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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에서 실감한 폭풍저그 홍진호의 위엄

광안리에서 실감한 폭풍저그 홍진호의 위엄
올스타전 해설 활약, '후배들의 황신 강림' 퍼포... 아직 죽지 않은 인기




7일 부산 광안리 특설무대. 부산 이스포츠 페스티벌은 하이라이트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 KT와 SKT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만석을 기록한 현장에서, 피켓 한 장을 발견했다.

KT 응원석에서 보게 된 홍진호의 이름. 오늘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아직도 그는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영원한 스타플레이어였다. 

실은 전날, 기자들과의 뒷풀이 자리에서도 어느 기자와 그의 이야기를 우연찮게 했었다. 우승을 한번도 못했다는 그 사람의 말에 난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작은 대회에선 우승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에이, 이벤트전... 그건 안 쳐줘요."

그런가. 하지만 그의 인기는 챔피언도 부럽지 않을 법한 정도였다.




결승 1세트에서 프로토스로 화끈한 승리를 거둔 우정호 선수는 승리 퍼포먼스로 홍진호를 끌어냈다. 선배이자 팀의 우상, 올드팬들에겐 여전히 에이스인 폭풍저그 홍진호로 하여금 콩댄스를 추게 만드는 후배. 망설이던 홍진호, 이내 기대에 화답한다. 직접 나서지 않아도 그는 KT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울메이트였다. 우승한다면, 기꺼이 KT 롤스터의 선수들과 팬들은 홍진호와 함께 그 영광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시간을 조금 돌려본다. 홍진호는 앞서, 올스타전에 등장해 갈채를 받았다. 여제 서지수, 올드팬들의 향수 이윤열, 개인전의 황제 이제동 등이 등장한 경기에서 홍진호는 선수가 아닌 해설을 맡는다. 해설위원으로 함께 하겠다는 정소림 MC의 말에 관객들은 반가운 비명을 지른다. 그의 이름 석자가 지닌 위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장난기가 발동해 이 와중에 디시 스타크래프트갤러리에다 "홍진호의 여성팬들 인기가 대단하다"고 실황을 중계해봤다. 곧장 달리는 댓글 하나, "솔직히 귀염상이자나".

그의 인기는 무엇에 기인한 걸까. 폭풍저그, 콩댄스, 황신... 참 별명이 많기도 하다. 사실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이름 내지 별명 정도는 들어봤을 법하다. 숱한 패러디에서 그는 주인공이었다. 
분명 그는 챔피언 내지 1인자의 캐릭터는 아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전국제패를 할 당시 그는 이에 필적할 라이벌이었지만 늘 준우승으로 끝을 맺었고 2인자,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웠다. 그의 정보를 다룬 위키백과를 살펴보면 조금 복잡미묘한 평가를 내리게 된다.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136605)

이력의 최상단을 차지하는 메이저 대회 개인전 준우승 5회는 대단하다는 생각과, 아쉽게 됐다는 생각을 동시에 전한다. 한때 언제나 결승까지 오르는 우승후보였지만 정작 우승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하는, 강자지만 챔피언은 못되는 현실, 그게 홍진호의 캐릭터다.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듯 게임매거진 포모스는 올해 희망뉴스로 홍진호의 우승을 내걸기도.

메이저대회에선 불운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벤트전에선 황제라 불릴만큼 우승복이 있었던 그. 그 실력이 인기의 원천인 것인가, 아님 정말 귀염상이라서인가. 어쩜 그의 캐릭터 자체가 인기 있을 타입이라서일지도. 챔피언은 아니지만 챔피언을 위협할만한 능력으로 늘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는 비운의 캐릭터는 그 나름 매력있는 아이템이 아니던가.   



홍진호는 올스타전에서 정소림 캐스터와 함께 무난한 해설실력을 보여줬다. 스타의 자질 중 하나인 쇼맨쉽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혼자서는 무리인 법인데, 이후에도 그의 존재는 계속 타인에 의해 언급되고 조명되는 것이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두 팀의 입싸움이 벌어졌을 때, 전용준 캐스터는 '황신과 여신'을 말한다. 응원석에서 KT엔 '황신' 홍진호가 있고, SKT엔 임요환 코치와 곧 맺어질 여신 김가연 씨가 있었다. 즉 임진록의 라이벌 임요환은 코치로서 또 여신의 소환사로서 맞은편에 있었고 홍진호는 곧 팀내 복귀를 앞둔 자신 스스로가 수호신같은 존재로 서 있었다. 어쩜 KT의 분신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리그 초창기부터 함께한 현역, 그리고 유서깊은 역사에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준우승과 2인자의 숙명. 정말 거울을 보는 듯한 팀과 선수의 동질감.
팀과 같은 운명을 짊어졌던 에이스에 올드팬들은 여러모로 애착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홍진호가 우승할 때까지 KT를 응원하겠다는 팬의 피켓 응원은 여러 생각을 몰고 온다. 

KT는 이날 우승했다. 가장 유서깊은 팀은 십수년만에 드디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며 징크스를 걷어낸다. 그리고 이지훈 감독은 우승의 감격을 표현하는 자리에서 홍진호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곧 홍진호가 복귀하는데 그럼 다시 우승 못하는 거 아니냐고들 묻지만 우린 홍진호와 언제까지나 함께 하겠다"고 박수를 부르는 발언을 꺼냈다. 

비록 이번 팀 우승에 필드플레이어로서 힘을 보태지는 못했지만 그는 분명 경기를 전후해 KT와 함께 뛴 멤버였고 요소였다. 팬들에게는 여전한 인기스타였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게도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는 식구이자 힘의 원동력이었다. 홍진호는 이번해, 광안리의 숨은 주인공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