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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원혜영의 '아버지 참 좋았다' 풀무원 父子의 스킨쉽

[신간소개] 원혜영의 '아버지 참 좋았다' 풀무원 父子의 스킨쉽



5일,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한 자리 中 -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풀무원의 경영기조는 사실상 어거지였다"고 밝힌다. 맛없고 비싼데도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권하는 풀무원. 유기농 식품으로 시대에 충격을 던졌던 그 때의 일을 너무도 순순히 '어거지'라고 고백하는 원 의원이다.

어째서 풀무원은 그 때 그런 억지를 부렸던 걸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날, 그가 한권씩 사인하여 나눠준 그의 저서를 읽어보니 그제사 알았다. 고집불통 독불장군인 아버지 때문이었다.




24일 출판기념회를 갖는 그의 신간 '아버지, 참 좋았다'다.
이 책은 현재 두부로 유명한 식품회사 '풀무원'의 대표였던 그가 '풀무원 농장'을 일구며 그 근간을 만들어낸 아버지 원경선 씨에 바치는 회고록이다. 이들 부자는 작년 작고한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수십년간 거친 많은 인연들이 어떤 인생으로 자신들을 인도했는지 250여페이지 안에 담았다.

올해 97세가 되었다는 그의 아버지 원경선 씨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신여성인 어머니와 수줍게 시작된 사랑과 가족애, 신앙을 통해 가족공동체를 이루며 일하는 사람들과 '풀무원 농장'을 가꿔왔던 아버지의 인생을 첫 책장부터 존경심 가득한 시선으로 풀어간다.

책을 절반쯤 읽어보았다. 아버지 자랑이 언뜻 보면 아들의 주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이좋은 아버지와 아들이란 현대사회를 나는 남자들에 있어 매우 부러운 사실이다.

풀무원이 유기농 사업에 뛰어들며 저같은 어거지를 부린 것은 다름 아닌 원경선 씨의 고집 때문이었다. 당대 발전의 총아였던 화학비료를 통한 재배는 간접살인이라는 연구를 접하고서 숱한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유기농 사업을 시작한 것. 무모하게까지 여겨졌던 풀무원의 앞선 유기농 정신은 낙농업이 곧 생명업이라 여긴 아버지의 신념 때문이다.

아들 원혜영 의원은 학생시절부터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학생운동으로 위수령의 도망자 신세가 되거나 옥고를 치루거나 여러모로 불효라면 불효인 삶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그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밝히고 있다. 일제시대부터 민주화항쟁까지 수십년에 이어지는 난세를 거쳐온 목격자로서 술회하는 기록지기도 하다. 때문에, 당대 시대상을 엿볼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일제강점기 때 타이피스트가 환영받는 전문업이었다는 것, 그리고 광복을 전후한 그 시대에 사진기사가 차지하던 입지 등은 한국 근대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겠다. 




이 날 그는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매우 즐거워 했다. 대단히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작년 홀몸이 된 아버지에게 선물할 이 책은 24일 또 한번 그에게 함박웃음을 짓게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접하는 이에 따라 다소 거칠고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정치인이 낸 책이란 사실이 가져다주는 페널티도 그렇거니와 신앙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 특히나 근간에 여러 부작용으로 고개를 든 반기독교 정서에 놓인 이라면 삶의 기조에 배어나오는 그 냄새가 덮어두고 싫을 수 있다. 그러나 무신론에 가까운 내가 받아든 소감으로는, 나쁘지 않다. 만일 선교의 목적이 느껴졌다면 두말없이 책을 덮어버렸을지 모른다. 다행히도 이것들은 사회 봉사와 박애의 발현이란 종교의 순기능에 충실한 내용이기에 거부감없이 읽어내릴 수 있었다.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착한 일을 하라"는 그 교파 초월의 순수한 가르침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은 과제라면 그것이 정치인의 책이란 사실과 맞물려 가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관문, 그거 하나겠지.


 

초판은 이미 2일에 찍혀 나왔다. 언젠가 '명인에게 받은 선물' 코너에서도 다룰 책의 리뷰는 이쯤에서 접는다. 여담 하나만 더 소개하자면 이 사람, 알고보니 나와 같은 부대 출신이었다. 읽다보니 알게된 그 사실, 최강 땅개부대 블루스타의 마크를 공유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로운 대목이다. 전역증 사진을 책에 실으며 "이게 없어 곤욕을 치르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복기시키는 점은 묘한 실소를 가져다 준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