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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낳은 '네티즌 사건' 4강 - '스칠아', '디시의 난' 外

[월드컵통신]월드컵이 낳은 '네티즌 진기명기' 4강
스칠아를 아십니까, 트러블메이커 디시 外


남아공 월드컵, 한달간의 대장정은 경기장 밖에서도 숱한 화제를 낳았다. 펠레의저주와 기적의 문어 파울의 대결은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대결보다 더 흥미로웠고 파울의 100퍼센트 적중 신화도 월드컵 역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게 됐다. 펠레의 저주는 여전히 건재했고 급기야 우승예견 3팀이 전부 결승진출에 실패하는 일도 벌어졌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팀 부진에 앞서 공중분해 및 내부갈등으로 한국 네티즌들에게 '한국드라마', '콩가루 집안' 같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스페인의 극적 우승과 키퍼 카시야스의 인터뷰 도중 키스사건, 아스널 캡틴의 우승퍼레이드중 바르셀로나 유니폼 착의 에피소드도 화제다.   

인터넷 내에서도 웃지못할, 그러나 웃지 않곤 못배길 쇼가 연일 이어졌다. 놀랍다 못해 연출된 자작극이 아닐까 의심스럽기 까지 한 일도, 밉지 않은 진상쇼도 있었다. 때론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일로 진기명기에 부족함 없는 사건까지. 기존 매체에선 다뤄지지 않은 네티즌들의 월드컵 진기명기 중 4가지를 선별했다.


1. '광탈리아'에 흥분한 디시갤러, 아주대 습격사건

디시갤러들은 재밌는 신조어를 만들곤 한다. 예선 최종전 땐 '광탈리아'란 말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충격적 탈락을 두고 말한 것으로 '빛의 속도로 탈락했다'는 뜻을 담아 어느샌가 별다른 설명없이 쫙 퍼져버렸다.

재밌는건 이 사건 이후 엄한 갤러리 하나가 습격당한 것. 지난번 소개했던 '디시의 난'이 그것이다.(http://kwon.newsboy.kr/1712)

'아주리'군단의 탈락을 두고 '아주대' 갤러리가 수난을 겪었다. 일순간 수백여 글이 쏟아지며 갤러리가 이탈리아팀을 성토하는 장이 됐다.
그러나 정작 아주대학교 고정닉들은 덕분에 갤러리가 '흥'했다며 반색했다. 더 털어달라고 요구하기도. 사도마조히즘의 미학이 절묘하게 엿보였다. 소수는 '아주라'로 유명한 롯데자이언츠갤러리로 유입되기도.

한편 덴마크와 일본의 경기를 앞두고선 "일본이 질 경우 각하갤('이명박 갤러리' http://gall.dcinside.com/list.php?id=lmb)을 털자, 아니다 일식갤을 털자"고 모의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덴마크가 패배함에 따라 무산됐다.





...겉보기엔 이렇지만 당하는 쪽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2. 급기야 SBS 모닝와이드에 소개된 '동국대 = 이동국'

이같은 디시의 SM적 교류는 이후 방송에도 소개된다. 며칠 후, 한국의 16강전에서 결정적 동점골 찬스를 놓친 이동국 선수 때문에 '동국대갤'이 피폭당했다. 이에 다음날 아침, SBS 모닝와이드 중 조간신문 기사를 살피는 코너에선 이를 소개하는 진행자가 "이동국, 동국대...이런 네티즌들 참 수준이합니다"라고 비난하기도. 어디라 밝히진 않았지만 딱 답 나오는 곳은 디시 하나 뿐이더라.
그러나 정작 디시갤러들에게 알렸더니 "어디 상도덕도 모르는 SBS가 누굴 욕하느냐"고 반문했다는 후문이다.



3. 박주영, 지옥 뚫고 하이킥 '밥줘'에서 '박주영'느님으로 격상하는덴 '딱 몇초'

한국에서 박주영 만큼이나 극적이었던 선수가 있을까.
강적을 만나 강하게 한방 먹여줄거라 기대했던 전사는, 실수로 우리편의 방어진을 무너뜨려버렸다. 그리고 싸움에서 참패.
네티즌 군중들은 섭섭함을 모두 그에게로 쏟아냈다. 역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샌가 게시판은 그를 향해 '밥줘'라 조소를 섞어 연일 불러댔다. 
다음 싸움은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었다. 예측 못할 전운을 감싸고 사람들은 여전히 지난번 참패의 쓰라림을 잊지못해 했다. 다시 선봉에 선 전사를 보며 왜 다시 내보내느냐고 토마토를 던졌다.

