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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기자여, 자유로운 진짜 '프리저널리스트'가 되기를

이 시대의 기자여,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를
진정한 '프리 저널리스트'의 새 정의는 무엇인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이곳 저곳에서 일감을 찾는 일상은, 나쁘지 않다. 좋지만은 않다는 말이고, 또 불안정하다 해서 꼭 나쁘지도 않다는 말이다. '프리 저널리스트'를 자처하는 이 햇병아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도 그로 인한 우연이었다.

일감을 찾다 우연히 한 구인란에 눈이 멎었다.
블로터닷넷에서 인재를 찾는단다. 언뜻 봐서 내가 찾던 프리랜서 계약건은 아니고, 아무래도 정규직인거 같다. 아직은 배가 덜 고픈지 프리랜서 직함을 유지하려는지라,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과는 조금 틀린 뭔가를 요구하고 있어 흥미가 생겼다.

자기소개서란에, 소셜미디어와 웹2.0으로 불리는 지금 이 시대가 저널리스트에게 기회인지 위기인지 그 소견과 고민을 진솔히 담아달라고 했다. 이 글은 그에 대한 내 자그마한 소견이다.

사실 기회냐 위기냐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위기와 기회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정의하는데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고, 또 그것을 말하는 이 뿐 아니라 그가 상대할 대상, 즉 사람일수도 있고 어떠한 현상일수도 있는 그것이 어떤 결과로 답하느냐에 따라 결판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질문에 답변하는 자만으로는 진정한 답이 나올 수 없다.

소셜미디어와 웹 2.0. 누구나 대강은 그것이 무엇인지 그 상을 그릴 줄 안다. 그러나 어지간한 전문지식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답하기는 어렵다. '활자와 종이로 이뤄지던 매스미디어가 인터넷과 쌍방향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대변화를 맞고 있고, 이로 인해 소셜의 대명사인 블로그, 또 트위터 등이 생명을 얻었으며 언론인은 물론 기존 독자들마저 각자 그 1인미디어의 채널을 나눠가짐으로서 뭔가 혼란해졌다'는 정도가 그 대상의 인식, 맞나?

이를 위기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결국 이 같은 시류에 있어 기존 저널리스트와 매체의 영역이 좁아지지 않을까, 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까 하는 걱정에 따른 것이렷다.
반면 호기있게 기회라고 말한다면 그건 기존 매체를 위협하는 1인 미디어, 즉 파워블로거와 같은 존재가 어지간한 군소 언론사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며 그 쪽 시각과 입장으로 답하거나 이러한 요소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특화된 저널리즘, 그리고 이를 만드는 저널리스트와 신 매체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한 것일거다.

말이 좀 어려워지는데 쉽게 푼다.
확실한 것은 분명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라디오 시대가 열릴때, 또 컬러 TV 시대가 열릴 때 매스미디어의 전환기처럼.

그러나 이들의 전례를 보자면 극단적으로 기성매체가 쇠망하진 않았다. 라디오 뉴스가 나오면서 신문은 멸할 것이라 했지만 지금도 신문은 존재한다. TV시대에 이르러 라디오가 사라질 거라 했지만 라디오는 그만의 영역을 일궈가고 있다. 서로가 각자의 빈 부분을 커버하며 다양한 저널리즘의 외관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섣불리 기성 저널리즘의 흥망성쇠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 즉, 단순히 미디어가 이렇듯 틀을 바꿔가는 과정을 두고 위기냐 기회냐를 논한다면 그것은 그저 '미지의 가능성에 머물러 있을 뿐', 딱히 어디라고 확정해 말할 수는 없단 말이다. 인터넷신문의 지면에선 나도 즐겨쓰듯 동영상 파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글빨있는 기자의 실력이 필요없을리는 만무하다. 영상편집이 아무리 뛰어나도 제대로 된 글이 없으면 허무할 뿐이다. 아무리 인터넷상으로 뉴스를 본다지만 그래도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아날로그 재질의 그릇은 계속해 정보를 담고 휴대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리될 곳은 정리되고 기회를 잡는 곳은 잡겠지만 전체를 놓고 본다면 의외로 큰 변화는 아닐 수 있다.
블로터닷넷의 질문에 따른 내 소견은 정확히 여기까지다.


일전에 소개했던 6.2 지방선거날 당시 한명숙 후보 캠프에서 찍었던 사진. 3대 방송사 매체 앞에 자전거 세워놓고선 호기롭게 '이것도 취재차량이다!' 하고 경비원 아저씨에게 외쳤지.



