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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에 면역된 세상, 기이한 사회현상 돌아보기

'망언에 면역된 세상' 쉴 새 없는 러쉬 돌아보기
1주새만 몇번째, 기이한 사회현상

'망언 러쉬'.
나라가 망언의 수렁에 빠졌다. 정제되지 않은 막말로 쉴 새 없는 도배질이다. 망언에 면역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이들이 계속해서 입담에 오른다.

지난 일주일 새 인터넷을 후끈 달군 망언이 국내서만 세 번 터졌다. 시간 역순으로 보면 첫째가 유명환 장관의 '북한가서 살라', 둘째가 EBS강사의 군대 다녀온 남자 비하, 셋째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다. 물 건너 '구로다 망언'도 나왔지만 이것까지 다루려니 우리 쪽 만으로도 바쁘다.

유 장관 발언은 전형적인 '여당을 뽑아야 합니다'와 색깔론 공세다. '갈아봤자 구관이 명관이다' 시절의 고전이 튀어나왔는데 선거 앞두고 또 하나의 '고도의 안티'가 탄생했다. 재보선에서 여당이 찬물을 뒤집어 쓸 경우 이 부분, 분명 결과분석보도에서 체크 포인트다.
이는 그래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게 됐는데 조 대표는 "반역자와 정신이상자가 아니면 누구나 공감할 말로 국민을 기쁘게 했다"고 환영했다. 결국 유 장관 말에 어리둥절하면 반역자거나, 정신이상자란 말인데 이말대로면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공분 터뜨리는 이들은 전부 다 반역자 내지 정신이상자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렇게 말했다. "난 정신이상자인가? ㅋㅋ"
반역자보단 정신이상자 쪽을 택했다.



때론 이런식으로도 공감이 가능하다. 또다른 트위터리안은 "한나라당반대가 곧 친북이란, 정신이상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라고 공감하기도. 한나라당이 아니면 북한으로 가야하는 보수파의 희한한 전개를 꼬집는다.

고도의 안티는 또 하나 있었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파문이다. 어디든 터졌다 하면 초당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마는 사안이 선거 앞두고 한나라당서 터져버렸다. 결국 한나라당 내에서도 일파만파, '반나절 제명'이란 기록이 나왔다. 지난 6.2 선거땐 "쥐뿔도 모르는 여자" UCC가 발목을 잡더니, 선거 앞두고 일이 꼭 하나나 둘쯤 터져 버리는 것도 징크스라면 징크스다.

EBS 인터넷강의 중 터져나온 군대다녀온 남자 비하 발언은 여러모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안 자체는 군필 남성들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사실 이거야말로 보수언론의 대기자인 조갑제 대표나 다른 보수진영이 물었어야 하는 부분인데 희한하게도 이건 놓치고 엉뚱한데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민중의 반응을 생각해 본다면 최소 중수 이상은 둘 수 있는 대목을 놓친 건데, 어쩜 이 나라의 보수라 불리는 이들은 진정 보수의 역할엔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자. 일주일 새에 몰아친 돌발 발언 러쉬가 이 정도다. 좀 더 시간을 거꾸로 돌려 보면 이해가 안 갈만치 정제가 되지 않은 망언록의 연속이다. 나랏일만 봐도 현 정권 들어서서 '코미디'라 불리는 사안들은 결국 말에서 시작된 것들인데, 이젠 도리어 면역이 된 것인지 필터가 고장난 듯 봇물처럼 쏟아진다. 이에 전염된 듯 사회 각계서도 명언의 러쉬다. 이번의 EBS 인강 건은 대표적인 예고, 사건사고란에서 줄지어지는 '술마셔서 그랬다'란 변명은 이제 망언록에 추가해도 될 만큼 사용됐다. 고양이를 죽여도 '술마셔서', 성폭행을 하고도 '만취해서'다. 쉴새없는 망언의 러쉬, 기이한 사회현상이다.

두려운 것은 이제 망언을 전해듣는 이들조차 그만 면역이 될까봐. 이젠 익숙해지고 어느새 무감해져서 망언으로 어지러운 시국을 태평한 세상으로 착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는 가르침을 여기서 새겨야 할지도 모른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