"슈발 밥이나 줘!"
 
그러나 그 비웃음을 딛고 전사는 반드시 명예회복해 보이겠노라 이를 악문다. 그리고 돌아온 찬스. 그 순간에도 게시판은 비웃음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단 한방이었다. 그 한방에 그는 모든 설움을 담는다. 그리고, 그의 화살이 적의 심장을 뚫는다.

"!!!!!!!!!!"

그 몇초. 그 몇초에 세상은 뒤집어졌다. 게시판을 보라.




다음 생중계방 게시판 상황이다. 불과 수초전만 해도 그 난리더니, 곧장 사랑한다, 난 믿었다, 이제 살아났다, 난 해낼거라 알았다는 말로 도배됐다. 뭐, 다른 게시판도 다를 바는 없었다.

그렇게 전사의 운명은, 밥줘에서 박주영느님으로 일발역전됐다. 네티즌들은 그의 발에 들렸다가 내려갔다 한 셈이다.

...네티즌 왜캐 웃겨요.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오는 박주영느님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이렇게 일갈하고 싶지 않을까.

"나한테 욕한 너님들, 한 끼씩 밥 사 줘!"

한우만 드신다잉.



4. 에이 아저씨 일찍 일어나는 새가 스칠아를 먹는 법이죠 헤헤

단연 최대의 명대사다.
너무 강렬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게 최고다.
이것도 출처는 디시.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네티즌들이 만들어내는 화제의 근원지 중 단연 넘버원은 디시라는 것을.

제목의 글을 검색대에 올려놓으면 아래와 같은 반응이 뜬다.



대체 스칠아가 뭔가. 새우깡은 알겠는데. 새로 나온 새 먹이 이름인가.
사건은 무적함대 스페인의 첫 출정에서 비롯된다. 결국 예상대로 우승까지 거머쥐었으나 첫 출정식은 어이없는 패배. 스위스의 단 한방에 무너져 버린 모습은 누구도 쉽게 예상 못한 일이었다. 특히, 베팅족들에겐 더하다. 당시 참변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참조 http://kwon.newsboy.kr/1704) 당시 베팅 사이트에선 80퍼센트가 넘는 이들이 스페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고 경기 직후엔 한강으로 가서 함께 뛰어내리자는 웃지 못할 말이 마구 터져나왔다.

이 중 단연 독보적으로 떠오른 이가 있으니, 디시인사이드 토토갤러리(http://gall.dcinside.com/list.php?id=lotto)에서 있었던 스칠아 사건이다.

주인공은 유동닉(정해진 닉네임이 아니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비로그인 작성글의 닉)으로 'ㅇㅇ'를 사용하는 어느 디시 갤러. 그는 복권을 산 뒤 인증사진을 통해 80만원어치의 도박을 했음을 알렸다. 원래는 10만원짜리 10장, 즉 100만원을 걸려 했으나 8장에서 걸렸다고. '당시 옆에 있던 아저씨들이 한장씩만 팔라'고 제안했다는데 이를 거절하면서 꺼낸 말이 걸작이다.

"에이 아저씨 일찍 일어나는 새가 스칠아를 먹는 법이죠 헤헤"

당시 글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lotto&no=1396780)

그리고 경기 후, 그는 찢어발긴 복권의 인증샷을 남기며 괴로워해야 했다. 그러나 며칠 후엔 "다시 부활했다"며 생기를 되찾았다는 글이 발견됐다. 다행이다. (물론 유동닉이라 모두 동일인의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

한편 위 링크의 '스칠아' 게시물은 성지글이 되어 이후에도 계속 순례객들이 댓글을 달고 있다. 또 '스칠아'는 토토갤러리에서 오늘날까지도 연일 회자, 갤러리의 슬픈 전설로 남았다. 아울러 위험한 도박은 삼가라는 귀중한 교훈도 함께 남긴 사례다.

'토토갤러리의 전설을 알고 있어? 난 전설따윈 믿지 않아.'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