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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진정한 월드컵 우승후보인 이유 (하)

독일이 진정한 월드컵 우승후보인 이유 (하)
굴곡 없는 독일, 천당과지옥 오갔던 다른 우승후보들


(계속)

지금까지 경이적일만치 굴곡이 없었던 독일의 역대 월드컵 성적을 알아봤다. 1954년부터 매번 본선에 올라 매번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한번도 빠짐없이 8강 토너먼트에 끼었던 독일, 그럼 다른 우승후보들은 어떨까. 독일의 그 꾸준함을 넘어서는 팀은 단호히 말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팀 한팀 역대 월드컵의 성과를 짚어보면 독일의 과업은 한층 더 위대해 보인다.


이탈리아 - 가혹한 운명에 휘둘렸던 토너먼트의 강자

먼저 이탈리아. 강력한 빗장수비로 전설을 만들어왔던 이탈리아는 브라질과 더불어 독일에 가장 근접한 성적표를 쥔 강자다. 원년 대회에 불참한 이후 2회때부터 빠짐없이 출전한 아주리 군단은 지난 독일월드컵에서 별을 4개로 늘렸다. 첫출전한 34년부터 내친김에 38년 대회까지 2연패를 달성했던 이탈리아는 82년 대회 때 3번째 우승을 거머쥐었고 4년전 다시 우승했다. 준우승은 70년과 94년에 2회를 기록했고 결승행은 좌절됐으나 4강에 안착했던 것 또한 78년과 90년 두번이다. 독일과 더불어 월드컵의 강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업적. 그러나, 독일에 비하면 굴곡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에게도 뜻밖의 긴 암흑기가 있었다. 50년부터 66년까지 이들은 조별리그서 무너지거나 예선탈락, 5대회 연속 결승 토너먼트에 초대받지 못한 것. 더구나 이번 대회에선 누구도 쉽게 점치지 못한 조별리그 탈락으로 체면을 구겼는데 74년 조별리그 탈락 이후 36년만의 낭패다.
드라마틱한 승부 때마다 패배한 것 또한 서글픈 역사다. 66년엔 북한에 져 조별리그를 통과못했고 2002년엔 한국에 가로막혀 16강서 만족하는 등 이변의 제물이 되곤 했다. 또한 승부차기 때마다 번번이 불운이 따른 악몽을 간직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불운은 역대 결과에 틈틈이 구멍을 내 버렸다.


브라질 - 명불허전의 최강, 그러나 이들에게도 아픈 기억이...

브라질은 이견을 불허하는 축구의 대명사. 세계최다인 우승 5회, 결승 진출 7회. 8강진출은 이번대회로 모두 16회, 역시나 함께 8강에 오른 독일과 타이를 이룬다. 우승과 준우승을 포함 4강 이상의 기록은 독일이 좀 더 많지만(이번 대회에서 4강 진출한 독일은 총 12회, 8강에서 멈춘 브라질은 9회) 우승기록은 브라질이 더 많다. 말이 필요없는 브라질, 그래서 "월드컵의 최대관심은 어느 팀이 브라질을 이기느냐다"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꾸준함을 논하는데 있어서도 브라질을 제쳐두고 독일을 단독 지명하는건 어폐가 있어보인다. 다만, 이 대단한 브라질도 독일의 15회 연속 8강진출 같은 릴레이 기록은 갖고 있지 않다. 군데군데 '대이변'으로 연속 기록에 구멍이 난 것. 횟수가 적긴 하지만 브라질 역시 조별리그 탈락이란 이변을 종종 연출했고, 8강에 진입 못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에 막혀 8강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66년 월드컵 땐 펠레의 악몽같은 부상과 함께 조별리그서 눈물을 닦았고(랭킹 11위로 기록돼 있다) 초창기인 34년은 브라질 역대 최저기록으로 남았다. (14위)
90년 때 8강에 올랐다면, 또 66년에 역사가 바뀌었다면 브라질 또한 엄청난 8강 연속기록을 자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의 신은 가끔 브라질 없는 8강을 원하나 보다.    
다만, 또다른 기록에 있어서 브라질은 진정한 월드컵의 역사다. 타 팀은 한번이나 두번쯤 불참했던 월드컵이건만 브라질만큼은 첫대회부터 올해대회까지 80년동안 한번도 결석없이 개근했다.



