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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장애인 접근성 취약한 장애인시설 실상

장애인 접근성 취약한 장애인시설 실상


장애인 체육을 다루는 잡지에서 객원기자로 뛰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 스포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역경, 어떤 의미에선 종합지 개념의 매체 기자에 있어 가장 접근 시도가 드문 외딴 영역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전문 기자 영역을 통틀어 봐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매체는 그리 낯익지가 않다.

이런 면에서 프리랜서질은 괜찮다. 이 일 저 일을 도맡으며 여러 전문 영역을 파고 들게 되고 이것이 또 다른 매체에서의 기사 소스를 공급해 주니까. 보수는 적지만 대신 세상 여러 일을 볼 수 있는게 매력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위치적 문제였다.




얼마전 한사현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감독 겸 서울시청 감독을 만나 인터뷰하게 됐다. 원 계약 매체와 약속한 기사를 쓰고도 남는 것으로 다시 인터뷰 기사를 추려낼 수 있었다. (http://kwon.newsboy.kr/1705)

일반인과는 여러모로 다를 수 밖에 없는 휠체어농구의 지도자로 느끼는 어려운 점을 물을 때, 무엇보다도 연습장에 관한 것이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 약속이 잡힌 훈련장을 찾아오는데 무척 애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찾은 곳은 서울 아차산에 위치한 정립회관인데, 홈페이지에서 약도를 찾아보면 찾아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오해다. 단언컨대 초행길은 그리 쉽지가 않다. 거리가 멀어서? 그것보다는 표지판의 문제, 그리고 위치적인 문제가 앞선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도착했을 땐 1시간이 넘게 헤맨 뒤였다.

거리에서 이정표를 봤다. 쭉 가다 왼쪽 길로 들어서는 화살표 아래, 700미터란다. 이때만해도 쉽게 찾을 줄 알았다. 재밌는건 그 이정표를 넘어 몇발짝 걷다가 뒤돌아봤을 때, 친절하게도 이정표는 반대편에 선 사람도 볼 수 있도록 양면으로 설치돼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였다. 이정표가, 반대편에서 봤던것하고 똑같다. 화살표 방향이 거울보듯 뒤집혀 있어야 맞거늘 똑같은 방향이다. 여기서 본대로라면 난 반대길로 들어서야 한다.

왔던길 다시 되돌아 갔다가 결국 전화로 물어물어서 그래도 한번으로는 안 되어 두어번은 더 걸어 겨우 진입로를 찾았다. "이정표 없어도 쭉 들어가세요"란 안내를 전화를 듣지 못했다면 못 찾았을 것이다.

물론 필요에 의해 계속 찾아올 사람이라면야 두번째부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치가 좋질 않다.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 골목이 이어진다.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면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은 힘든 코스다. 전동휠체어라면 모를까 손으로 미는 휠체어라면 상당한 근력을 요할 것이다.




정립회관 내부엔 실내체육관이 들어서 있다. 이 날 서울시청의 연습은 여기 3층서 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만난 한사현 감독.

그러나 한사현 감독은 현재의 훈련장에 아쉬운 점이 없냐는 질문에 아쉬움보다는 고마운 마음부터 꺼내 보였다. 현재 서울시청팀의 연습훈련장은 사실상 서울에서 이 곳, 정립회관이 유일하다는데 자신들 뿐 아니라 서울 연고의 다른 팀들도 이곳을 사용한다고. 게다가 농구 뿐 아니라 다른 종목의 체육인들도 이 곳을 사용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이 곳 정립회관 체육관은 서울 내 장애인 스포츠의 산실인 셈이다. 그가 아쉽다고 밝힌 부분이라면 이 코트를 여러 사람들이 사용해야 하기에 스케줄에 치인다는 정도. 그는 기숙사도 세워지는 중이고, 여러모로 필요했던 부분이 채워지고 있는 중이라며 희망적인 시선부터 내비치는 거였다.

서울시 장애인체육회의 관계자는 정립회관이 이들에 있어 존재감이 크다고 밝힌다. 시내에서 이만한 체육시설이 또 없다고 할만치 정립회관이 맡고 있는 역할은 크다고. 그랬다. 장애를 겪는 스포츠인들에게 정립회관은 가파르고 외진 곳에 있어도 아쉽기 보다는 더없이 고마운 장소였다.

그러나 바꿔말한다면 그만큼 서울 내에 장애인 체육시설이 부족하고, 보다 편의적인 배려가 아쉬운 실상이기도 하다. 한사현 감독은 인터뷰 중 "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에게 있어 휠체어농구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좀 더 꿈을 키울 수 있는 코트가 이 동네 저 동네에 충당되어야 할 이유다. 물론, 가능하다면 보다 가까운 역세권과 진입이 편리한 입지가 요구된다.

여기서부터 뱀다리(사족)를 다는 걸 수도 있겠다.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다. 서울내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그러나 이에 고개를 끄덕이기에 앞서, 순서를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각지에선 뉴타운이니 재개발이니 하는 이름의 바람이 불고 잇는데, 이는 결국 '돈이 된다'란 말을 전제한 사업이다. 도시정비사업이라 부르기엔 복지시설이라던가 장애인 편의 같은 말은 같이 끼기에 버거워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했던 이계안 민주당 전 의원은 언젠가 내게 '뉴타운은 실패한 사업'이라 밝히면서도 그것과는 성질이 다른 무언가의 필요를 역설했었다. 낙후된 지역에 있어 '도시 정비'는 분명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는 도시에 대해 "거대한 생명체와 같고, 노후되면 재정비하며 성장해가야 한다"고 밝혔었다. 즉 부동산 특수를 꾀하는 개발이 아니라 과거 난개발로 흘렀던 것들을 바로잡고 또 현대화 시킨다는 거였는데, 말인즉슨 분명 현재 서울에 재정비는 필요하다는 거였다. 

난 여기에 덧붙여 선진국 문턱까지 닿았다는 한국의 현재, 그리고 이에 항상 언급되는 복지강화와 장애인 인권 개선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본디 도시재정비의 필요로 인해 태어난 뉴타운이라는 말이 단순히 '집값'만을 논하는 것이라면, 십중팔구 이와 무관하거나 심지어 '님비의 조건'이 될 수 있는 장애인 체육시설 내지 복지시설은 더욱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말로는 거대하게 성장한 대도시를 선진화 시키고자 재정비한다고 하는데, 정작 선진국의 조건이라는 복지 문제와는 거꾸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딜레마다. 처음부터 '현실은 어쩔 수 없다'를 전제해 버린다면 그건 그거대로 다시 생각할 부분이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