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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바의 칵테일] 몽키크러시, 작렬하는 스태미너 새콤 폭탄

[바의 칵테일] 16. 몽키크러쉬, 작렬하는 스태미너 새콤 폭탄




잔을 보고 갸웃한다.

"이거 언젠가 마신것 같은데?"

메인 바텐더는 그럴리 없다고 밝혔다.

"피치 크러쉬하고 비슷하죠."

바텐더는 손님이 마시고 갔던 메뉴까지 싹 기억한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여름 마셨던 그 다섯번째 칵테일과 꼭 닮았다. 다만, 사진을 비교해 보니 지난 13개월간 사진이 꽤 늘었다는 걸 느꼈다. 연재의 열다섯번째 칵테일, 여름에 좋은 몽키크러쉬를 소개한다. 




BM바의 오리지널이다. 오리지널이지만 완전히 독창적인건 아니고 널리 알려진 기성작 피치 크러쉬에 쥬스 하나만 바꾼 어레인지작. 피치크러쉬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기분전환 삼아 찾아볼 만하다.

사진으로 보면 마치 토마토쥬스를 연상케 한다. 마치 시큼짭짤한 토마토에 설탕을 얹어 그 맛을 희석한 그런 쥬스.
신 맛이 강한 점은 동일하지만 맛 자체는 전혀 다르다. 과일맛 칵테일 피치크러쉬보다 신 맛이 한층 더 강하다. 색깔 만큼이나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이 한잔은 '열정적'이라 해서 남미라던가 열대 같은 전형적 이미지만 선사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느낀 건 희한하게도 이 곳, 한국 내지 일본같은 아시아의 감각이다.

뜬금없게도 중,고교의 스포츠 청춘물이 이 한잔에 출렁인다. 야구, 혹은 축구 같은 단체구기 종목에서 잠깐 쉬는 시간, 벤치에서 벌어지는 모습들.

9회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 돌입한 결승전. 여름의 태양은 뜨겁고 에이스의 어깨는 더욱 달아 있다. 주장의 무게는 너무도 가혹하다. 그런 그에게 동갑내기 매니저가(물론 이성이다) 차가운 수건을 두개 가져다 이마에 갖다대 주고, 또 하나는 팔에다 감아 준다. 그리고, 건네는 레몬 한 조각. 그 신 맛이 잃어버린 스태미너를 회복시킨다. 다시 기운차게 일어나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뭐, 그만한 내용도 없다. 난 그 때 그 소녀가 입에 넣어주는 레몬을 받아든 것 마냥 이 한 잔을 들이켰다.
실제로 이 날은 매우 무더운 금요일 밤이었고. 주말의 시작이란 점은 심리적으로도 사람을 더 달궈 놓는다. 차갑게 식힐 음료를 찾아 바 문을 밀었던 거고, 무의식중에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자극을 요구하고 있었다. 사과맛 칵테일을 처음부터 주문했던 것. 그렇게 해서 앞에 놓인 게 이거다.




피치 크러쉬 때도 그랬지만, 이 쪽 계통은 저도 모르게 쭈욱 들이키게 된다. 더운 날씨에 찾게 되는 메뉴라 그런 건지 몰라도, 속으로 '시다 시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희한하게도 스트로우를 입에서 뗄 수 없다.

"피치 크러쉬와 다른게 뭐예요?"

딱 하나, 피치냐 사과냐가 다르다고 했다. 피치트리가 들어가던 것을 사과로 바꿔 버렸다고. 그런데 정작 이 칵테일이 제시하는 과실의 맛은 사과가 아니라 자몽이다.

피치트리는 20도가 넘는 레시피였다. 목으로 잘도 넘기던 그 술은 정작 잔을 다 비우고 일어날 때쯤 무거운 취기를 동반하고, 그것이 독특한 쾌감을 몸에 전달한다. 그에 비해 몽키크러쉬는 다소 약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 역시도 다 비우고 나니 천천히 취기를 전해 온다. 마실 땐 술이 아닌 것처럼 벌컥대고, 마신 후에야 이게 술이란 걸 의식하게 만든다.




잔을 비우면 몸은 잠시 더운 기운을 잊고, 몽롱한 숲으로 든다. 지금이 겨울이었다면 포근한 담요를 원했을지 모른다. 좋게 말하면 편안한 술이요, 나쁘게 말하면 작업용이다. 물론 혼자 마실 때는 갑갑한 열기를 벗어나고자 선택하게 되는 일종의 청량제다. 그래서 이걸 술이 센 사람에게 권해야 할지, 아님 약한 초심자에게 권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 쪽 계열은 칵테일의 매력을 선사하는데 있어 무리없는 선택이다. 적당히 달아오르면서, 또 적당한 에너지를 선사하고, 머리는 일순간 식혀 놓는다.

조금 다른 피치크러쉬를 원하던 팬들이라면 한번 마셔보라고 권한다.


몽키크러쉬 신촌 바 BM
피치 크러쉬 계열 바BM 오리지널
가격 6000원
촌평 새콤달콤한 과실맛과 적당한 알콜이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젊고 열정적인 맛.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