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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추석 재해 입은 내 동네, 한 번 둘러보니

추석 재해 입은 내 동네, 한 번 둘러보니




금요일이었나. 이제 연휴는 끝났지만, 여전히 주말과 맞물려 연휴 기분이 이어지는 상황.

추석 폭우 때 정전사태가 빚어진 강서구 일대. 뉴스에서 100여가구라 했는데 이 중 하나가 마이 스위트 홈이다. 그리고 폭우로 수해를 크게 입었다는 신영시장, 화곡 유통단지, 신월동 일대... 딱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말하자면 다름아닌 내 동네가 수해 지역인 셈이다.

쓰레기 봉투도 살 겸, 카메라 하나를 들고 저녁 시장길을 나섰다. 그래도 수해 후 며칠인데, 이젠 좀 그 상흔이 아물지 않았을까 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간만에 보는 방역차가 시장통과 옆 골목을 돌며 소독가스를 뿌려댄다. 수해 때문인가. 그러고보니 이번 물난리 이후 여름에도 보기 힘들었던 모기가 들끓고 있었지. 예상 못한 전개가 카메라에 처음 잡혔다. 





이번엔 자동차. 본넷, 트렁크 모두 열어놓고 말리는 중이었다. 하루종일 일광욕을 했나.
그러고 보니 조금 떨어진 옆엔 "수해대책 자동차 무상 점검 서비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언젠가 나도 차를 갖게 되면 맨먼저 차 부터 걱정하지 싶다. 집은 3층이라도 차는 위로 올라가지 못하니까.

이 동네는 유독 골목 고양이가 많은데, 여차하면 차 밑에서 달려나오는 고양이가 오늘은 어디서도 보이질 않는다. 모두 어딘가로 피신한 건지, 무사한 건지.




식당 골목으로 들어섰다. 냉장고가 죄다 나와 있다. 뿐만 아니라 의자와 소파까지 전부 거리로 나 앉았다. 물에 흠뻑 젖었던 모양이다. 저 의자들은 다음 날도 그대로 나와 있었다. 다른 때라면 어둑해지면서 슬슬 장사를 준비해야 할 때지만 상점은 문이 굳게 닫혔다.

이젠 집어넣는 것도 일일 테지.

그러고 보면 이 지역, 언뜻 봐선 침수지대처럼 보이진 않는데(까치산역에서 올라오면 나름 언덕 위다) 배수가 잘못된 것인지 조금은 의아한 상황.




한숨 한번 쉬고 하늘을 보니 짧아진 해에 이내 달이 커다랗게 떳다. 너무 커서 놀랄 정도. 길 가던 행인도 한참을 서서 달을 본다. 올려다 본다고 하기엔 너무도 하늘 아래에 걸린 달. 타오르는 듯 붉은 달이 묘한 인상을 남겼다. 골목길 사이에 떡하니 들어선 그 달은, 스파이더망 마냥 쳐진 전신주 전선에 얽힌 것처럼 카메라에 찍혔다. 추석 당일엔 흐려서 보지 못한 둥근 달을 이제사 보는데,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