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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주말의 명화 41년사 막내려? 막나가는 MBC 수뇌부

주말의 명화 41년사 막내려? 막나가는 MBC 수뇌부


가을개편으로 시끌했던 MBC가 당초 논란이 되어왔던 시사교양프로그램 김혜수의 W, 후플러스의 폐지는 물론 주말의 명화 간판까지 내리기로 했다. 시사교양프로그램 폐지와는 별개의 충격이요, 공영성 논란에 있어선 다를 바가 없는 사안이다.

어떤 의미에서 주말의 명화는 경영적 잣대를 들이민 시사프로 폐지 이상의 사건이다. 다름아닌 MBC의 간판이 단칼에 날아간 사태다. MBC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무엇인가. 뉴스데스크와 주말의 명화다. 그 주말의명화가 사라진다. 라이벌이었던 KBS의 토요명화가 폐지된지 3년. 이제 주말 안방극장의 쌍두마차는 모두 역사로 사라지게 됐다.

주말의명화가 시작된 것은 1969년. 지금까지 장장 41년간 이어져 왔다. MBC가 1959년 개국했으니 방송사를 인간으로 친다면 지금껏 생애의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다.

주말의 명화 폐지 이유는 간단하다. 역시나 경영적 측면의 잣대로 떨어져 나갔다. 예전만 못한 광고와 시청률이 이유다. 한마디로 시대가 변했다는 거다.

이미 시사교양프로그램 폐지 및 축소로 인해 도마에 올랐던 김재철 사장과 수뇌부다. '슈퍼스타 같은 프로그램을 왜 못만드냐'고 일갈했다 전해지는 김 사장의 발언은 공영 보단 경영에 치중한 그의 마인드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자리에 오른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4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방송사의 상징까지 없애버린 건 그 이상의 증명이다. 

쉽게 말하자면 성과주의다. 언뜻보면 성과주의란 말은 경영인의 시점서 볼 때 당연하고 그럴듯해 뵈인다. 그러나 작금의 모습은 그러한 장삿속 측면에서도 '이류'다. 현명한 상인이 아니라, 그저그런 장사치의 안목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리 돈으로 움직이는 상인이라 할지라도, 현명한 상인은 당장의 이득보다 우선시 하는 것이 있다. 목숨과 신용, 그리고 구축된 이미지다. 그것은 현대사회에 있어 상계가 아닌 어떤 세계라도 공통된 사안이다.

임기를 얼마 보내지 않은, 그래서 아직 '신임' 딱지가 어색하지 않은 사장은 수십년간 구축된 방송사의 얼굴을 떼어버렸다. 과연 주말의명화가 상품적 가치만으로 잴 수 있는 그런 것이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예전의 중흥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해서, 당장 뭔가를 물어오지 못한다고 해서 부정해 버릴 것이었는지.  

난 3년전 토요명화가 폐지된 것을 보고 MBC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랐다. KBS는 이제 9시 뉴스와 더불어 같이 내놓을 역사가 없다. 있다면 전국노래자랑 정도? 토요명화가 폐지된 주말심야시간자리를 어떤 프로그램이 대신하고 있는가. 뿌리내린 것이 있는가. 토요영화 프리미어가 1년 정도 대체를 했지만 그도 이젠 옛 일이다. 이후 미국드라마가 몇번 편성됐고 그 뒤엔 오락프로그램 등이 오갔다. 매번 여러 프로그램이 오르내렸지만 결국 확실히 자리 잡은 주인공은 없다는 말이다. 토요명화만큼이나 확실히 "토요일 밤엔 그것을 한다"고 만인이 인지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는가. 그러나 결국엔 "저들도 했으니 우리도"란 결과가 나와버렸다.

상품성을 내걸기에도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주말 외화 프로그램이 쇠락했다고 하는데, 쳐내기에 앞서서 다시 살려보려는 노력은 해 봤는가. 이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으니, 그 이유 또한 간단하다. 투자를 안 했다.

주말의 명화는 근간 들어 지난 작품의 재방영으로 일관했다. 타인의 삶, 코러스... 다 좋은 작품들이고 그래서 재탕도 반가웠지만 어디까지나 이미 예전에 방영했던 작품들의 우려먹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시청률을 기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꿔말한다면 이만큼 효율적인 프로그램도 없다. 몇개월 전 방영한 작품을 다시 꺼내어 쓸 수 있으니 경영적 가치로서도 생각할 문제다.

더빙도 마찬가지다. MBC는 2004년 이래 6년이 넘도록 전속성우 공채가 없었다. 그들이 활약할 외화를 축소한건지, 아님 활약할 사람이 부재해서 절로 판이 줄어든건지 도대체 어떤게 먼저인가. 게다가 기존 프리랜서 성우들로 꾸려가기에도 부족할 지경이다. 자막판으로 내보낸 작품도 있지 않느냐고? 자막으로 흘러나온 작품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무엇이라도 투자를 한만큼 거둬들이는 법이다. 보다 적게 투자해 보다 많은 이득을 노리는 건 다음 이야기고 처음부터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을 기대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결국 주말의명화는 살리지 못해 포기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방치해 둔 것과 진배없다.

방송사는 영화전문채널이 열리고 DVD 판매에 인터넷 다운족들로 인해 더이상 메이저 방송사의 외화프로그램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따진다면 시청률과 광고매출로 주력할수 밖에 없다는 예능 프로그램도 같은 상황이다. 예능 전문채널의 프로그램이 각광받는 것에 사장이 나서 '왜 우린 그런 걸 못만드냐'고 지시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방송사의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데 굳이 외화가 그 최후의 보루마저 걷어내면서 퇴장할 이유는 없다. 가뜩이나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다는 생각은 안 하는건지 모르겠다.

오히려 공영적 측면에서 볼 때 명맥을 잇는 것 마저 위태해진 외화프로그램은 투자의 당위성이 더 뚜렷하다. 여전히 지방엔 케이블 채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지가 존재하며, DVD에 의존하지 않는 시청자도 존재한다. 더구나 케이블 영화전문채널이 자막판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지상파 방송국은 더빙판으로 특화될 수도 있다. 자막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빙판을 선호하는 이도 있다. 바꿔 말하면 케이블 영화 채널은 갖지 못한 성우더빙의 특징을 지상파는 보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사프로 축소를 놓고서 많은 말을 들어온 MBC 수뇌부다. 주말의명화 폐지는 현 정권 들어 만연한 성과주의가 또 한번 닮은 꼴로 겹쳐보이는 대목이다. 덕분에 이젠 토요명화에 이어 주말의명화 인트로까지 듣지 못하게 생겼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