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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 기동전사건담UC, 오리지널 건담의 총집결

[리뷰] 기동전사건담UC, 오리지널 건담의 총집결
PIFAN 최단시간 상영작, 매니아들에겐 가장 큰 무게작

 


올해 피판 최단상영시간 58분, 그러나 압도적인 건담의 무게

리뷰를 가벼운 터치로 즐겁게 쓰길 좋아한다. 다소 짧은 런닝타임에 쉽게 풀어 쓸 거라 예상한것도 사실이다. 건담이란 타이틀을 접하고도 그랬다. 그러나 막상 시사실에서 접하고 나니 '건담, 재래'의 기치를 내건 것을 깨닫고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 
바꿔 말하면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대어의 기운을 느꼈다.
시사실에 들어서기 전 올해 피판의 프로그램 정보를 훑어봤다. 최단시간 상영작이 무언가 찾아보니 58분짜리가 눈에 들어온다. 1시간 내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 (단편작은 여러작품을 묶어서 상영해 시간이 꽤 된다) 알고보니 완결작은 아니고, OVA의 1부작이었다.
2010년, 올해 들어 선보인 건담의 최신작, UC. 올 피판에 '아시아제작배급사회고전'에 초청받은 선라이즈은 단연 명불허전의 기동전사건담을 꺼내보였다. 대개가 고전이거나 이를 리메이크한 근간작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새 시리즈다.
그리고, 신세기가 아닌, 오리지널인 우주세기의 계보를 물러받은 정통파 후계자임을 깨달았을 때 난 헤드셋을 고쳐잡고 자세를 가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쩜 건담의 새로운 전설이 될지도 모른다. 


건담의 디엔에이 그대로 - 1. 소년 소녀를 만나다

이 작품엔 건담의 구성요소가 모두 담겼다. 하나라도 빠지면 건담이 아니라고 손을 내저을 골수 팬들은 반길 수 밖에.
주인공 소년 버나지 링크스, 폭풍전야에 운명과도 같은 소녀 오드리 번을 만난다. 이름을 듣고 순간 웃었다. 아무래도 헤어스타일이 오드리를 연상케 했었다. 그러나 건담에 정통한 팬들은 곧장 미네바의 이름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레퍼토리는 건담의 역사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진리 중 하나다. 이는 우주세기, 신세기 할 것 없이 공통된 요소다. 이번에도 소년은 소녀를 만나 운명의 수레바퀴를 함께 돌리게 된다.
다만 아무로레이, 카미유비단 같은 초대 주인공이 여러 여자를 만나고, 동경하던 이들을 눈 앞에서 잃으며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는 비운의 역사와는 조금 달리 진행될 것 같다. 이 쪽은 8년전 시드에서 키라가 '바람개비 소녀'를 시작해 답습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버나지와 오드리는, 굳이 말하자면 F91의 시부크, 세실리 커플과 비슷하다. 처음부터 확실한 '그녀'를 만났다고 할까. 게다가 오드리에겐 뭔가 귀족의 숙명이 엿보인다. 반면 버나지는 공학생. 이 역시 세실리와 시부크를 많이 닮았다. F91에서 불발됐던 토미노의 희망(그러나 이 작품은 토미노의 손에서 벗어났다)이 여기서 반영될 것인가.


건담의 디엔에이 그대로 - 2. 소년 건담을 만나다



처음엔 'UC'가 우주세기의 그것을 말하는가 했으나, 알고보니 건담 유니콘이었다. 건담 역사상 이렇게 낭만적인 이름이 있을까. 희망과 꿈의 동화로 인도하는 유니콘이라.

단 한기 뿐인 백색의 기체를 전란 중에 소년이 만나 우연하게 파일럿으로 등록한다는 레퍼토리가 없으면 건담은 성립되지 않는다. 버나지 역시 이끌리듯 유니콘을 만났고, 첫 출전을 보며 소녀는 '건담'이라 중얼거린다.

아버지의 건담이란 점에 있어선 퍼스트건담과 동일하다. 아무로의 아버지가 건담의 개발자였다면, 버나지의 아버지는 직접 그의 지문을 인식장치에 찍어준다. 참고로 F91은 어머니의 건담이었고 정작 어머니는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작에서 건담과 소년의 만남은 어떤 작품보다 장엄하다. 언제나 희생이 따르고 특히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만남 직전에 희생되는 일이 잦다. 아무로의 아버지는 산소결핍에 빠졌고 시부크 아버지도 어머니를 만나기 전 탈출상황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피'로 소통하며 건담의 운명을 건네주는 아버지도 없었다.
   

건담의 디엔에이 그대로 - 3. 가족애



건담은 전쟁드라마다. 그러다보니 휴머니즘이 중시되고 가족애 또한 빠질 수 없다. 건담에 탄 아들과 조우하는 엄마라던가, 아버지와의 교감, 혹은 부모의 희생, 지켜줘야 할 여동생에 대한 책임 내지 여동생의 기억을 가진 이와의 만남 등 가족의 이야기는 건담의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다.

