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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설, 실명, 속옷벗기기... 경찰 줄줄이 해명에 진땀

사망설, 실명, 속옷벗기기... 경찰 줄줄이 해명에 진땀
경찰 "허위 및 과장" 해명, 그러나 의혹은 '눈덩이'...네티즌 사망자 의혹 사진 분석, 최초게시자 검거에 새국면



2일 오후, 기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1일 집회 취재 중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만난 예비군복 청년이었다.

"사실여부를 혹시 아시나 해서요. 여학생이 경찰에 헤드락 자세로 목이 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는 앞으로도 집회에 참가할 예정인데 만일 저게 사실이라면 현장에서의 안전문제가 또 한번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네티즌 사이에선 2일을 전후해 '여학생 사망설'이 여기저기서 나돌았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경찰의 목졸림에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글이 그 것. 가뜩이나 최대 규모의 철야 집회에서 수십명의 부상자와 200여명의 연행자가 나와 악화된 민심에서 이같은 사망설의 여파는 불 보듯 뻔한 일.

그러나 경찰은 곧바로 '악의적 허위 유포'라고 대응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이 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해명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다. "언급된 시간과 장소(2일 새벽 1시40분 덕수궁)엔 경찰이 없었기에 이는 허위이며, 이 같은 악의적 글을 게재한 자를 검거하고자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

그러나 다음날, 경찰은 또다시 사망설 진화에 나서야 했다. 이번엔 경복궁 통의파출소 앞이란 설명과 함께 정황 사진 몇장이 게재됐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전혀 사실과 관계없는 사진으로 확인됐다"고 거짓임을 주장. 3일 해명자료는 "지난 덕수궁 유언비어가 허위로 밝혀지자 이번엔 무관한 사진 10장을 게재해 내용을 짜 맞췄다"며 역시 사이버수사대가 악의적 게재자의 검거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일 해당 홈페이지는 또 한번 추가 보도자료를 내놨다. 위 내용에 이어 "확인 결과 서울경찰청 소속 306중대 방 모 상경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 경찰 차량으로 후송된 것이 사진의 실상"이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네티즌들의 '쓰러진 이는 민간인'이란 근거로 제기되던 신발과 의류에 대해선 "당시 상의는 탈의시켰고 흰색 운동화는 방 대원이 발목 부위를 다친 탓에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라 알렸다. 이로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틀 사이 사망설을 놓고 무려 3번의 보도자료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 의혹은 계속됐다. 경찰청 자유게시판에선 "각 언론사마다 보도 내용이 틀리다"며 "각 기사와 보도자료가 엇갈리니 명확히 밝혀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진원지인 다음 아고라에선 꾸준히 사망설이 제기. 4일 오후 4시 아고라에서 '사망설'로 검색한 결과 1시간 내 등록된 게시물만 70여건에 달했다. 일부에선 "경찰이 심폐호흡 후 후송됐다란 확인내용이 갑작스레 추가된 것도 수상하다"고 밝혔고 심지어는 현장에 있던 경찰들의 입막음을 위해 금품이 지급됐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최근 어청수 경찰청장이 2억6000만원을 전경부대에 격려금으로 지급하라 지시한 것을 두고 이와 이상하게 시간이 맞아 떨어진다는게 추측의 근거. 현재 한 네티즌은 "지급내역을 수사하라"는 요청을 청원란에 올려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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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소울메이트 님 게재물 중  

일부 네티즌은 쓰러진 이의 소지품을 분석하거나 사진을 확대해 조작 여부를 논의, 심지어 주변에 있던 일부 경찰의 얼굴을 두고 모 기동대의 대원 얼굴과 대조하는 등의 치밀한 추리까지 들어갔다. 현재 이를 주시하는 네티즌들은 "제발 사실이 아니면 좋겠다"에서 "아무래도 사실에 가까워지는 거 같다" 까지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사망설과 관한 소문은 경찰 해명에도 불구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

그리고 4일 오후, 사망설을 처음 꺼냈던 게시자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초 게시자 48세 최 모 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며 "이 글을 시작으로 허위사실이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보이며 최 씨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 및 수사 후 신병처리할 예정"이라 밝혔다. 언론보도 초반, 지방지 기자로 알려졌던 게시자는 곧 머니투데이 등을 통해 "지방지 기자가 아닌 블로거"라 보도되면서 혼선을 빚기도. 좀 더 확실한 정황은 차후 공식발표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나 현재 그가 활동했다고 알려졌으며 경기 일부 지역 지명을 이름에 사용한 사이트는 네티즌들로 이뤄진 모 뉴스사이트와 연결되는 것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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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살아보자 님 게시물 중. 게시자는 사진에 대해 "사망설이 조작됐다는 건 아니나, 이 사진은 포토샵으로 조작됐다"고 추론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밖에도 집회와 관련, 해명 자료를 여럿 내놓고 있다. 일부 카페에서 제기된 "경찰이 집회자를 강간 했다"는 글에 대해선 "구체적 시간과 대상자가 없고 작성자 또한 실명 아닌 닉네임인데다 앞뒤 문맥도 맞지 않고 동영상, 사진 등의 증거자료도 없는 허위"라 주장하며 역시 사이버수사대 수사 착수를 3일 밝혔다.

논란이 됐던 속옷벗기기 동영상 논란에 대해선 3일 "과장된 설명"이라며 "당시 전경버스 위에 위험한 상태로 시위를 주도하던 남성들을 전경이 끌어내리다 떨어지려는 이를 전경이 허리춤을 잡고 당기는 과정에서 운동복 바지가 벗겨졌고 전경도 이에 놀라 놔 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논란인 물대포 실명에 대해선 2일 "실명 등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란 당직의사 소견을 소개했다. 경찰은 물대포로 눈을 다친 김 모 씨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반실명 상태, 뷰스앤뉴스의 실명위기 은폐의혹 보도에 대해 "약간의 출혈이 있으나 입원까진 필요가 없다"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안과 당직의사 소견과 "실명은 우려되지 않아 약 처방 후 귀가조치시켰다"는 안과병동 담당의사 소견을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씨는 집회 도중 부상당한 시민들이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한 검찰고발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에 함께한 국민대책회의는 김 씨의 시력이 1.5에서 0.3으로 떨어져 반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 경찰의 '심각하진 않다' 해명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 이 역시 현재진행형 논란으로 남았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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