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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가 세계최고골잡이인 이유" 外 한국 선수들 숨은 이야기

"이정수가 세계최고골잡이인 이유" 外 한국 선수들 숨은 재미


16강 진출을 이루고 금의환향한 남아공 원정대. 사실 이들에겐 숨겨진 진기록과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정수가 세계최고의 골게터인 이유, 박주영에 이랬다저랬다왔다갔다한 네티즌들의 웃지못할 모습 등 이 자리에서 한데 모아봤다. 




1. 이정수는 세계최고골잡이

한국최고 스나이퍼? 아니죠, 정확도 100프로의 세계 넘버원 골잡이올시다.

한국의 골넣는 수비수로 거듭난  이정수. 한국팀 내에서도 그는 이청용과 더불어 2골을 신고하면서 이 대회 최다 득점자로 남았다. 한국이 밀어넣은 총 6골은 이정수, 이청용이 각각 2골, 박지성과 박주영이 1골씩 넣은 것.

그런데, 그거 아는가. 알고보면 이정수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스나이퍼였다.





포털 다음에서 마련한 남아공센터의 득점기록판. 위 캡처는 나이지리아전이 막 끝났을 당시 담아둔 기록일지다. 당시 이정수는 그리스전 선취골, 나이지리아전 동점골을 통해 2골로 8번째에 랭크돼 있다. 득점 수만 놓고 본다면 헤트트릭을 달리던 이과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2골 기록 선수들과 나란히 공동 2위지만 치른 경기수, 어시스트 기록 등에서 조금 밀렸다.

한국 선수의 이름이, 그것도 수비수의 이름이 상위권에 랭크된 것만도 감격적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의미에선 이정수야 말로 진정한 세계최고의 득점기계임을 알 수 있다.

슈팅 당 득점 기록을 보라. 톱 10 중 1.000을 기록한 건 그가 유일하다. 2번의 슛팅을 모두 성공시켜 정확도 100퍼센트가 뜬 것. 정밀도에 있어선 부동의 스트라이커다.

8강전을 남겨둔 2일 새벽 현재, 그의 랭킹은 21위다. 그러나 지금도 2골을 기록한 선수 중 1.000을 기록한 선수는 이정수가 유일하다.

이정수. 만일 그가 원톱으로 뛰었다면 어땠을까.



2. 박주영, 네티즌은 변덕죽 끓입니다

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이런 일이 있다. 골잡이 조재진이 침묵을 이어가자 루리웹의 위닝일레븐 게시판에선 그의 안티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런데 8강진출을 결정짓는 말리전. 3대0으로 끌려가다 조재진이 헤딩으로 3분만에 2골을 몰아치니 "재진아 내가 잘못했어", "재진아 난 너를 믿었어" 하고 난리가 터졌다. 결국 이를 보던 이들은 "님들 왜캐 웃겨요"하고 폭소를 터뜨리고야 말았다. 골 하나는 선수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끌어올려 준다.

이번 월드컵에서 박주영은 02년 안정환 이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다. 안정환은 페널티킥 실축을 결승골로 만회했지만 박주영은 실축 이상으로 데미지가 큰 자책골을 기록하고 말았다. 득점으로 만회하길 바랐지만 해당 경기에선 그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예선 2경기를 치룰 동안 자책골만 하나 기록하면서 숱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운명의 나이지리아전. 지면 모든게 끝인 16강 진출의 갈림목에서 박주영의 감아차기가 네트를 흔드는 순간, 네티즌들은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시작했다.

 
                    출처 포털 다음 생중계 게시판


여기 뿐이랴, 디시니 어디니 할거 없이 "사랑한다"는 애정 광풍이 몰아쳤다. 물론 골 넣기 10초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밥줘영'이 '박느님'으로 뒤바뀌는 한 순간이었다. 일순간 태도가 돌변하는 네티즌 게시판의 장난같은 인생사다.



3. 박지성 약속의 세레모니 "나니야 나하고 탈춤을 추자꾸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골세레머니는? 케이힐의 캥거루 복싱 세레머니도, 다비드 비야의 세상을 다 가진듯한 백스텝 세레머니도 다 멋있었지만 한국사람 눈엔 역시나,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보여준 풍차돌리기가 최고다.

지난해 박지성이 소속팀 맨체스터에서 멋진 골을 넣었을 때, 나니가 두팔을 흔들며 축하해 준 덕에 봉산탈춤을 닮았다 하여 '봉산나니'가 키워드에 올랐다. 이번엔 박지성의 봉산탈춤이 '봉산지성'으로 검색대에 오른다.

이 세레모니는 그가 사전에 약속한 것이기도 했다. 삼성의 두근두근 대한민국 캠페인에서 진행한 세레모니 공모 UCC에서 그가 "좋은데?"하고 맘에 들어했던 세레모니가 이것이다.



출처 (http://samsungcampaign.com/376)


한국적인 세레모니가 박지성을 통해 탄생했다.



4. 차두리, 뭘해도 기계 인증

차두리는 이번 대표팀에서 독특한 이미지로 남게 됐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란 낭설이 급기야 부자 모두의 귀로 들어가고야 만다.

초반에 나온 로봇설의 근거는 다음과 같았는데,

1. 어린시절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2. 사람이라 볼 수 없는 몸싸움
3. 힘든 체력운동 중에도 언제나 웃는얼굴인데 이건 절전모드 때 표정
4. 차범근 해설자가 차두리가 볼만 잡으면 침묵하는 이유는 조종에 열중해서
5. 과거 등번호 11은 110볼트 충전 콘센트고 이번의 22는 220볼트로 업그레이드를 기념한 것
6. 이니셜 D.R.CHA는 설계자 차범근의 '닥터 차'를 의미한다.
7. 머리가 안 자란다.

뭐 그 정도였다.

이후 두 부자는 모두 사실무근이라 밝혔는데 그 때마다 네티즌 댓글은 다음과 같았다.

"어허, 기계가 부정하는거 아녀."

나이지리아 전 때는 배에 그려진 '바코드'가 한번 더 구설수에 오른다. 자녀와 아내의 이름을 새긴 문신이라 해명됐으나 바코드라는 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그의 로봇설이 힘을 잃는가 싶기도 했다. 그가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을 때 차범근 해설자가 "차두리 사람을 놓쳤어요!"하고 외친 부분이 그것이다. 평소 그가 공을 잡으면 침묵하는 차범근 해설자가 정작 공을 다퉈야 할 그 순간에 저렇듯 외친 것은 결국 그에게 조종간이 없었던게 아니더냐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놓치면 안 되고, 기계는 되냐?"

이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끝나고 그가 눈물 흘릴 때는 '휴머노이드'라는 말이 오르내렸다. 항간엔 이렇게도 말하는 것이었다.

"어허, 기계가 우는거 아냐." 

이젠 뭘해도 로봇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