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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천정배 vs 유명환, 결국 싯구로 마무리된 애증의 악연

천정배 vs 유명환, 결국 싯구로 마무리된 애증의 악연
막말로 시작해 조롱으로 고별 구한 입싸움


결국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짐을 쌌다. 장관직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다른 이가 아닌 자신의 딸이었으니 기막힌 일이다.

유명환 장관이 불명예스럽게 사임하는 가운데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조롱이 울렸다. 천 의원은 3일 홈페이지에다 싯구를 올려 그를 조소했다. 노천명 시인의 사슴을 사특으로 변형했다.


사특(邪慝)

- 유명환 장관에게 -



구설수가 많아 슬픈 장관이여

언제나 해놓는 일마다 말이 안 되는구나

관운(官運)이 계속되는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인가 보다.


8.8 개각 자진사퇴 속의 정권의 레임덕을 들여다보고

조선시대 음서(蔭敍)를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비리 성향과 권력욕에

못된 편법취업을 시키고

먼 데 청와대를 쳐다본다.


2010.9.3

국회의원 천정배(안산 단원갑)



결국 저것은 비웃음 가득담아 적을 전송하는 싯구가 됐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두 사람의 악연, 입싸움으로 맺어진 애증(?)이 예상도 못한 상황에 닿았다.

두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검색대에 올려다보면 지난 뉴스란에선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파노라마처럼 나열해 놓는다.




두 사람이 나란히 기사란에 오른 것은 지난해였다. 유 장관이 외통위 회의 중 천 의원에 욕설을 했다가 이게 파문을 낳았다. 물론 안 들리게 한다는 것이 켜진 마이크를 통해 증거로 남아 버렸다. 공식석상에서의 혼잣말이 각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며 혼잣말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 '미친 X'라고 꺼낸 말에 천 의원은 사과를 넘어 해임을 요구했었다. 이후 유 장관은 거꾸로 천 의원의 표적이 된다.

한달여 전에도 유 장관은 자신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7월 하노이 아세안지역포럼에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을 지지한 젊은 지지층에 "북한 가서 수령님 밑에서 살아라"는 발언을 기자 앞에서 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현재 네티즌들이 트위터 등지에서 "북한 가서 세습하라"고 역공을 펴는 건 이 때문이다. 당시 천정배 의원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해임을 다시 한번 촉구했었다. 유 장관은 임기 내내 자기 발언으로 매번 고비를 맞았고 천 의원은 때마다 줄곧 해임 요구를 해온 모양새다.

유 장관도 이번만큼은 버티질 못했다. 딸의 특채 파문엔 장사가 없었다. 결국 천 의원은 자신이 끌어내지 못한 유 장관이 자식으로 인해 스스로 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봤다. 외교통상부 수장과 야당 의원으로서 이어왔던 악연은 이렇게 조소하는 싯구와 함께 마무리됐다. 자신에게 '미친 X'라 욕했던 자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