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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할, 제8교시 후 하느님이 부처님의 봇짐을 짊어준다

[리뷰] 할, 제8교시가 끝나면 하느님이 부처님의 봇짐을 짊어주는데




천애고아로 자라난 두 형제가 있다. 형은 신부 미카엘로 세상을 살지만, 동생은 "부처를 만나봐야 겠다"고 절에 들어가겠다고 밝힌다. "하느님의 뜻을 다 알기나 하냐"던 형은 결국 십자가를 쥐어주며 "이것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떠난다.

동생은 '우천' 스님이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는다. 이에 주지스님 '청송'은 그와 함께 좋은 날 여행을 떠나 부처수업을 한다.

영화의 주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라면 대략 이 정도다. 제8교시까지 챕터가 나뉘고, 불교의 가르침이 멋진 영상미와 함께 펼쳐진 뒤, 마지막엔 성경의 가르침이 함께 뒤따른다. 어찌보면 불교와 천주/기독교가 한데 모인 종교영화다. 

 


영화 할은 계속해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불교의 이야기.
뜬금없이 얼마전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아따맘마가 생각난다. 고급 일식집에 찾아간 엄마와 친구 일행은 야릇한 표정으로 음식을 씹으며 "이것이 일식인가 뭔 맛인지 참 심오하다"고 밋밋함과 심오함의 경계서 헤멘다. 집에 돌아가서 일식을 만들어 본 엄마의 솜씨에 가족들도 심오한건지 니맛도 내맛도 아닌건지 꼭 같은 표정으로 씹는다.

이 영화도 초반부는 딱 그 맛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 스님의 저명한 말이 나오는데 이거야 알면서도 알 리가 없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초반부는 일반대중영화에 길들여진 관객에겐 무지 곤란하게 다가온다. 교육용 다큐멘터리인가 싶기도 하다. 혹시 DMZ 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전하진 않았을까 싶을 만큼 그 프레임은 확실히 이질감이 있다. 




그래도 중반부쯤 되어 눈에 익으면 이건 다른 영화와는 또다르게 다가온다. 제4교시 쯤 되면 불교의 말씀도 어느정도 알아들을 것 처럼 쉽게 다가온다. 

이 장면 말인데, 제자가 향나무로 부처를 다듬고 있으니 스승은 "이것이 향나무냐 부처냐"하고 묻는다. 

해답은? 청송은 "향나무에겐 예나 지금이나 향나무인데 인간 눈엔 부처도 생겼고 장승도 생겼고 여러가지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대로 이끌리는게 사람이라고 한다. 많은 이야기 중 가장 확실하게 와 닿은 것이 이 부분이다.



이 작품은 출연자보다 환경에 더 눈이 간다. 출연자는 스탭롤에서 10명이 나오는데 사실 거진 대부분이 청송과 우천 스님 둘만의 이야기이고, 형 미카엘과 가끔 회상신에 나오는 두 형제의 어린 모습, 인터뷰에 나온 할머니 두 사람. 딱 이 정도가 기억에 있다. 잘생긴 청년스님은 나오지만 예쁜 여주인공은 없다. 상업적 잣대로 보면 아예 그것을 접었다. 영화 자체가 해탈의 경지다.

영화는 그 대신 미인 이상으로 아름답고 혹은 더 섹시해보이기까지 한 영상미로 대체한다. 나룻배를 저어가는 물가와 산수의 절경은 햇빛 아래서 여체보다 더 감미롭고 완벽한 굴곡을 보여준다. 갑자기 나오는 코끼리나 고양이, 물반고기반의 떼는 뜻밖의 동물 출연자인데 재밌는 부분이다.




근심이 대개인 생각을 불에 태워버리고 우천은 점차 밝은 표정을 찾아간다. 본디 불교의 수업은 질문만 던진다고 가르침을 주지않던 청송은 말미에 "너도 이제 살림살이가 많이도 늘었구나"하고 웃어제낀다.

87분. 짧은 런닝타임 후 영화는 교파를 떠나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결국 공통점을 가졌음을 알린다. 마지막엔 우천이 미카엘과 만나 끌어안는데, 여기서 형은 동생의 봇짐을 대신 져 준다. '부처와 예수가 만난다'(사실상 초코파이교에 가까운 나로선 하느님과 예수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영화의 타이틀은 여기서 영상화된다.

영화는 가을 정취를 담고 있어 이 계절에 딱 맞기도 하다. 사람보다는 세계의 모습을 더 많이 담았다. 아울러 평소 다른 영화에선 찾기 힘들던 것들의 아름다움을 내보인다. 부족, 결핍했던 시각적 영양소가 제공된다. 

이 시대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존재하는 종파 조차 서로 대립하며 고통을 낳고 있다. 영화 마지막은 그래서 특별하다. 부처와 예수(혹은 하느님)가 얼싸안고 만나는 모습은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종교인들의 모습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