다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저 어줍잖은 답변이 아니다. 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같은 기회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전진할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는 거다. 소셜이니 2.0이니 하는 문명의 발전에 따른 저널리즘의 변화는 사실 본질의 것을 진화시키기 위한 과정임에 목적을 둬야 한다.

난 제목에다 현시대의 기자들이 '프리 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를 말하는게 아니다. 기자들더러 사직서 쓰고 프리랜서로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프리랜서는 그 자체로서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의 좋은 사례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 절대 거기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프리 저널리스트란 진정으로 '프리'한, 즉 어디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 저널리스트를 뜻한다. 본디 언론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국가에서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기자는 자유롭게 집필하고 자유의지로 행동해야 한다.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것이 기자지만, 정작 주관없는 기자는 기자가 아닌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자신의 정의, 자신의 의지로 현상을 관찰하고 글에 담아 알리는 것이 기자의 업무.

그러나, 그간 저널리즘이 종이에서 전파로 주 매체를 갈아타며 다양해지고 또 포화상태가 되는 동안 기자는 많은 것에 속박됐다. 몸 담고 있는 매체는 광고 수익으로 운용되며, 때문에 광고주의 의지에 흔들리는 실상을 맞이했다. 결국 매체의 논조나 경향은 광고주에 상당부분 좌우됨을 부정할 수 없다. 강대한 권력에 뒤흔들리는 것 또한 두 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당연히, 소속된 기자도 이에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점을 본다면 사실은 지난 시대야 말로 저널리즘의 위기.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독자들이 직접 1인 미디어를 갖고, 소셜 네트웍이라 불리는 것으로 무장하여 시민기자 내지 블로거기자, 혹은 트위터리안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의 것과는 분명 다른 또 하나의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의 출현. 자유의지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궁극의 기자가 누리는 특권이거늘, 어느샌가 사라져가던 그것을 이들이 갖고 있다.

저널리즘의 격변. 그 시류에 블로거를 위시한 이들을 필요로하는 매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시스템 자체를 이들에 맞춰 탈바꿈하는 변종의 매체도 태어났다. 언론고시를 통하지 않고서도 이러한 루트로 유입되어 기사를 제공하고 이를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의 활황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으로, 프리랜서직이 중요한 사례라고 앞서 밝혔던 이유다. 즉, 과거에도 그랬지만 프리랜서란 매체에 속한 정규 기자가 감내해야 했던 시스템적인 속박에서 가장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계약상의 방법이다. 이제 신문, 방송사 등 기성매체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매체를 가질 수 있고 이로 기성매체를 상당수 대체 및 커버할 수 있기에 이젠 언론사가 이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물론 블로거나 프리랜서는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블로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서, 프리랜서 기자는 반대로 페이를 생계수단으로 전제해야 하기에 결국 이들 역시 자본력과 취재 시스템을 갖춘 매체와 상생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저널리즘을 추구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려면 양 측의 화합이 중요하다.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내가 말한 자유로운 기자란 비소속 내지 프리랜서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이젠 직장생활을 하는 기자들 또한 이 기회에 진정 타의에서 벗어나 자기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더이상 회사의 사정이 소속 시스템상의 구속으로 기자를 옥죄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곧바른 언론과 여론이 곧 막대한 권력이요, 물질적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 시대를 초월한 순수의 저널리즘은 어쩜 소셜미디어와 웹 2.0 시대로 불리는 지금에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기자들도 자신의 소신으로 정론직필할 수 있는 기회. 기존 매체가 위기론에 맞닿은 지금이 그들에겐 막혀있던 출구가 열리는 순간일지 모른다.

그간 굶어죽기 딱이라 불리던 프리랜서 기자도 얼마든지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 현대그룹 7개 계열사 CEO였고 얼마전 서울시장 경선에서 한명숙 후보와 일전을 벌인 이계안 민주당 전 의원은 프리랜서직을 두고 향후 이 같은 채용계약이 전방위로 확대될 거라 예견했었다. 현 변화 속에서 프리랜서의 유입이 필요한 기자직에선 이 또한 좋은 시기를 맞았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논해야 할 진정한 기회와 위기의 평가는 여기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시민과 국민 모두가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힘과 돈에 빼앗겼던 저널리즘의 생명을 회복할 기회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