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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작업 거는 그이, 이런 칵테일 나오면 조심해요

바에서 작업 거는 그이, 탄산수 칵테일 내놓으면 조심해요
바텐더가 말하는 어드바이스




무더운 늦여름의 오후. 그래도 이날은 수중에 돈이 좀 들어왔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바 문을 열었다. 언제나처럼 신촌의 바 BM이다.

딱히 연재기사를 쓸 생각이 아닌 바, 일전에 주문했던 진토닉을 시켰다. 언뜻 봐선 가장 수수해 보이는데 사진은 가장 잘 받는 칵테일계의 베스트셀러.

일전에도 소개했듯 마실 땐 청량감 가득한 가벼운 술 같지만, 진의 위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휘된다. 은근히 취하는 술이다.




그러나 갈증 탓인지 저도모르게 벌컥벌컥 마셨다. 술이 약한 사람이 여름의 바에서 유의할 사항이다. 진토닉은 마실 땐 사이다마냥 라이트한 즐거움을 주지만, 몸에 들어가고 조금 지나면 뜨끈뜨끈한 열기를 가져다 주는 묘한 음료니까.

진과 토닉워터, 그리고 한 조각의 레몬과 얼음. 이것만 뒤섞어 스틱으로 저으면 완성되는 간단한 칵테일이지만 참으로 어렵다면 어려운 한 잔이란 말야. 작년에 마셨을 때는 다른 바텐더가 내놓았었는데 같은 바인데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바로 맛이 확 달라진다. 그 때도 이랬었나 할 만치 독한 느낌이다.

한잔을 비우고 계산 후 일어서려 했다. 만일 여기에서 끝났다면 기사는 쓸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봉을 잡았다.




"주문이 잘못 들어갔다네요."

바 말고, 뒤에 테이블서 들어온 주문이 잘못 되어 되돌아온 칵테일 한잔을 내게 서비스로 내놓는다. 여기서 받은 두번째 서비스다.

술기운이 '이제 됐다'하고 경고를 보내지만 공짜를 놓칠 위인이 아니다. 이 칵테일은 잭 콕. 일전에도 소개했던 콕 계열의 베이스한 메뉴. 잭다니엘과 코크(코카콜라)가 융합된 궁극의 잔이다. 달콤한 맛의 술과 음료가 조합된 바 더더욱 달짝지근한 맛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칵테일 한잔이 또... 영험하다. 마실 땐 정말 콜라 한잔을 마시는 듯 쉽게쉽게 넘어가는데, 이 역시 한 템포 늦춰서 뒷골을 당겨오는 스타일인 것.

"오늘은 정말 빨리 드시네요."

난 실수를 인정했다. 오늘 마신 이 두잔은 그렇게까지 독한 칵테일은 아니다. 그저 은근히 취하는 그런 칵테일. 그래도 주량이 빤한 주제에 숭늉마냥 벌컥댔으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뻐근한 건 좀 이상하다. 지금껏 마신 칵테일 중 가장 강했던 갓마더를 마셨을 때와 비등할 수준이다. 한 잔이 아니라 두 잔의 연속이었다 해도 납득하기가 좀 어렵다. 그러자 바텐더가 해답을 내놓는다.

"탄산수가 들어간 칵테일은 조심해야죠."




아하. 탄산음료의 대표작인 콜라가 주류를 이루는 잭콕이 원인이로구나. 그는 "콜라와 같은 탄산수 계열의 칵테일은 한순간 취기를 확 잡아당긴다"고 말했다. 다른 술과 연거푸 마시게 되면 그 효과가 배가되고 만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잔 모두 싹 비웠다. 어질어질한 감각이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취기 특유의 상황. 잘만하면 저 사이에 한 잔이 더 보일 지도 모른다. 세 잔이 되는 순간이다.

칵테일을 소개할 때 보면 한 잔 씩 꼭 짖궂은 부연설명이 붙곤 한다. "작업할 때 주로 쓰이는 칵테일"이란 거시기한 타이틀 말이다. 이는 대개 독한 잔에 쓰이는 데 지금 보니 복병이 따로 있었다.
난 웃으며 그에게 말하길 "이거 작업 거는 이성들이 주로 쓰는 패턴 아니냐"고 물었다. 웃음이 대답 대신 들어온다.

흔히들 술을 마실 때 이온 알칼리 음료(예 - 포XX스웨X)를 함께 마시면 큰일이 난다고 하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술과 음료 등 다양한 레시피가 혼합되고, 또 저마다 다른 이런 잔이 연이어지는 칵테일 바에선 콕 계열을 비롯해 탄산계열을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탄산수 성분 자체가 그 잔은 물론 다른 잔의 알콜까지 극대화된 효과로 당신을 엄습한다는 설명이다.

명심하라. 당신이 남자이던 여자이던간에, 이성이 바에서 탄산수 섞인 음료를 건넨다면 정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작업에 돌입한 음험한 늑대일수도 여우일수도 있으니까.

...뭐. 자의로 걸려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말릴 수 없겠지만. 난 분명 경고했어.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