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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자유계약 영역

'국내에 딱 하나' 지체장애인 야구단을 아시나요

'국내에 딱 하나' 지체장애인 야구단을 아시나요
ss정립야구단 "타석옆 대주자, 도루 빼곤 다 똑같음"



경기도중 생업현장으로 전력 이탈하는 국가대표팀, 한국 유일의 '지체장애인 야구단'

경기가 4회에 접어들 때 한 선수가 감독에게 "저 먼저 가볼게요"라 말하고선 환복한다. 감독도 "그러세요"라 존대하고선 별 일 없다는 듯 곧장 선발명단을 바꾼다. 아주 희한한 야구장 풍경이다.

택시 반납 시간이 되어 회사에 가야 한다고 했다. 생업이 달려있는 일이기에 별다를 일도 아니다. 정식명칭 'ss 정립지체장애인야구단'에겐 그렇다.

이 야구단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유니폼을 보면 알겠지만 '국가대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예의 용사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엔 단 하나밖에 없는 팀이라 그렇다. 한국에서 지체장애인으로 구성된 야구단은 ss정립야구단 단 하나다.    

이름에서 보듯 이들은 '서울시 장애인 체육회'와 아차산 인근에 위치한 장애인체육인들의 성지 '정립회관' 소속인들로 구성된 팀이다. 소프트볼과 야구, 두 가지 종목을 겸하는 팀인데 구석모 감독은 소프트볼보다 야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경기 도중 "소프트볼은 친선게임만 진행하지만 야구는 국제경기를 치르는데다 잘 만 하면 협회도 만들어지고..."라고 독려하는데서 그것을 엿볼 수 있다.




일본 대회에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 외로운 국가대표

팀의 상황은 열악하다. 한국 내 팀이 하나니 같은 여건에선 스파링 파트너도 없다. 당연히 리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회는 간판만 존재한다. 모두 생업과 병행하고 있기에 경기 중에라도 전력 누수는 변수 아닌 변수다. 지원 받는 거라곤 야구공과 장비, 그리고 해외전지훈련 겸 대회에 나갈때 비용 중 일부를 지원 받는 정도.

그럼 훈련과 경기는 어떻게 하나. 한달에 몇번 스케줄을 조율해 연습한다. 경기? 앞서 말했듯 지체장애인 야구단은 이들이 유일하다. 자체 청백전이라도 하는건가. 이 야구단의 전체 멤버는 비장애인 감독및 코치진 3인과 지체장애인 선수 14명 총 17명이다. 이들이 곧 한국 지체장애인 야구인의 전부다. 이렇다 보니 둘로 나눌 선수가 부족해 청백전 같은 연습경기를 할 수도 없다. 그럼 방법은 단 하나. 비장애인들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단과 친선 경기를 갖는 건데 상대편과 지체장애의 사정에 맞춘 룰을 조율해야 한다. 사실 차이를 두는 점의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 연습이나 친성게임 외에 정식 대회 같은 곳엔 참여할 수 없는가. 국내에선 그렇다. 리그는 커녕 함께 경기할 팀 하나가 요원한 실정. 단, 매년마다 참가하는 대회는 있다. 옆나라 일본에서 열리는 지체장애인 야구단들의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하는 거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와 다르다. 야구 시스템이 탄탄한 나라답게 지체장애인들로 구성된 야구단은 30개에 달한다. 당연히 리그전도 있고, 전국규모의 대회도 있다. 이 대회에 SS정립야구단은 '한국국가대표'로서 초청팀 자격을 얻어 출전한다. 

안타깝게도 일본의 벽은 높다. 투수의 공 자체가 매우 빠르고 강력해 공략하기가 힘들다고. 팀매니저이자 3루수, 9번타자인 한완길 지도자 (서울시 장애인 체육회)에 말에 따르면 5번 싸워 1번 이기기가 힘들다고. 뭐, 처한 상황이 다르니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들의 야구와 다른 점 하나 - 대주자 시스템

그럼 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의 야구는 일반인 야구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사실 가짓수만 놓고 보면 그리 많지는 않다. 하나는 대주자 시스템. 가끔 보면 사진에서 보듯 타자가 타격을 할 시, 또 한명의 선수가 대기하고 있을 때가 있다. 동영상으로 상황을 보자. 





