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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잠실대교 위에서 플로리스트 체험, 무리였다

잠실대교 위에서 플로리스트 체험, 무리한 시도
창업 및 플로리스트 체험 돕는 리버뷰봄 꽃카페 탐방



자. 너희들이 내 손에 망가질 희생양이냐.

네, 선장님!

난 너희 선장이 아냐.
그럼 지금부터, 저 꽃이 내 손에 어떻게 고생하는지 보여주겠다.




그게 그러니까, 22일이다. 서울시 블로거 공동취재 행사에 참석했다. 플로리스트 체험이라는데, 꽃꽂이라고 하면 금방 알아차렸을 것을. 잠실대교 위에 선 '리버뷰 봄'에서, 화창한 여름 오전부터, 생생한 꽃들을, 내 손으로 망가뜨려가는 이야가 이 기사의 핵심이다.




이 분이 여기 원장님이다. 리버뷰 봄에 입주한 꽃카페 '여행화가'에서 체험이 이뤄진다. 지금 다듬고 있는 작품. 저게 모범 답안 되겠다.

'여행화가'에 대해 먼저 소개한다. "여성이 행복한 꽃가게"를 이르는 말로, 현재 서울시가 공공기관의 자투리 공간 및 유휴공간을 활용한 점포 창업을 지원하는 첫번째 사례다. 여행화가를 브랜드화시켜 취업, 창업 훈련기관 수료생들을 도울 예정인데 현재 두 개의 점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기가 2호점이다.

자. 다시. 원장님의 손에서 창조되는 신세계를 봅니다. 그래도 저 예쁜 투명 화분이라면 나라도 뭔가 보정을 받을 텐데, 어찌된 건지 내것이 없단다. 덕분에 변명 거리는 하나 늘었지만 마냥 서운하기만 한데.

"기사 어떻게 쓰나 한번 봐요."

저기 위에, 화장기 없는 생얼에 안경... 그러고 보니 모두 안경 착용 중이네. 그러니까 맨 왼쪽 분, 신미선 담당자한테 미리 밝혀뒀다.
다음번에도 대접이 섭섭하면 보라미랑님 데세랄 빌려와선 확 크롭해 게재할까보다.



꽃을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가져온 뒤에, 저 회색빛 불투명 화분 위에 맨 처음 장미 꽃 한 송이를 꽂았다. 시작이 반이다. 벌써 반을 했다. 심상치 않은 전개다. 아무래도 이거 보더니 신미선 담당자가 팍 웃더... 가만 있어봐라. 크롭 프로그램이 어딨더라.

하여튼. '논 위에 심은 장미' 완성.
자. 이제 마음껏 망가뜨려 주마. 나는 야성의 감으로 희생양들을 손대기 시작하는데.

메인으로는 해바라기를 선택했다. 동경하는 대상을 한결같이 바라보는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기사, 홍장미가 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손대지 않는, 꽃이 아닌 뭔가 다른 것들을 가져다가 마구 꾸며봤다. 야생화의 생동감을 그대로 재현한다는게 컨셉이다.

말로 하니 엄청 근사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고. 이내 참가자들 중에 한가한 분들은 내 작업을 찍기 시작한다. 남자라곤 딱 한명 들어와서리 빚어내는 오묘한 꽃꽂이가 웃음꽃을 피운다.  



완성본. 플로리스트로 거듭난 권 기자의 1호작이다.

어라? 이렇게 보니 또 괜찮아 보인다. 그럼 원장님의 평가는?

"생태학적으로는 이게 맞아요. 예술성은 없지만..."

다른거 안 들어온다. '예술성은 없지만' 그 대목만 반복된다. 영 맘에 안들었는지 다른 사람들 거는 별로 손 안대는 것 같더니 내 것만 한참을 다시 리뉴얼. 이후로 빈정상해 촬영은 올 스톱이요. 더이상은 내 작품이 아니니까.




그렇게 한참을 원장님이 다시 손 본, 더 이상은 내 것이라 할 수 없는 작품, 뭐 그래도 워낙에 벌여놓은 스케일이 크다보니 그 모습이 많이 남아 있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참가작들이 한데 모였다. 확실히, 여러 의미로 튄다. 내 것은.

다시 말하지만, 나도 유리화분이었다면 분명 폭발적인 감성으로 훨 나은 손맛을 보여줬을 거라고.

원래대로라면 재료값 2만원치 내야 한다는데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그냥 완성품을 각자 들고 귀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들고가기도 뭣하고 (이미 내 것이라고 할 수 없기도 하고) 해서 그냥 놔두고 왔다. 신미선 담당자는 다른 한 분이 놓고 가는 유리화분을 얻어가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던데, 내 것도 같이 가져가라 했더니 안색이 싹 변하면서 거절하는 거다. 다음 블로거데이 행사 때 날 초대한다면 그 땐 내 손에 들린 카메라가 데세랄인지 어떤지 확인하는 게 신변에 이로울 거예요.

결론. 역시 손감각 무딘 총각 저널리스트한테 플로리스트는 무리요. (그리고 고백하는데 난 처음 '플로리스트' 한번 듣고선 플룻 배우는 줄 알았다)
혹 관심이 있어 유료로라도 플로리스트 체험을 하고 싶다거나, '여행화가' 창업에 대해 문의하고 싶다면 잠실대교 위에 세워진 리버뷰 봄을 찾도록.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열려있다. 연락처는 02-415-4952. 홈페이지는 (www.wfsshop-f.net) 되겠다.



TIP ! 간편 비닐 꽃병 만들기



하나 더 배웠다. 즉석에서 만드는 비닐 꽃병이다. 사실 손재주가 필요해서 그렇지(결국 어렵다는 말이다) 원리는 쉽다. 비닐 물병에다 담을 꽃다발을 철사로 감아 고정한다. 그리고 물병을 만드는데 우선, 물이 담긴 1.5리터들이 페트병을 준비하라. 그리고 페트병을 비닐위에 올려놔라. 페트병을 감싸듯 비닐을 마름모 꼴로 접어 올려, 뾰족하게 올라온 곳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접듯이 안으로 밀어 모양을 만든다. (듣는 사람은 알아듣기 힘들겠지만서도 설명은 참 쉽게도 써요)
숙련되지 않은 이상 혼자서 하기엔 어려운 작업이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면 좋다. 여기까지 했으면 한 사람은 말아놓은 비닐의 허리께(사진에 '금색 빵끈'이 묶여 있는 부근)를 잡아 풀리지 않도록 하고, 또 한사람은 페트병을 슬쩍 꺼내 든 뒤 꽃다발을 그 자리에 옮겨놔라. 물론 여기까지도 비닐을 잡은 사람은 이것이 풀리지 않게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럼 이제 페트병에 들어 있는 물을 적당량 꽃이 담긴 비닐 안으로 담는다. 일정량 이상 부어야 꽃다발의 중심이 잡힌다. 다 부었으면 사진에 보이듯 '금색 빵끈'을 비닐 허리에다 칭칭 감는다. 그럼 완성. 어지간해선 넘어지지 않는 즉석 비닐 꽃병 탄생이다. 사진처럼 리본을 묶어주면 더 좋고.

그래 나도 안다. 제대로 따라하기 힘든 수작업, 가이드랍시고 쉽게 해낼거마냥 글로 풀어다 쉭쉭 써 놓은 것처럼 얄미운것도 없지. 하다못해 부족한 부분은 여러분이 응용하고 보완해서 어떻게든 커스텀화 하면 좋겠다. 진정 머리 좋은 사람은 개떡같이 말해놔도 찰떡같이 알아듣더라. 물론, 나한텐 없는 재능이지.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