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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너무 잘만들어져 문제' 이마트 종이가방

너무 잘만들어져 문제인 이마트 종이가방
이마트 1일부터 비닐봉투 판매금지, 종이가방 써 봤더니



어쩌다 보니 종이가방을 다 리뷰해 본다.
그게... 지난주 화요일, 그러니까 5일이었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게 됐다. 일주일간 먹을 식료품을 사는데, 시장을 볼 때면 항시 생각못한 물품이 끼게 되면서 장바구니 부피가 조금은 커지게 된다. 이 날도 예외가 아니라서 몇시간 지난 반액세일 초밥 한팩에 치킨(이날 롯데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있었다) 한마리가 올랐고 이 때문에 애 좀 먹었다.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지 않고 그냥 두 손으로 품고 다닐 요량으로 돌다 보니 나중엔 우동 봉지를 입에 물고 다니며 쇼를 했는데 이거 누가 사진으로 찍었으면 꽤나 웃겼을 테지.

짜장라면 한 팩, 우동 한팩, 스파게티 한팩(누가 보면 면식 매니아인지 알겠군), 우유 한팩과 콜라 한 페트, 치킨과 초밥 하나씩. 이게 이 날 나의 쇼핑목록이다. 일전에도 말했듯 내 일주일치 식비는 2만원. 2장을 꺼내니 동전 몇개가 거스름돈으로 떨어진다. 

여기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비닐봉투를 안 판다는 거였다. 1일부터 이마트 내에서 비닐봉투 판매가 전격 금지됐다나. 

그럼 어쩌라고.
선택지가 두개 있었다. 하나는 종량제 비닐봉투를 사는 것. 350원이라나. 
또 하나가 종이 가방이었다. 이건 장당 100원. 내 선택은 당연히 단가가 저렴한 후자였다. 

이마트 종이가방 써 보셨나. 난 이 물건 처음 본다. 집어넣는대로 옆으로 벌어지는 비닐봉투와는 달리 이건 부피가 한정되어 있어 넣는데 애를 먹었다. 우유 팩 넣고, 라면팩 넣고, 콜라페트 넣고... 그러다 이게 제대로 안 들어가서 다시 빼고 넣고...   

일단 다 넣긴 넣었는데... 여기서부터가 또 문제인 거였다. 갑자기 한 장을 더 사야 하지 않을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별로 안 산 거 같지만 음료가 두개 있다보니, 꽤나 무거운 것. 드는 순간 밑이 빠지면서 와라락 쏟아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필시 그리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간이 문제일 뿐.

안고 다닐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무지 곤란하다. 버스타고 집까지 20분은 가야 하기 때문.

어쩌나 하다가... 일단 그냥 1장으로 강행군을 선택했다. 직업병은 고칠수가 없는지라, 가다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곧장 기사던 블로그 포스팅이던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그 와중에 일었다. "쏟아지기만 해봐라"는 심보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장바구니를 미처 가져오지 못한 고객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서 100원씩이나 내야하는 종이 가방이 퍽퍽 찢어진다면야 이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느냔 말이다.    

가양동 이마트서 백석초등학교 버스정류소까진 꽤 걸어야 한다. 거리 한 가운데서 낭패를 보는 건 아닐까 하며 조심스레 손잡이를 쥐었다. 그런데.

얼레? 분명 손잡이도 종이건만, 생각보다 끈끈하다? 수킬로는 족히 나갈 무게인데 그래도 좀 신경은 써서 만들었구나 했다.

덜컹이는 버스 안에서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여기서 터지면 곤란해서 였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말은 이 때 쓰는게 딱이지.

버스에서 내려 다시 집으로 몇분을 걷는다. 마음은 위태위태한데, 종이가방은 건재했다. 기특하게 여겨야 하는지 고발성 생활기사(?)를 날려먹은것에 미워해야 하는지.

언제라도 종이의 내구성을 절감하며 나가떨어질 거라 생각한 가방은, 그렇게 집까지 안전하게 내용물을 운반해 왔다. 

생각보다 킬로수가 적게 나갔나? 몸무게 재는 저울 위에 올려다 봤다.  




음. 6.3 킬로그램. 처음엔 6.5킬로였는데 두번째는 6.4, 다시 6.3... 역시 마데 인 차이나라 그런가. 확실한건 6킬로는 분명 넘었다는 거다.

6킬로그램. 이만하면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무게다. 노트북 2개 값이 아니던가. 헌데 이게 종이재질 가방이 견뎌낸다는 건 역시 좀 의외였다. 버스에서 보낸 시간 제외하고 손에 들렸던 실제 시간은 못해도 15분 내외인데. 언제라도 찢어질거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도 분명, 물에 젖으면 찢어지겠지 싶어 물에 담궈도 볼까 했으나... 그만두었다. 종이재질인거 뻔히 알면서 그렇게 실험하면 작정하고 비난한다는 소리를 면키 어렵겠지. 그렇게 해서 예기치않은 이마트 종이가방 리뷰는 마무리.

비가 오는 날은 분명 꺼림칙하다. 양초질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 그것까지 바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른 날이라면 기존 비닐봉투를 대체할만한 내구력을 충분히 지녔음을 인정 안 할수가 없게 됐다. 나는 항시 공정하니까. (내 입으로 말하니 코미디가 따로없군) 인정할 건 인정한다. 50원하던 봉투가 100원으로 부담이 가중된건 내심 못마땅하다만, 환경문제라면야 뭐 할말은 없군. 그리고 이만한 내구성이면야 아쉬운대로 재활용 역시 가능하다 싶다. 아무래도 비닐보단 종이가 보기엔 낫지. 또다시 뭔가 무게 좀 나가고 부피도 큰 것을 담고 나가야 할 때 한두번 더 쓸 수 있다면 100원 값만큼은 한다고 해야 하나.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이마트 칭찬을 해주는 셈이 됐다.

그래도 굳이 태클을 하나 건다면, 이 종이가방을 만든 이마트 입장에선 또다른 점에서 곤란할 수 있다는 거다. 겉으로야 장바구니 활용이니 환경이니 하지만, 실상은 그간 몇십원에 판매하던 비닐봉투로 얻는 수익을 무시 못했을 터.
이걸 이제부터 종이가방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단가야 다소 높아졌다지만 실 마진은 모르는 법이고(겉으로 보기엔 이게 인건비는 더 들었지 싶다) 내구력이 (종이치고)합격점이면 다음번에 이걸 다시 들고 오는 고객을 보는 것도 어려운 상상은 아니다.
예전 비닐과 다를게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비닐하고 종이가방은 상황이 다르다고. 일전의 것이 진짜 1회용처럼 느껴지던것과는 달리 이건 어떻게든 재사용해줘야 한다는 기분을 불끈불끈 일으킨다. 1회용치곤 비싼 100원이란 가격이 한 몫하는 건지도 모른다. 즉, 1회용으로 버리고 재깍재깍 다시 사 주길 바라는 판매자 입장에선 '실패작'일지도. 고객 입장이 아니라 판매자의 이윤까지 걱정해주는 나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착한거 같다.
 
퍽하고 터져나갔다면 필시 고객을 뭘로 보냐며 안일함을 탓했을 터인데, 6킬로까진 일단 버텨주는 걸 보니 일단 기존 비닐의 1회용 대체물로는 그럭저럭이다. 다만 비오는 날 내지 눈 내리는 날 다시 써보고선 또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이상, 팔자에 없던 종이봉투 리뷰기였다.



권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