이번 작은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비극을 통해 건담으로 통하게 하는 노선을 택했다.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하던 아버지는 아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건담에 태웠으니 이건 이거대로 아이러니다. 피에 젖은 손으로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영상은 상당한 임팩트가 있다.


건담의 디엔에이 그대로 - 4. 뉴타입



버나지를 보면 이 아이가 뉴타입임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순간 무엇인가를 느끼며 달려가 찾아낸 운명은 오드리였다. 여기선 뉴타입을 움직이게 한 대상, 오드리도 뉴타입임을 예감케 한다.

적으로 등장하는 에이스 파일럿 소녀 또한 초반부터 판넬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덕분에 첫 출전부터 괴물같은 활약을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답습하는 버나지는 이 중에서도 전례 없는 기록을 쓴다. 무려 판넬을 상대로 맞장 뜨는 초보자다.


건담의 디엔에이 - 5. 어른

건담이 높은 평가를 받은건 리얼리티인데, 이는 로봇의 구동이나 설계 등이 아니라 세세하게 그려지는 인간군상에 있다.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추악하게 만드는지, 또 얼마나 연민 가게 만드는지, 또 얼마나 인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중 하나가 어른인데, 퍼스트에선 존경이 아니라 환멸을 느끼게 만드는 어른의 단면을 그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어른다운 어른이 나오면 그 캐릭터는 조명받게 된다.
이 작품에선 상당히 일찍 그렇게 괜찮은 어른이 나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조역이지만 학교의 한 교사는 전쟁상황서 아이들을 벙커로 밀어넣고 문을 닫은 후 거기서 죽고 만다. 청소년들이 미완의 존재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순수한 내면을 간직한 반면 어른은 완성의 틀을 요구받는 반면 이에 미달할 시엔 추악하게 그려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건담이 여기서 어떤 어른들을 앞으로 내보일지도 궁금하다.


프라모델 팬이라면 좋아할 양산형의 대반란



이렇게 말하니 마치 건담을 잘 아는 팬인것처럼 보일텐데, 사실 건담에 그리 해박한 필자는 아니다. 퍼스트는 원작 TV판이 아니라 오리진을 통해 초반부를 본게 전부고 TV판 전시리즈를 다 챙겨본 작품이라면 신시대의 건담인 시드 정도. OVA나 극장판이라면 0080 포켓속의 전쟁과 08MS소대, 그리고 지온의잔광하고 윙건담 엔들리스왈츠가 전부다.

따라서 메카닉을 논하는덴 제약이 따른다. 그래도 이 정도는 확실히 잡히는데, 등장하는 메카닉을 보면 프라모델팬들이 좋아할만한 양산형 모빌슈츠의 새로운 모습이 시종일관 눈을 사로잡는다. 제이건은 더이상 약한 기체가 아니다. 산탄미사일이 가득찬 컨테이너를 쏟아내 판넬에 버금가는 전방위 공격력을 과시한다. 제타의 양산형이지만 건담보단 짐 계열에 가까운 가변형 기체가 연방의 주력기인 점도 관심 가는 대목. 자크도 과거의 모습과는 한결 달라졌다. 반면 이 작품에서 압도적 화력을 자랑하는 저 기체는 어딘가 0083에서 가토가 타고 다니던 '지온의 형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렇듯 과거작들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새롭게 변형된 신형 로봇의 대거 등장은 MS(마이크로소프트 아니다)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액션, 음향, 충실한 세계관 재현에 주목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간직한 퀄리티를 보자. 음향효과는 BGM과 효과, 음성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멋진 조화를 만들어낸다. 병기들의 전투 영상은 과거와 확실히 틀리다. 빔을 맞고 펑펑 터져나가는 게 아니라 녹아내리는 모습이 디테일하게 표현됐다.
콜로니 안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은 우주공간 속 인공적 세상이란 설정에 충실하다. 사람들이 지구에서처럼 살 수 있도록 중력을 만들어냈지만, 이것이 완벽하지는 않다. 둥둥 뜨는 무중력 공간의 그것이 일정수준 공존하는 것. 땅을 걷고는 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액션을 취할 땐 점프 후 유영하기도 한다. 여기서 발휘하는 운동신경은 지구상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

몰입도도 만족스럽다. 한국어 자막이 없어 영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자막으로 틀어놓고 문맥을 더듬어서 시사했지만 매끄럽게 이어진다. 다만 시간에 비해 담고자 하는 내용이 많으므로 딴 생각하다간 놓치기 쉽다.

이 작품은 0093년, 역습의샤아에서 3년이 지난 시대, 한 콜로니를 무대로 삼았다. 여기서 F91의 시대 사이엔 30년의 공백이 있는데, 이 작품은 이 사이를 차지했다. 역시 연방과 지온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던 올드팬들에겐 더없는 선물이다. 물론 윙건담, 시드, 더블오를 위시해 새시대의 건담부터 접한 신 건담 팬들에게도 어렵지 않은 우주세기로의 초대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22일 오후 5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상영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