잉글랜드 - 언제나 배고팠던 우승후보

잉글랜드의 경력을 보면 우승후보라는 수식어에 의문부호부터 떠오른다. 1966년 자국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를 치켜든 이래 최고성적은 지난 90년의 4강 진출 한번. 지난 94년엔 예선조차 돌파 못해 얼굴을 디밀지 못했고 이전에도 74년, 78년 연속 예선탈락한 얼룩진 기억이다. 근래 들어선 매번 우승후보로 지목되면서도 16강이나 8강 문턱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 올해도 16강에서 라이벌 독일에 3점차 대패로 짐을 쌌다. 실력은 좋은데 이상하게 입상 복이 없는 대표적 팀이다. 때문에 항간에선 '거품의 팀', '뻥글랜드' 등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는 연거푸 터진 존테리 사건이 구설수에 올랐다. 여러면에서 팀을 다잡아 줄 캡틴 베컴의 공백이 아쉬웠다. 


스페인 - 막강 포스, 그러나 과거는 초라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스페인의 지난 발자취는 더욱 더 뜻밖이다. 무적함대의 위용과는 달리 역대 참가대회 중 거진 절반이 예선도 돌파못하거나 조별리그서 무너진 것을 안다면 놀랄법도 하다. 특히 1954년 대회때부터 78년대회까진 스페인에 있어 아픈 흑역사다. 무려 24년, 일곱대회 동안 예선탈락 4회, 조별리그탈락 3회만 기록한 것. 오늘 새벽 파라과이에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는데 이것이 두번째 4강 진출로 지난 50년 대회 이래 60년만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최대성적은 60년전 4강 한번에 4번의 8강이 전부였던 것. 근래 들어선 꾸준히 조별리그를 돌파하고 있으나 4년전엔 16강에서 포르투갈에 붙잡혔고 8년전엔 한국에 일격을 당하는 등, 토너먼트 초반에 강팀을 만나 막히거나 이변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매 대회마다 암초에 빨리 걸렸던 무적함대다.
그러나 남아공에서 4강진출 기록을 두번으로 늘린 스페인은 이번에야말로 월드컵을 들어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결승진출에 가장 목마른 팀이다.


네덜란드 - 롤러코스터 타듯, 무관의 제왕

네덜란드는 흔히들 우승못한 팀 중 세상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불리곤 한다. 언제나 왜 그 강한 선수들로 우승을 못하느냐는 말이 나돌만큼 항상 무시무시한 전력을 어필해 온 오렌지 군단. 그러나 이상할만치 우승복이 없었던 걸로도 유명한 강팀.
네덜란드의 결과물을 보자면 세월마다 명과 암의 시즌이 극과 극으로 갈려 있다. 불참했던 초대 월드컵과 50, 54년 대회. 그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34년과 38년엔 조별리그서 아웃, 얼굴도장을 찍은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58년부턴 불참없이 꾸준히 출전장을 냈으나 이후에도 70년 대회에 이르기까지 4대회 연속 예선탈락. 결국 70년대까지만 해도 네덜란드는 본선무대서 생소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랬던 네덜란드가 74년 대회부터 요한크루이프와 함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다. 74, 78년 대회 연이어 결승진출, 준우승을 기록한 것. 이 두번의 준우승이 네덜란드의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이후엔 또 2대회 연속 예선탈락으로 굴곡을 그렸다. 90년부터 98년까진 다시 16강, 8강, 4강으로 한단계씩 나아가며 중흥기를 맞이하는데 특히 98년 프랑스 대회는 히딩크 감독의 휘하에서 4강진출, 우승후보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온 2002년엔 예선서 탈락하며 또 한번 그림자를 드리웠다. 참으로 잘 나갈 때와 그렇지 못할 때가 극과극으로 나뉘는, 말하자면 흐름을 타는 국가다.
74년 결승에서 독일과의 맞대결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승부. 참으로 아쉬운 동시에, 이후에도 꾸준히 월드컵의 강자로 군림해 온 독일이 또 한번 부러운 네덜란드다.
    

