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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가치 제시한 백만달러 인어

[리뷰] 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가치 제시한 백만달러 인어




4회째를 맞이해 충무로국제영화제는 기로에 섰다. 확실히 자리매김할 시점에서 예산난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축소된 모습으로 돌아왔고, 이는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회에 이어 다시 찾은 기자에게 있어 초청작들의 가치는 영화제의 생명에 의미를 주기 충분했다. 내가 뽑기운이 좋았던 건진 몰라도 여기서 본 작품들은 저마다 만족스러웠다.

올해작인 백만달러 인어(밀리언달러 머메이드)는 영화제의 현실과 이러한 기자의 생각을 한 곳에 압축해 보여준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평일 저녁에 상영된 고전이 별로 흥미를 못 끌었던 건진 몰라도 개봉관 안은 한산했다. 재정난을 다시 한번 생각할 상황이다. 그러나 영화제에서 만난 작품은 이번에도 만족스럽다.

버스비 버클리 특별전에 초대된 이 영화는 1952년 작품. 컬러필름이니 유성영화니 하는 말이 낯설지 않았을 즈음이다. 영화 속에서 '영화는 뉴미디어의 총아'라고 하는 대사가 남달리 들리지 않는다.

에스더 윌리엄스, 빅터 매추어. 사실 아는 이름이 아니다. 빅터매추어는 검색해 보니 삼손과 데릴라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에스더 윌리엄스는 실제로 수영선수 출신이고 이를 설정에 담은 작품이 많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그녀의 대표작이다.

재밌는것은 그럼에도 이들이 어딘가 낯익다는 점. 고전작이 갖는 특색이다. 처음 봐도 어디선가 본 듯 친숙하다.




영화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담고 있다. 불편한 다리를 수영으로 커버한 호주 출신의 소녀 아네트 켈러만. 아름다운 처녀가 됐을 땐 어느새 호주의 아마추어 수영 챔피언으로서 명성을 얻는다. 음악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아버지를 따라 런던으로 이주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면서 트로피까지 전당포에 맡겨야 할 처지. 그 때, 우연히 배에서 만난 서커스 단장 지미와 닥이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40킬로 수영 완주를 제의하고, 이를 계기로 런던에서도 유명인사가 된다. 그녀가 돈에 연연하는 건 하루빨리 아버지의 음악학교를 열기 위해서다. 돈이 되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지미와 승승장구하며 쇼 전성기의 미국에서도 유명인사에 오르고 그와의 사랑에도 눈뜨지만 말 한마디로 어긋나는 게 남녀사이.

뉴욕의 상징 히포드롬 극장에서 초대형 쇼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그녀, 어느덧 극장주 하퍼 사장의 청혼까지 받지만 그녀의 마음은 지미에 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겐 한번씩 사고가 일어난다.

작품은 고전답게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우연적인 필연과 남자가 여자에 반할 때 보여주는 정석은 지금 눈으로 보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영화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다. 같은 이야기일진대 요즘 드라마나 영화라면 세련된 기법이라도 식상하다고 돌아서버릴 모습이 여기선 유치하게 보일지 모르나 웃으며 계속 시선을 고정케 한다.

50년대 미국이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은 의외다. 해변가에서 수영복차림으로 활보하는것도 불법이요 여성들은 원피스를 입고 수영해야 한다. 허벅지를 드러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세상을 선도하는 여인으로 발돋움한다. 작은 물탱크에서 다이빙과 수영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갈채가 쏟아지는 건 현시대 눈엔 매우 재미있게 다가온다. 영화가 그제사 뉴미디어로 각광받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죄의 천사들(리뷰 http://kwon.newsboy.kr/1399)도 그렇고, 고전영화를 향유하는데 거리낌 없는 사람이라면 40, 50년대 영화는 신이 내린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일단 내겐 그렇다. 장면전환시 화면이 겹치는 아날로그적 기법은 화면분할이나 빠른 템포의 장면 변경에 익숙해진 사람에 따뜻함을 선사한다. 그저 끌어안고 키스하는 모습만으로도 벗은모습보다 섹시하게 느껴지는 건 고전의 특권이다. 여배우의 원피스 수영복이 관중을 극장으로 이끄는 시대니 말 다하긴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2년에 걸쳐 확인한 충무로 국제영화제의 가치는 이 영화제 아니면 보기 힘들겠다 싶은 오랜 고전작들의 러쉬다. 어느 영화제나 고전 초대작은 있는 법이지만 이 중에서도 충무로 영화제는 괜찮은 명화의 축제로 기억될 것 같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