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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8천원에 지하철 2백원 인상하면? '소시민 고씨의 아침'

담배값 8천원으로, 지하철 200원 더 인상하면?
'소시민 고 씨의 생각만으로도 골아픈 아침'


쌍문동에 거주하는 고 씨와 군식구들. 다음에 검색하니 이렇게 나오는 유명인사다. 고 씨는 초상권 문제로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서울시 쌍문동에 사는 회사원 고길동 씨는 아침 출근 부터 마음이 과히 좋지 않다. 이틀에 걸쳐 뉴스에서 세금 이야기가 세번 터져나오고, 마누라한텐 십수번 넘게 닥달당했다. 집안의 원수같은 떨거지들은 아침부터 주접 떨기에 꿀밤을 한 50대 먹였나.

진상은 이렇다. 담배값 인상이 검토 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게다가 질병관리본부(http://www.cdc.go.kr/)는 실질적으로 금연이 이뤄지려면 담배값이 한갑당 8천원은 되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 때문에 아내 박 여사는 '이 기회에 담배를 끊어라, 당신 하루에 피는 담배가 두갑인데 한갑당 8천원이면 하루 1만6천원이다' 하며 아직 시작도 안 된 담배값 인상을 그것도 한방에 진짜로 8천원씩 오른 것을 가정하고 지지고 볶는다. 안 끊으면 이혼하겠다나.

그러고보면 내 담배량이 하루 한갑서 두갑으로 갑절 늘어난 건 다름아닌 둘리와 그 일당들 때문이렷다. 이 놈들 뒤치닥꺼리 하다보면 그냥 절로 담배에 불을 붙여. 그런데 아침부터 이놈들이 매를 번다.

"에이 아저씨 담배 피는 사람 이 집에 아저씨 밖에 없잖아요."

"그래 길동아 너만 끊으면 돼."

"솔직히 아저씨 때문에 우아한 내 흰 깃털이 노랗게 변색됐어요. 정말 야만인도 아니고..."

누구 때문인데 이놈들아. 결국 붙잡아다 죽지 않을만큼만 두들겨 주고 나왔다.

터벅터벅 쌍문역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머리속은 복잡하다. 보자, 정말 담배값이 한갑에 8천원씩 하면 그 땐 어떻게 사누. 다시 예전의 하루 소비량 한갑으로 돌아온대도 하루 8천원. 그럼 한달에 24만원.
...아냐 역시 난 안될거야. 두갑은 펴야 돼. 그럼 갑절이니 48만원. 그러니 한달치 담배값이 50만원은 족히 나온다. 만년과장 신세에, 저 떨거지들까지 먹여살리는 것만도 등골이 휘건만 이걸 어떻게 감당하냐 그래. 부장이 아니라 이사로 벼락 승진하지 않는 이상 박정자 여사는 이혼도장을 들고 찍던가 끊던가 노래를 부를 테지.

지하철 개표소로 들어가려니 이번엔 서울 지하철 인상안 이야기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올린다는건지 안 한다는 건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인상안. 그러나 일단 연내든 다음해든(그래봤자 벌써 넉달 남짓 남았다) 올리면 100원에서 200원 오른다고 했지. 보자... 지금이 기본 900원이니까 200원오른다 치면 1100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 출근하고, 일요일날 또 뭔 일로 외출한다 쳐서 한달 내내 지하철로 한번씩 왕복한다고 하면... 한달에 6만6천원이냐. 900원이었을때가 5만4천원이니 1만2천원이 더 나가네. 지금 담배값으로 환산하면 5갑치. 적지 않은 액수다. 아니지. 회사서 거래처 뛰랴 어디 나가 장부정리하랴 그럼 타고 다닐 일이 훨씬 많은데. 뿐만이랴. 철수는, 영희는 중학교 들어가면 곧장 지하철 통근이다.

둘리녀석한테 초능력이나 배워서 하늘이나 날아볼까.

지하철 안 무가지를 펼쳐드니 맞다, 통일세 이야기도 있었지. 15일 통일세 이야기 나오고 당장 16일 오전에 지하철, 오후에 다시 담배값 인상 소식이 터졌으니 이건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걷게 되면 뭐? 최소가 몇십조가 최대는 천몇조라고 했나? 대체 천조면 얼마 쯤 되는 거냐. 백원짜리 동전으로 쌓으면 구름에라도 걸리려나. 그럼 이걸 또 우리나라 인구수로 나눠서 부담하냐. 둘리 녀석들은 당연히 납세의 의무가 없겠지. 대신 내가 가장이랍시고 다 덤탱이를 써야 한다. 어떻게 거둘진 모르지만 식솔이 두자리를 넘는 만년과장은 좀 면해주면 안되겠니.

그러고보니 그래도, 4대강 필요한 세금은 말이 없어 다행이네.
가만, 그게 아니면 혹시 지금 거두니 마니 하는 금액에 다 포함돼 있는 거 아니야?

둘리 놈보다 더 무서운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묘한 기분이 드는 소시민 고 씨였다. 아니 이거 과장 월급으로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거야 그래?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