프랑스 - 영웅과 함께 나고 진다

프랑스는 중원의 영웅이 뜰 때와 질 때마다 함께 운명을 했던 팀이다. 80년대는 미쉘 플라티니와 함께 3위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고, 잠시 뜸하다 98년 지단의 등장과 동시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트사커엔 마에스트로가 필요한 것일까. 프랑스는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 그리고 4강 3회가 최고 성적이고 그 땐 어김없이 세계최강의 미드필더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거나 은퇴한 후엔 곧장 조별리그 탈락이나 예선탈락의 쓴 잔을 들이켰다. 한일월드컵에 이어 이번대회에서도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 게다가 팀의 공중분해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함에 따라 8년 주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전통의 강호로 칭하기엔 몇 프로 부족한, 그러면서도 아트사커와 우승후보의 칭호를 갖춘 굴곡진 프랑스다. 화려할 때와 부질없는 때가 완벽히 갈리는 장미다.


포르투갈 - 아직은 미지의 우승후보

남미의 브라질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최고 기록은 4강 2회. 지난대회 때는 피구와 호날두를 선봉장으로 강팀을 하나하나 제압했으나 4강이 종착지였다. 66년엔 검은제비 에우제비오의 활약으로 4강까지 달렸지만 바비찰튼의 잉글랜드에게 가로막혔다.
포르투갈은 에우제비오, 황금세대의 피구, 무적의 호날두 등 항시 위대한 선수를 보유했던 강팀이지만 아직은 결승행 티켓을 쥐어보지 못했다. 올해는 8강이 최종역. 남미와 유럽의 강점을 두루 갖추며 항시 주목받는 팀이지만 아직은 우승후보군에서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 빛과 그림자, 영욕과 풍운의 역사

아르헨티나는 풍파가 많았던 팀 중 하나다. 첫 대회에서 준우승했지만 다음대회부턴 개최지문제나 유치경쟁패배 등으로 38년부터 54년까지 3대회 연속 불참했다.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걸출한 영웅이 등장했던 시대는 우승과 준우승을 연거푸 차지한 동시에, 말이 많았던 시기기도 하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마라도나. 86년 우승 땐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 있었고, 자신의 마지막 대회였던 94년은 약물파동을 일으켜 스스로 얼룩을 만들었다.
역대 결과도 들쭉날쭉하다.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2번씩 했고 8강까지 가서 멈춘 기록은 이번 남아공 대회까지 포함해 4회. 희한하게도 4강에서 종지부를 찍은 일은 전무하다. 즉 8강까지 가면 거기서 멈추거나 아님 결승까지 가거나 모 아니면 도인 셈. 이번 월드컵에선 8강에서 독일과 맞딱뜨렸으나 결국 패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우승후보로 각광받으며 조별리그에 진출했지만 죽음의조에서 탈락했고 이것이 4번째 본선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70년엔 예선탈락한 바 있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과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르헨티나지만 이들이 우승횟수나 꾸준한 기록으로 한발씩 치고 나가는 지금, 아르헨티나에겐 별 하나가 더욱 더 절실하다.
     

정리하며 - 진정한 축구강호의 미덕을 보여주는 독일의 롱런

단기 토너먼트의 강자, 한발 더 나아가 월드컵의 진정한 넘버원으로 칭한 독일. 이들은 단 한번의 조별리그 탈락과 두번의 불참 및 참가거부를 제외하고서 언제나 약속한 듯 8강 토너먼트에 안착했다. 16번 8강을 밟았고 12번 4강 진출, 준결승을 치뤘으며 일곱번의 결승무대에 초대받았다. 우승컵은 3번 들어올렸고 4번 준우승했다. 16강 제도가 생긴 이래, 16강전에선 지금껏 100퍼센트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데뷔한 54년 스위스 대회때부터 이번 2010 남아공 무대까지 15회 연속으로 최하 8강의 기록을 이어갔고, 3대회 연속 4강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56년간 15개대회에 걸쳐 단 한번도 쉬지 않고 꾸준히 기록을 경신해 온 것은 우승 5회의 브라질도, 4회의 이탈리아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굴곡 없이 정밀기계처럼 달려 온 독일은 어떤 의미에 있어 그 어느 팀도 넘보지 못할 최강의 팀이자 영원한 월드컵의 우승후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