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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 없는 한국축구' 여자월드컵의 위엄

'경우의 수 없는 한국축구' 여자월드컵의 위엄
득점1위 지소연 미니홈피는 문전성시


"경우의 수가 없다. 이건 한국 축구가 아냐"



경기 종료 직후 디시 국내축구갤러리(http://gall.dcinside.com/list.php?id=football_k) 사람들은 "이건 한국 축구가 아냐"라며 반신반의했다. 17일, 20세이하여자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를 4대2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스위스를 4대0으로 대파했을 때만 해도 사상최초 8강진출 가능성에 네티즌들은 '설마'했다. 에이스스트라이커 지소연이 해트트릭을 기록했지만 가나 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나, 가나는 강하고 유연했다. 한국은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지소연이 동점을 만들었지만 다시 한 골을 내주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김나래의 초장거리 대포알슛이 터지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그 때부턴 경기를 리드했다. 역전골은 연속패스로 일궈낸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지소연이 다시 침착한 헤딩으로 축포를 쐈다. 만일 마지막 결정적 찬스까지 놓치지 않았다면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의 위업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경기는 4대2로 종료. 두 경기 연속 4골씩 몰아친 한국은 2연승을 달리며 자력으로 8강진출을 결정지었다.

"이런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던 팬들은 경기 종료 후 열광했다. "한국 여자 축구 수준이 이정도였나"라며 경기력에 찬사를 보낸 것. 실제로 한국은 2경기 모두 준수한 기록을 썼다. 8득점 2실점, 슈팅은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게 없었고 상당한 골결정력을 과시했다. 거기다 지소연은 5골을 넣으며 득점선두에 올랐다. 좀처럼 볼 수 없던 '한국의 득점왕'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됐다. 

칼날같은 정확도로 '득점퀸'에 도전하게 된 지소연 선수의 미니홈피는 경기 종료 후 북적였다. 경기가 끝나고 다음날인 18일에만 저녁까지 9000명에 이르는 조회객들이 다녀와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 축구팬들이 열광한 이유는 '경우의수' 없는 축구를 했다는 점.
그간 한국은 남자 축구에 있어서 성인팀이나 청소년 팀 할 거 없이 국제 대회에선 어김없이 복잡한 경우의수를 따져야 했다. 그만큼 일찌감치 자력진출을 확정짓는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근래 몇년간의 메이저 대회 결과를 보면 매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경우의수 없는 대회는 없었다. 월드컵에선 지난 한일 월드컵에서 독일, 며칠전 폐막한 남아공 대회에 이르기까지 3대회 연속으로 2경기를 마친 후엔 어김없이 16강 진출과 탈락의 가능성을 점치며 가슴 졸여야 했다. 결과는 2번의 성공과 1번의 실패. 베이징 올림픽에선 최종전에서 온두라스에 값진 승리를 이뤄냈으나 이탈리아에 3골차 대패한 게 뼈아팠다. 작년 이집트와 2007년의 20세 청소년대회에선 매번 강호를 상대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우의수를 따진 끝에 한번은 극적 돌파, 한번은 아쉬운 실패를 맛봤다. 17세 역시, 지난해 대회와 홈 대회였던 2007년 대회에서 경우의수를 벗어날 순 없었고 1번은 성공, 1번은 실패했다. 때문에 축구팬들은 언제나 긴장해야 하는 한국의 운명을 두고 "그 놈의 경우의 수"라 부르기도. 그런데 그 전담마크를 어린 낭자들이 맨 먼저 떼어내 버렸다.

이번 20세 여자축구팀의 쾌거가 더욱 경이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