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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대성불패' 디시 한화이글스갤 눈물의 조공

'아듀 대성불패' 디시 한화이글스갤 눈물의 조공


인터넷이란 공간에 디시인사이드라는 세계가 있다. 주민들은 소위 '갤러'라 불린다.
이 곳은 여러가지 의미로 재미있다. 때론 재능과 집념이 기가 막힌 타이밍, 상황에서 터져나와 아연실색하는 재미를 안긴다. 어떤 때는 능력있는 자들의 모임처럼 보이고, 또 어떤 땐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런 능력을 터뜨릴 때마다 사람들은 '잉여력'이 터졌다고들 한다.
해서 누군가는 "이 곳에 있는 인간들은 천재 아니면 병신이다"라고 단번에 정의한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어 좋다.

이미지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어떤 땐 '찌질이들 소굴'이라고 비웃음을 산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훈훈한 상황을 연출해 내보인다.

이번, 한 야구선수의 은퇴식날 이들이 보낸 선물은 훈훈하다 못해 숙연한 마음까지 갖게 만드는 팬심이었다.


출처 스포츠코리아 포토로


'대성불패'로 한 시대를 평정했던 특급 마무리 한화이글스의 구대성 선수가 3일 은퇴경기를 갖고 20여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팀의 첫 우승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이었고 불패의 사나이로 기억됐으며, 일본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사나이는 그렇게 후배들의 축하 헹가레 속에 명예로운 퇴장을 맞았다.

시간을 조금 더 앞당겨 본다. 디시인사이드 한화이글스갤러리(http://gall.dcinside.com/list.php?id=hanwhaeagles)에선 은퇴 경기가 잡힌 이후 모종의 음모가 진행됐다. 2년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그래서 팬들에겐 하나둘 떠나가는 전설의 존재가 각별하다. 작년 송진우 정민철에 이어 그마저 사라져간다. 그냥은 보낼 수가 없어 '조공'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본디 조공이란 약소국이 강대국에 뭔가를 바쳐야 한다는 서글픈 의미지만 현재 디시 내에선 누군가에게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선물하는 것을 '조공'이라고 부른다. (디시용어중엔 이보다 재밌는 것들이 많지만 차마 독자들의 감수성을 생각하여 설명이 난감한것들이 다수다.)

지난달 20일, 텔레기 님은 총대를 멨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hanwhaeagles&no=721347&page=1&search_pos=-718484&k_type=0100&keyword=%EC%A1%B0%EA%B3%B5&bbs=)

갤러들이 헌사하는 감사패, 그리고 댓글을 정리한 댓글북을 비롯한 조공으로 지난 십수년간 해외진출을 제외하면 국내리그서 늘 한화맨으로 남아줬던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갤러리들은 기꺼이 뜻을 모았고, 그렇게 해서 드디어 뜻을 이룬다.




4일. 디시인사이드 한화이글스갤러리의 샤렐 님은 도와주시고 "총알지원해 주신 갤러들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hanwhaeagles&no=749652&page=1&search_pos=-746484&k_type=0100&keyword=%EC%A1%B0%EA%B3%B5&bbs=) 남는 돈으로 떡케이크에 흑마늘즙 등도 구했다. 평일이었지만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간 갤러리 대표단은 구장 관계자를 통해 미팅을 요청했고 다행히도 만남이 이뤄졌다.





한화는 꽃다운 나이 입단해 멋진 황혼으로 지는 일편단심의 레전드가 많은 팀이다. 여러모로 드라마틱한 팀이고 이 중 하나가 이같은 요인이기에 팀 성적으로 떠나 싫어할 수가 없다. 팬들의 순정은 여기에 더한 감동을 장식할 것이다.

이번 일은 네티즌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사례이자 디시인사이드의 소위 '잉여력'을 재발견하는 순간이다. 어떤 스포츠 언론도 조명하지 않았지만 실은 가장 지면 할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할 보기 드문 미담이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