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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자유계약 영역

'여승의 전투식량' 기다릴거 없이 뜨거운물만 붓는 시래기국

'여승의 즉석 절간음식' 뜨거운물 부어 먹는 시래기국




경북 상주시. 도림사라는 절이 있다.
도림사는 몇가지 특색이 있는 절이다. 하나는 비구니, 즉 여승들만이 모여 지내는 사찰이란 점. 여심이 곧 불심인 곳이다.
또 하나가 절로 진입하는 길에 펼쳐지는 광경. 뭔가가 나뭇가지 사이사이 마다 쭉쭉 걸려있다. 시래기다. 무는 간데 없고 무우청만 가득 널려 햇살에 건조된다. 
그리고 그것은 절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절정에 달한다.

대체 신성한 절에 웬 먹거리가 널려있는거지. 




그게 다는 아니다. 경내로 진입해도 시래기는 사방에 널려 있다. 늦가을을 내려다보는 석상의 여심마저 감싸안은 별난 광경이다.

시래기엔 또다른 비밀이 있다. 이 시래기들, 사실 된장양념이 버무려져 있어.
이쯤하면 성미급하고 머리회전도 빠른 사람이 무릎을 탁 치고 남는다. 그냥 물끓는 솥에다 넣으면 다른거 필요없이 그냥 시래기된장국 완성. 정말로 즉석식량이 널려 있는 셈이다.




마침 주지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스님인 동시에, 공장장이다.
도림사는 사찰인 동시에 자연산 먹거리의 팩토리다. 지금 말려져가는 저 시래기는 '도림원즉석우거지된장국'이란 이름으로 가공되어 판매되고 있다. 정말로 이미 상품화된 즉석식품이다. 사실 이 외에도 저 장독대안에선 고추장, 된장 등이, 또 여기저기선 무말랭이들이 또다른 상품라인으로 함께 만들어지는 중이다.




 
도림사를 감싸고 있는 시래기의 완성품. 10개들이로 1만원에 판매되는 이것은 현재 도림사 현지에 직접 찾아와야 구할 수 있는 레어 아이템. 현재로선 딱히 판매되는 유통라인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대량 판매하기엔 물량이 현저히 부족하다. 사찰음식과 패스트푸드의 절묘한 조합이다.

이것의 유래를 들었다. 주지스님은 본래 "우리들 비구니의 전투식량으로 고안된 아이디어"라고 간략히 밝힌다. 도림사 스님들이 비상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식량으로 빛을 본 이 즉석 우거지된장국은 속세의 시계가 과거와는 비교할수 없게 급박히 돌아가는 한편, 웰빙바람에 산채음식이 각광받은 이 시대와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태어났다. 절 안에서 자연광을 받으며 건조되어가는 시래기. 이른바 패스트푸드 사찰음식이다.

아무래도 시래기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1만원치를 사서 가져왔다. 그리고, 한 포 뜯어 시전해 봤다.






기다릴 것도 없다. 뜨거운 물에 담기자마자 곧장 끝났다. 진정한 의미의 즉석음식이다. 적당히 짭짤한 시래기국. 직접 만들어먹자니 곤란하고 엄마의 손맛은 그리운 그런 사람들에 있어 반가운 맛이다.



권근택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