갖 부정으로 가득한 이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러기도 저러기도 곤혹스러워 했던게 여러분이다. 이번엔 야권. "1%를 위한"에 "누구를 심판해야 한다"라며 피아를 친히 갈라주시고 "저들은 피고인, 우리들은 여러분과 함께 할 집행자"로 규정 및 자처하는 모든 야당의 여러분.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지난 시대의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전부가 힘든 시절, 우리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혹은 이를 막지 못한 이들이다. 적어도 당신들이 스스로 "힘들었다"란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 힘든 시기의 책임은 발언자까지 포함해 모두가 나눠가져야 한단 말이다.
정녕 국민들에게 솔직히 한 표를 외치고 싶었다면, 당신들은 저렇게 다가올게 아니라 먼저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당신들의 적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당신들을 적으로 돌려버렸습니다"란 고백이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나서 "이젠 달라지겠습니다, 대결하고 있는 저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겁니다"란 다짐과 약속이 나왔어야 했다. 헌데 어찌하여 "왜 이리 친한 척 하십니까"하고 반문케만 만드는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여당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당을 공격하며 "우린 같은 편이예요"라고 말하는 모든 정당의 문제다. "우리가 먼저 사과드리고 손을 이렇게 내미니, 부디 이 손을 잡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광고의 주인공은 어찌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가.
결국 선거철에는 모든 정당과 후보자, 정치인이 우리 국민의 친구고 철이 지나면 다시 죄다 못믿을 친구가 되어버리는 건가. 그리고 다시 친해지는데는 또 다시 한 4년? 당신들은 저리도 필요할 때마다 넉살좋게 친한 척 다가와주건만, 우리는 이리도 그것을 받아주기 힘들어 최저 투표율을 염려케 하니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교성이 부족해서일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