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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4천원이면 배터지게 먹는 세숫대야 냉면, 리필도 무제한?

[맛집소개] 4천원이면 배터지게 먹는 세숫대야 냉면, 리필도 무제한 공짜
부천 은행골 천하장사 냉면집




"맜있게 드세요."

앞에 음식이 놓이자 잠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잠시 후, 이렇게 물을 뻔 했다.

"주인장, 이거 사람이 먹는 그릇이 맞는 거야?"




피판(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취재 도중 재미있는 맛집 하나를 건졌다. 맛이야 호불호가 갈리니 소개가 쉽지 않다지만, 양이라면야 그만큼 전달이 쉬운 요소도 없는 법이지. 양에 있어선 두 말이 필요없다. 배고픈자들아, 우리가 반드시 체크해야 할 포인트를 찾았다.

피판 행사장 중 하나인 고려호텔. 난 시사실 자리를 예약한 뒤 잠시 호텔 앞 큰길로 나섰다. 이미 시간은 점심때가 훨씬 지난 오후 4시 반. 그러고보니 이날, 난 한 끼도 먹지 않았네. 배고픈 직업이지.

뭔가 먹어야 겠다는 생존본능으로 식당을 살피게 됐다. 언제나처럼 '값싸고 양많은' 집 어디없나 하면서.
더운 날 마침 냉면집이 보이는 거였다. 안을 기웃거리며 차림표를 확인했다. 가격 4천원. 가격 착하고. 무엇보다 '사리공짜'란 안내가 발길을 잡았다. 굶주린 자에게 최고의 서비스인 리필 공짜가 아니던가. 멀리 가기도 그렇고 해서 거리낌없이 들어가 자릴 잡았다.
 



정말로 사리가 공짜냐고 확인부터 했다. 처음부터 사리 많이 좀 달라고 했더니 "백두를 주겠다"고 한다. 누가 천하장사 아니랄까봐 백두, 한라, 금강으로 대 중 소를 나눈다. 대자냐 소자냐 따질 거 없이 가격은 똑같다. 당연히 많은 걸로 고른다.

잠시 후 커다란 세숫대야가 나오는데 그게 저거인 거다. 기대 이상이다.




비교 대상이 필요할 거 같아 쿠키폰을 꺼내 나란히 찍어 봤다. 눈에 확 안 들어오면 그냥 동동 뜬 달걀을 주시하라. 달걀이 저렇게 작아보이는 냉면그릇이면 확실히 왕세숫대야가 맞다. 나중에 보여줄거지만 저 냉면그릇, 위에다 젓가락을 얹어 놓는걸 불허한다. 그냥 들어가기 때문이다. 왕세숫대야 냉면이야 여러번 받아봤지만 저렇게 가득 담아주는 건 본 적이 없다. 리필은 거기서 그냥 잊어버렸다.

종업원이 "남기면 벌금"이라고 웃는다. 반기는 바다. 이래뵈도 하루 종일 굶고 첫 끼니를 잇는 나라고. 못 먹을 건 뭐냐.




그래도 많은 건 많은거다. 사리를 들어올려봤더니 그저 육수만 가득 담긴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릇을 살짝 들어봤다. 저울질을 할 수 없어 그런데, 어째 내 가방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경량형 무장이라지만 그래도 넷북에 하이엔드 카메라가 들어찬 가방은 4킬로쯤 나간다. 역시나 내 착각이겠지?

......

진짜면 이거 먹는 순간 내 몸무게가 4킬로 더 나간다는 거야 뭐야.  




'나는 밥을 먹었다.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던 어느 라디오드라마의 대본이 떠오른다. 음식 먹던 와중에 왜 저 대목이 떠오르는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한 5분 쯤 열심히 먹었나. 아직도 절반 이상 남은 그 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온다. 겉보기보단 질긴 사리를 끊으며 받아들었더니 시사실이다. 자리 비었단다. 10분안에 달려가겠다고 했다. 덕분에 시간 제한까지 걸려버렸네. 대체 뭐냐, 타임리미트에 질량의 압박에. 많이 먹기 대회 나온 것도 아니고.

종일 굶은 탓에 그릇은 무리없이 비어간다. 그러나, 역시 고비가 찾아온다. 거의 다 먹었다 싶었을 때 뱃 속이 "너 좀 심하다"고 말을 걸어왔다. 냉면 매니아로서 간만의 향연이지만 그래도 이건 역시 심했나. 막판엔 일종의 의무감 비슷한 오기로 그릇을 비우는 것이었다.




옛다, 다 비운 인증샷. 먹는거 마다하고 벌금 낼 내가 아니지.
내가 뭐랬어 젓가락이 들어간다니까.

헌데 계산하고자 다가가니 "벌금 없어"라고 한다.

"아까 한 말은 뭐였샤?"
"그냥, 장난이셔."

뭐, 이러나 저러나 음식은 싹 비우는 사람이지만 이건 장난이 장난이 아니고.

대개의 사람들은 한라, 즉 중자가 진리라고 한다. 그러나 한창 먹을 나이의 남자들은 백두 먹고도 리필을 외친다고. 물론 약속대로 리필은 추가 요금 없다. 다만, 써놓은 대로 양 많다고 한 그릇 시켜 둘이서 나눠 먹는 건 용납못한다고 하니 두당 4천원의 계율은 지키셔.

그럼 이제 남은 건 맛 품평이로구나. 니 말 듣고 찾았다가 맛이 어쨌니 저쨌니 할까봐 확실하게 말해둔다. 우린 먼저 가격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간판에다 '냉면전문'이라고는 해놨다지만 그래도, 4천원 짜리에 7,8천원에 달하는 냉면전문점의 육수나 면을 기대하는 건 역시나 무리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이 가격대에선 면 위에 고기 올라가는 걸 보기 어려워졌는데, 역시 여기서도 그렇다.

냉면에서 엔트리급이라 할 수 있는 저 가격대를 감안한다면 무리가 없다. 역시나 최대 강점은 저 가격에 냉면이 무한대로 솟아나는 리필 신공과 처음부터 세숫대야에 코박고 죽을수 있도록 돕는 질량의 압박이고. 육수는 동치미 등 야채로 낸 맛이 강하고 고기를 우려낸 맛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얼음을 다량으로 띄워 차가운 맛을 유지하는 센스는 반갑다. 더운날 미지근한 냉면 먹는 것도 고욕이니까.
메밀 반죽의 사리는 일단 끈끈하다. 그렇다고 해서 고구마 전분으로 엄청난 탄력을 자랑하는 정통파 함흥냉면이나 특유의 끊는 느낌이 좋은 평양냉면 명가의 수준을 기대하진 말도록. 고급 냉면집의 것을 기대하지 마라고 한 이유 중 하나다.
재밌는 것은 아주 차갑게 내놓은 냉면임에도, 먹고 나면 속 안에서 차가운 기운이 아니라 따뜻한 기가 올라온다는 점이다. 더위를 피하면서도 뭔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맘에 들었다. 여름에 쉽게 지치고 냉면 한그릇 먹자니 사리까지 염두하면 지갑이 가벼운 그대에겐 나름 자신있게 소개하는 집이다.


은행골 천하장사 냉면
가격 전메뉴 4천원 통일
특징 사리 무한리필, 사람먹으라고 준건지 의문인 백두급 냉면
냉면 외 만두, 칼국수 등 병행
위치 부천 고려호텔 인근. 호텔 정문 앞 큰길 우측. ]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