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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강사 망언, 순간 모니터에 커피잔 집어던질뻔 했다

EBS강사 망언, 순간 모니터에 커피잔 집어던질뻔 했다
본인 사과, 사장 대국민사과, 출연정지 및 관계자 문책...강사 하나가 여럿잡네
 

EBS 인터넷강의 도중 벌어진 장희민 강사의 망언이 장안의 화제다. 24일 터진 일이 익일(25일) 당장 급속한 수습으로 이어졌으니 매우 빠른 사건 진행이다.

관련 기사를 살펴보니 어느 여성 강사가 군대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는 건데, 내용대로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전해듣는 것 보단 직접 살펴보고 판단을 해야 하지않겠냐 생각했다. 논란 후 해당 영상을 EBS 측이 내렸다고는 하는데, 이미 인터넷 각지에선 해당 영상 부분이 엄청나게 퍼졌고 검색하면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봤다.

 
출처 다음 TV팟 카페 'DOTAX' 공개


1분여. 짧다면 무지 짧은 플레이타임 동안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희한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순간 손이 저절로 움찔하는 것이었다. 마침 앞엔 커피 마시고 빈 머그잔이 놓여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집어들 뻔 했다. 들었다면 곧장 모니터에 던졌을 거다. 축구 보다가 두루말이휴지를 TV 앞에 던진 적은 있었어도 이런 적은 살다 살다 처음이다.  

일말의 여지가 없다. 입에선 별의별 육두문자가 다 새어나온다. 나, 땅개부대 만기제대 예비역이다.

"군대갔다온 남자들, 여자들이 힘들게 낳아 놓으면 거기서 죽이는거 배워와선 뭐 잘했다고, 뭐 해달라 떼쓰느냐", 내가 듣고선 요약한 한 줄은 이렇다. 심하고 자시고 할 거 없이 딱 저 정도로 들린다. 맞다, 비표준형 어쩌고 하는 부분도 거슬린다. 남자는 비표준형이다? 인터넷강의 이렇게 할 수도 있나 싶다.

동영상 올라간 게시판에선 네티즌들, 속된 말로 빡 돌았다. 하고 싶은 말 다 꺼내고 있다. 수위가 심해서 캡처를 못 뜨겠잖아.

그나마 이에 대한 조치는 신속한 편이다. 곽덕훈 EBS사장은 25일 대국민사과를 꺼냈다. 인터넷 강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판단 아래 장희민 강사 퇴출은 물론이요 관계자들도 전부 다 책임을 묻겠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루동안 조회수가 5만을 넘겼다.

본인의 사과문도 두번에 걸쳐 게재됐다. 24일 당일 것이 3만, 25일 보다 길게 이어진 사과문이 9만명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질책과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하는데, 어지간하면 이쯤에서 사과를 받아야 하건만 그래도 용서가 안 된다. 이거야말로 군대 다녀온 남자들 모두에 대한 진짜 명예훼손감이다. 더 화가 나는건 저 말을 웃으면서 내뱉는 거.

다른 사이트에서도 일련의 내용은 하나같이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최대 게임커뮤니티 루리웹에 오른 장 씨 공식사과문 소개글겐 1만명이 다녀갔다. 다음 아고라 메인은 하루종일 이 건으로 장식됐다.

조치는 신속했지만 이처럼 파장은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마녀사냥 운운하는 말들이 있던데 잘못된 것을 비난하는 것 또한 엄연한 여론의 자유요, 이는 여론은 물론 언론에도 분명 필요한 기능이다.

'공인'이라던가 하는 것보다 더 막중한 책임의 굴레가 있다. 선생님이란 직책이다. 탈무드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명사가 찾아와 임금님에게 이 나라를 지키는 분을 보고 싶다고 했다. 임금님은 경비대장을 데려왔지만 '내가 찾는사람이 아니오'란 답이 나왔다. 학자를 데려왔지만 역시 돌려보내야 했다. 그가 보고 싶어한 것은 선생님이었다.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야 말로 나라를 지키는 사람, 그게 답이었다. 저 강사의 지난 이력을 두고 한 네티즌이 이런 말을 꺼냈다. '그간 상당기간 여고에서 근무했던데 그간 여학생들을 상대로 얼마나 남자들에 대한 왜곡된 폄하를 전파했을까' 라고. 무섭다면 무서운 일이다. 나라를 지키는 선생님이 나라 지키는 군대에서 헌신한 남자들을 인터넷 강의에서 살인기술자로 몰고 갔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마터면 박살날 뻔한 커피잔과 20.1인치 모니터를 물끄러미 보던 나, 즐겨 가는 사이트에다 "커피잔 던질뻔 했다"고 밝혔더니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난 군대에서 죽이는 법이 아니라 차 정비하는 법 하고 인내심을 배웠어요."

맞는 말이다. 군인은 살인자가 아니다. 해서 배우는 전투기술은 죽이는 게 아니라 본디 사람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한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군대 가면 전투 훈련 이상으로 업무에 바쁘다. 요리부터 차량통제, 차 정비와 운전, 통신까지 백가지 역할이 있고 공통적으로는 사역과 제설, 나무 심는 법에 심지어 페인트칠 예쁘게 하는 법 까지 별의 별걸 다 익히고 온다고. 그것까지 다 사람 죽이는 법이라 치부하면 몰지각한 거고.

무엇이든 달게 받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차라리 사회봉사명령 이행 비슷하게 군대에서 군무원들과 3개월 정도 봉사하면 본인도 뭔가 느낄 수 있을 거다. 군대란 언제나 일손 바쁜 곳이라 식사 문제나 보일러 관리 등 비전투원의 영역이 항시 비어있으니까. 거기서 직접 느껴보면 배우는게 죽이는 법인지 뭐인지 알 수 있겠지.

말이란거, 정말 음식처럼 음미한 뒤 입 밖으로 꺼내야 되는 거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