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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4대강편'이 또 한번 세상을 뒤집는가

PD수첩 '4대강편'이 또 한번 세상을 뒤집는가
화제의 '4대강 수심6M의 비밀' 어떤 내용 담겼나

PD 수첩의 도전

이제 와서 말하는건데, 2년전 4월 그날 밤 PD수첩이 '광우병편'을 내보낼 때 나는 실시간으로 기사를 써내려가면서 예감하고 있었다.

"이거 내일이면 세상이 뒤집히겠는데"

당시 인기 대하드라마였던 '이산' 시청 후 곧장 이어지던 PD수첩, 잠시 지켜보자고 했던 나는 어느샌가 노트북을 열고 PD수첩 홈페이지의 실시간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이내 창을 또 하나 띄워 기사를 휘갈겼다. 한눈으로는 TV를 보고, 또 한눈으로는 모니터 한쪽 창의 시청자 게시판을 확인하고, 잠시 두 눈을 나머지 창에 모아 바쁘게 타이핑 기사문을 체크하고. 2008년 4월 28일 밤의 일이다.

방송은 12시경에 끝이났고, 내 기사는 새벽 1시경에 송고됐다. 폭풍같은 순간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청자게시판의 글을 보며 난 확신했다. 내일은 분명 이것이 온 나라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 때 썼던 게 이거다.
(http://kwon.newsboy.kr/164)

그러나 이 기사는 당일 업데이트되지 못하고 다음날 쯤 되어서야 지면에 났다. 하필 그날 따라 데스크가 늑장이었다. 예상대로 세상은 아침부터 PD수첩 소식이 각 뉴스를 휩쓸며 인터넷에서부터 일대 폭풍을 만들었고, 다음 블로거뉴스 또한 나보다 몇시간 뒤 업데이트한 블로거의 글이 헤드를 장식하며 수십만 조회객을 받고 있었다. (그때만해도 이 블로그는 없었고 내게 편집권이 없는 뉴스보이 본판의 블로그만 있었을 뿐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데스크는 도리어 다음날 "다른데서 다 난 내용에 그쳐 아쉽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뒤 나는 "그 때 송고 시간을 보라"며 "기자가 빨리 속보를 송고해도 묵힌 뒤에 그러면 어쩌느냐"고 역정을 냈었다.

20년 역사의 PD수첩이지만, 특히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 미디어 뉴스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그 날과 2주 후의 속편은 단연 'PD수첩' 브랜드가 최대 화제에 올랐을 때고, 이후에도 PD수첩이 '양심선언 해군 소령'이나 '스폰서 검사', '민간인 사찰' 편을 내보내면 세상은 발칵 뒤집히곤 했다. 검찰은 뒤늦게 사과 내지 수사에 나서 늦은 수습을 했으니, PD수첩의 언론인들은 이시대의 검사들이 할 일을 대신 해 줬다고 할 수 있다.

위기는 계속됐다. 검사와 스폰서 편 때 최PD는 지검장의 그 유명한 '경고했어' 통화를 정면으로 받으며 압박받았다. 그러나 당돌하게도 이를 그대로 방영해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먹였다. 결과는 네티즌들이 더 잘 알거라 본다.

광우병 편은 최대 위기를 몰고 왔다. 결국 관계자들은 수사에 불응하고 은신하기도, 또 도로에서 경찰에 붙들려 조사를 받는 등 여러 풍파를 겪는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PD수첩은 성역없는 취재와 보도로 사회의 파수꾼을 자임해 왔고,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이번 4대강 편은 스타트부터 일대 위기였다. 국토해양부는 방영금지 가처분으로 강수를 뒀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방송 몇시간 전 사장이 방송보류를 지시해 결방되는 20년만의 사태를 맞는다. 국토해양부는 방송 여부에 관계없이 법적으로 조치한다고 엄포를 놨다. 방송이 되면 추가 조치를 취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PD수첩은 1주 지난 24일 밥, 끝내 테입을 전파에 태운다.

여느 때보다도 격한 인트로였기에 이번 4대강편은 쉽사리 후폭풍의 정도를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재밌는것은 일련의 상황이 이번 방영분의 홍보효과를 지난 1주간 더욱 키웠다는 사실이다. 당장 내일의 시청률 조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리고, 이후 벌어질 국토부와의 전면전과 시청자들의 반응. 지금으로선 정말로 쉽사리 예상할 수가 없는 전개다.


이번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 어떤 내용 담겼나

일주일의 예열시간을 거쳐 방영된 PD수첩의 24일자 방송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주요 내용을 간추려 봤다. 무엇보다도 이날 방영분의 최대 포인트는 현재의 4대강이 정부당국은 종결됐다고 주장하는 대운하와 연결고리가 있는지 추적하는 사안이다. 그 핵심을 PD 수첩은 '보'에 맞췄다. 초반엔 소형 4개였던 것이 지금은 대형 16개로 늘어났다는 취재 결과를 계속해 언급한다. 여기에 2008년 이명박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고 중단 의사를 밝히기 얼마 전, 어느 한나라당 의원이 대통령에게 대운하 이전에 4개강 정비부터 할 것을 앞서 제안했던 사실을 거론하는 등 대운하와의 연결고리를 계속해 추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홍보 과정에서 빚어진 허위를 짚은 부분. 그간 4대강 사업은 홍수 방지와 가뭄 대책 등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말 TV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홍수로 인한 재난복구비용에 4조원이 나간다며 4대강 준비를 하지 않아도 4조원의 비용은 결국 쓰이게 된다고 주장한 부분을 잠깐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PD수첩은 이같은 주장을 담은 홍보영상의 현장 중 4대강 사업이 이뤄지는 지역과는 동떨어졌거나 혹은 다른 상황의 것이 상당수 수록됐음을 알렸다. 아울러 PD수첩은 4대강 중 영산강 일대를 제외하고는 낙동강이나 금강, 한강에서의 가뭄 및 물 부족 문제가 크지 않음을 함께 짚기에 이른다. 쟁점 포인트다. 추가로, 남해 등 4대강사업과 무관한 지역 주민들은 "우리야말로 (가뭄 대책에 따른)준설이 필요한데..."라고 인터뷰에서 밝혀 물부족 대책이 필요한 지역은 정작 따로 있음을 함께 내비쳤다.

국토부와 줄다리기하게 된 부분은 다름 아닌 '비밀팀'이었는데, 여기선 태스크포스로 명칭이 변경됐다. 청와대 관계자 2명을 포함해 4대강 계획을 구상하던 이들 내부에서 수심 6미터 등이 논의됐다는 것이 골자다. 국토해양부가 이에 어떤 대응을 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또 하나는 4대강으로 인한 개발 논란이다. 여당이 '친수구역 특별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태학 관계자가 대구 달성 야생지역 등은 그냥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을 함께 소개하며 현재 4대강이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놓였다고 밝혀 또 한번 4대강의 환경적 쟁점에 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무리멘트에서 사회자는 "보와 준설 문제만큼은 정부당국이 논의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하며 "4대강에 있어 중요한 이 부분을 짚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지 않느냐"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