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차후 에피소드는 촛불집회... 새 카드 꺼낸 MBC
"회식은 좀 뒤로 미루자. 정치부에서 협조부탁이 들어왔다. 사회부가 촛불집회 보도를 맡는다."
'캡' 오태석(지진희 분)의 말에 회식을 고대하던 GBS 사회부 기자들의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물론, '국민방송 MBC'를 외치던 시청자라면 이들과 반응을 같이 했을 것이다.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드디어 촛불정국을 다룬다. 가슴앓이를 하던 서우진(손예진 분) 기자의 복귀 무대는 현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의 스케일로 마련됐다.
12일 밤 방영된 10회 분. 마지막 장면에서 서우진 기자는 방송 중계차 안에서 출동을 앞두고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영환건설 에피소드에서 한단계 성장한 '고문관' 이순철(진구 분) 기자가 함께 한다. 오태석의 지원자 접수에 기세좋게 나선 두 사람이지만 출전을 앞두고선 기가 죽는다.
이순철 기자는 "깔려 죽겠다. 그냥 중계차에 있죠?"라며 선배 이상으로 몸을 사린다. 중계 모니터의 군중들을 바라보며 꺼낸 다음 대사가 압권이다.
"기자만 보면 가만 안 있는다는데."
그간 언론에 대해 불신과 분노를 표출해왔던 군중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허구의 기자가 현존하는 현상을 향해 되뇌인 말이기도 하다. 물론 선배는 이를 묵살, "같이 나가는거다"라며 그를 끌고 나선다. 어쩜 "GBS(MBC)기자는 겁나도 현장에 나간다"라는 해석을 바라는지 모를 일이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에 "현 촛불정국을 보도해달라"는 의견은 이미 네티즌들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쇠고기 파동과 민심의 언론보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MBC의 드라마라 가능했고, 또한 마침 시국과 맞물려 등장한 보기드문 기자 전문 드라마기에 가능했던 요구사항이었다. 가능성 여부에 있어선 충분히 주목할 수 있는 사항이었으며 또한 실제로 다가왔다. 여기에 현장에서 '국민방송 MBC 사랑해요!'란 환영사를 받는 MBC보도진의 현 입장과 더불어, 시청률에서 한단계 나아가고자 하는 제작진의 이해관계가 함께 맞물려 실현됐을 거란 추측은 무리일까.
결과적으로 여론은 MBC에 대한 시각 범위를 더 넓히게 됐다. 뉴스데스크 - 대하드라마 이산(엄기영 MBC 사장은 종방연에서 이산 열풍에 대해 "현재 민심이 바라는 이상적 군주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우연이든 필연이든 이산은 현정국과 묘하게 매치됐다) - PD수첩으로 이어지는 화요일에 이어 목요일엔 뉴스데스크 - 스포트라이트 - 100분토론으로 이어지는(100분토론은 1시간 늦은 시간대인 12시로 옮겼으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편성, 12일 당일도 스포트라이트 뒤에 곧바로 편성됐다) 새 삼각편대가 편성됐다. 물론 MBC가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는 정부 및 보수층에 있어선 주간 나이트메어가 하루 더 늘어난 판국이다.
그간 논조를 달리해 온 메이저 보수 신문들과의 극중 대립 역시 전망케 한다. 이미 스포트라이트는 GBS와 '명성일보'간의 마찰을 다룬 바 있으며 영환건설 에피소드에선 "4대 일간지가 모두 돌아섰다"란 위기가 설정됐다. 뇌물 사건 조작보도에 뒤엉킨 새 신문도 등장했다. 현 정국의 주요 갈등 중 하나인 언론 대 언론의 양상을 꺼내보이기 위한 사전 설정은 이미 준비된 상태.
쇠고기 파동에서 촛불 민심을 사로잡은 MBC는 '전문 기자직 드라마'를 또 하나의 카드로 꺼내들었다. 정부와 '빅3' 일간지에 맞서고 있는 MBC가 이번 카드를 통해 어떠한 공세를 새롭게 펼칠지 주목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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