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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버그수정 LG폰, "문자가 사라진다!" 해프닝과 숙제

2016년 버그 수정된 LG폰에 "문자가 사라진다!" 해프닝, 진상과 숙제
6개월만의 수정, 2주째 큰 불편




"악 문자가 사라져간다!"

그건 지난주였다.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된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어제 받았던 문자를 다시 확인해보려 하니 사라지고 없다. 그 뿐이랴, 최근 한주동안의 문자가 전부 사라져 있다.

가족을 붙들고 통사정하기도 하고, 애프터서비스를 맡겨야 하는건가 고민하기도 했다. 행여나 설정이 지 멋대로 바뀐건 아닐까, 이노무자슥이 인공지능이라 혼자 설정을 변경하는건가, 혹시 밤에 나모르게 트랜스포머 대원으로 암약하는가 하며 몰래 지켜보기도 하고, 문자자동설정을 고치고 또 고치고 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혹시 이대로 하나하나, 최근 문자부터 차례로 다 소멸해가는건 아닌가 하는 망상에까지 빠졌다. 이름하여 '내쿠키머릿속의지우개'.

그러다 문득, 언제것까지 그대로 남았는지를 살피다 보니 떠오르는게 있었다.




지난달 22일이었다. LGT에서 저 문자가 날아온 것은.
이젠 아예 잊고 살던 문자. 2010년이 되자마자 밀레니엄버그도 아니고 6년을 훌쩍 뛰어넘어 2016년으로 표기되던 표시오류를 그제사 잡은 거였다. 어지간하면 구정 전 쯤엔 다 해결되겠지 하고 놔뒀다가 그냥저냥 방치해 뒀다. 그러니까 올해의 반년을 2016년으로 살았던 셈이다. 사실 2016년으로 그냥 두고 살아도 큰 어려움이 없긴 하더라. 다만 이제부터가 문제지.

지금와서 말이지만서도, 저 문자를 받았던 즉시 내용을 다 숙지했다면 좋을 것을 그냥 이제 수정됐구나 하며 주내용만 보고 넘겨버렸다. 즉 '배열순서 어쩌구'는 제대로 안 본 것. 그리고 지금이야 저 문자를 찾아 다시 들여다보고 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 문자가 있었다는 걸 떠올렸을 뿐. "아, 저 문자도 지금은 저 하늘의 별이 됐구나"하며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이쯤하면 상황을 파악해야 하건만, 안타깝게도 막 30줄에 접어든 밥통은 녹이 팍 슬었나 보다. 며칠을 그렇게 더 지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지 뭔가.

'이 고지식하고도 성실한 녀석이, 2009년 12월 31일과 2016년 1월1일 사이로 2010년 문자를 옮겨 놨구나.'

 아니나 다를까, 표기된 글자 그대로 쫙 배열해놨다. 그냥 받는 그대로 기억해두면 좋을 것을, 수정후의 문자를 죄다 2016년 오기된 것들 앞에다 옮겨다 놓은 상태였다.

충실한 기기와 머리 안돌아가는 주인이 조합해 낸 촌극은 막을 내렸지만, 덕분에 2주가 흐른 지금도 불편함은 말도 못한다. 아니, 아마 올해의 남은 반년동안은 계속해서 불편할 것이다. 왜냐고?

그새 2016년에서 날아온 문자가 수백장 쌓였기 때문이다. 이제사 들어오는 2010년도 문자를 재확인하려면 저 수백장을 다 들춘 다음에야 가능하다. 쉽게 말해 올해는 하반기와 상반기의 문자 순서가 다 뒤집혀 버렸다. 아니면 2016년도의 저 괴이한 문자들을 다 삭제해 버리던가. 그런데 그건 그거대로 좀 곤란해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유저가 있다. 네이버 유저 '라돈'님은 진작 좀 수정해주지 이제사 강제수정하느냐며 결국 아까운 문자들을 지워버렸다고 밝혔다. (http://blog.naver.com/951004z/107963695) 옳소, 어떻게 한해를 반년 날려먹을 때까지 놔뒀다 이제사 수정하냐고. 이게 정녕 반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오버테크놀로지의 영역이었다면 할말...더럽게 많다. 어디 한번 증명해 봐라, 엘지!

사람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문자를 받는대로 삭제하는 사람은 별일 없을 것이요, 문자 수신이 극히 드문 외로운 이들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엔 둔감해지기 십상이라 지금도 이 사태를 눈치못한 사람이 있을지도. 그리고 저장용량이 큰 휴대폰과 귀차니스트 주인의 조합으로 인해 문자가 산더미처럼 쌓인 경우는 골치 좀 아플 거다.

6개월의 공백은 상당한 불편함을 몰고 왔다. 진작 풀었어야 할 방학숙제를 산더미처럼 쌓아둔 것마냥 데미지가 크다. 2016년 오류 해프닝 때도 말 참 많았지만, 이번 복구에도 말 많을 만한데 말야, 생각보단 조용히 넘어가는게 의외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