야구는 크게 '치고, 달리고, 던지는' 경기인데 타자 중 달리는 것이 어려운 선수에겐 이같은 특별 시스템이 적용된다. 다리에 장애가 없는 선수가 대신 달려주는 것. 즉, 타자는 그야말로 치는데만 집중하면 된다. 발이 빠른 선수는 그것만으로도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


다른 점 둘 - 도루가 없다

도루가 없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주자가 나갔을 시 베이스에서 세걸음을 떼는 리드는 가능하지만 도루 및 견제는 장애를 핸디캡으로 지닌 이들에게 있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해서 경기를 펼치기 전 일반인들로 구성된 상대팀에겐 이를 먼저 약속하며, 상황에 따라서 리드 허용과 불허도 함께 정한다.




다른점 셋 - 연식 야구공을 사용하고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다 '프로가 아니라구요'

사실 이 부분은 프로가 아닌 사회인 및 주니어 야구에선 공통사항일 수도 있는데 이들은 '실밥 108개와 그 수만큼의 혼이 담겨있다'는 프로인들의 공인구가 아닌 연식 야구공을 사용한다. 이 부분은 차이점을 설명하던 사람조차도 순간 의식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리고 배트 말인데, 아마추어 야구답게 당연히(?) 알루미늄 배트다. 혹여 프로처럼 나무배트만 사용하지 않는가라 묻는다면 당연히 알루미늄이다. 고교야구에서 들려오던 '까앙'하는 소리를 여기서도 들을 수 있다.

하나하나가 경기에 있어 매우 큰 요소지만, 정말로 가짓수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 큰 차이는 아니지 않은가.


이들의 봄은 언제인가 

팀 1개. 플레이어 총 14인. 감독 1인과 코치2인. 이들이 곧 국가대표. 협회는 명문으로만 존재. 이것이 현재 한국 지체장애인 야구의 현주소다. 어지간한 사회인 야구단과는 비등하게 싸우고 약한 팀의 경우는 대승도 거둘 수 있는 기본기를 갖췄지만 본궤도에 오른 일본팀들에겐 한국대표라는 이름이 무겁기만 한 이들. 경기 도중 택시를 회사에 반환하러 돌아가야 하고 텅 빈 관중석 사이에서 야구하는 이들. 리그는 꿈일 뿐이고, 그저 함께 싸울 같은 여건의 팀 하나만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이들. 아니, 그에 앞서 팀 내부만이라도 자체 청백전이 가능하도록 좀 더 인원이 보강될 수 있다면. 사람이 적다보니 수비시엔 벤치가 텅 비고야 만다. 
장애인 스포츠야 어느 종목 할 것 없이 부족한 여건 속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이들의 무대는 '그래도 인기종목인데...'란 물음표부터 붙을 정도다. 어지간한 종목은 패럴림픽이나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장애인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그래서 국가대표단이 꾸려지고... 란 절차를 밟지만 이들의 야구는 그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구 감독의 "우리가 잘해야 협회도 만들어지고(명문화된 존재는 있지만) 또 국제경기도 이뤄지고..."란 말이 나온 것이었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등으로 세계적 야구강국의 위상을 갖춘 한국이지만, 장애인에게 있어 야구란 여전히 금단의 벽처럼만 느껴지는 영역.
본디 장애인의 체육활동 및 스포츠 활성화는 그들의 삶 및 재활에 큰 의미를 둔다. 엘리트 육성을 통해 패럴림픽같은 세계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생활체육을 통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을 도모하는데 근원적 목적이 있다. 이미 야구가 장애인들에게도 생활화된 일본처럼 한국 또한 인기종목으로서의 열기가 이들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권근택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