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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

그는 폭주족이 아니다 - 죽은 라이더를 위한 진혼곡, 1만명이 불러줬다

죽은 라이더를 위한 진혼곡, 1만명이 불러줬다 
"그는 폭주족이 아니다" 라이더들 외침에 고 김기환 씨 위한 서명 목표달성


지난달 10일, 전주에서 고의추돌로 젊은 모터바이크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을 알고 있는가.

당일 이른 아침, 승용차가 신호대기 중이던 모터바이크에 120킬로미터 속도로 돌진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라이더는 현장에서 사망, 범인인 김 모 씨(37세, 약사)는 살인혐의로 입건됐다. 피의자는 운행 중 피해자가 자신의 차량을 추월한 것에 이성을 잃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 중 피의자는 "왜 화가 났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사람 감정이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답했고, 이 보도 첫부분에서 앵커는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앞으로 끼어들자..."라고 말해 피해자가 폭주족이란 뉘앙스를 남겼다.

다음에 오른 해당 보도의 의견 100여개 중 보도가 나간 직후 가장 먼저 올라온 의견을 잠깐 살펴본다. "그 심정 이해가 간다", "폭주족, 밤길 조심히 다녀라. 뒤에서 받는다" 등 피해자가 문제였다는 지적으로 의견란이 물꼬를 튼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사건의 초반 정황은 폭주족의 굉음 추월에 피의자가 격분해 벌어진 일처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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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2일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랑지블루캣 님이 다음 이슈청원에서 1만명 목표로 '살인자 약사 김 모에 엄중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서명을 발의하면서부터였다.

발의자는 "목격자에 따르면 '굉음'을 내며 추월했다는 코멧250(피해자의 사용 모델)은 순정부품 그대로였는데 어떻게 순정 머플러에서 굉음이 나느냐"며 "잘못된 기사와 개념없는 네티즌들이 고인을 폭주족으로 몰고 있다"고 분노를 뿌렸다. 피의자에 대한 엄중 처벌에 앞서, 고인의 명예를 위한 추모 청원인 셈이다.

청원문에는 또 다른 인물의 글이 동봉되어 있었다. 피해자가 활동하던 다음카페 전북라이더스클럽(http://cafe.daum.net/junlabike)의 지인이 전국 라이더들에 부친 호소가 그것. 닉네임 '단테'로 활동하는 전대민 씨의 글이다. 그는 "말 그대로 '살해'며 20년 넘은 샵 사장님들조차 이렇게 부서진 바이크는 못봤다라 할 정도"라는 한편 "내가 아는 고인은 위협운전도, 난폭운전도 한 적 없던 친구"라고 무고함을 주장했다. "억울하게 죽은 그에게 기도 부탁드린다"는 이 글에서 소개된 고인은 닉네임 '즈믄'으로 활동하던 대학원생 김기환 씨로 향년 27세.

동봉된 내용은 읽는 이들의 서명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1002 님은 "그런 사연이었군요"라며 명복을 빌었고 My love 님도 "순정머플러소리가 얼마나 크다고!"라며 격분했다. 염보연05 님은 "그 사고 버스타고 가다 봤는데 오토바이 잘못이 아니었네요"라며 서명했다. 반면 피의자에겐 "사형시켜라"는 비난이 터졌다.

청원이 호응을 얻는 사이 위의 보도기사 의견란에서도 상황이 뒤집혔다. 곧바로 망자가 누명을 썼다는 의견과 함께 오해의 소지를 남긴 보도에 대해서도 지탄이 쏟아진 것. 하야시 님은 "굉음을 내려 해도 못내는 바이크"라며 "MBC 실망이다"라고 적었고 실버포크 님은 "바이크에 잘못된 상식을 바꿔야 한다"며 "라이더에 폭주족만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까리묜 님 역시 "오토바이 타면 다 폭주족으로 본다"며 동의했다. 민중의지팡이 님은 피의자의 '사람의 감정이란게 그런게 아니겠냐' 발언에 육두문자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2일 현재, 청원 서명자 수는 1만200명을 넘어섰다. 20여일동안 목표했던 1만명 서명을 달성한 것. 목표량이 초과된 후에도 한순간 폭주족으로 오인받았던 젊은이에 대한 추모 서명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서명운동에서 발의자와 함께 주역이 된 전대민 씨는 "청원자 오랑지블루캣 님에 감사한다"며 "고인이 가는 길에 명복을 빌고자 쓴 글인데 1만명 청원까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라이더 중 폭주족은 극히 일부"라며 이가 잘못된 인식임을 주장했다.

이번 1만명 서명과 라이더들의 노력은 그간 '모터바이크와 라이더' 하면 폭주족부터 연상시키던 인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며칠 전 가수 먼데이키즈의 김민수 씨가 모터바이크 주행 중 사망한 것에 대해 또다시 조롱과 '잘 죽었다'란 악플이 달리는 등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계속되는 상태. 이는 "우린 위험대상이 아니다"란 라이더들의 외침이 계속될 여지를 남겼다. 


 

<뉴스보이>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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