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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바의 칵테일] 15. 갓마더, "엄마 날 구해줘요"

[바의 칵테일] 15. 갓마더, "엄마 날 구해줘요"





때는 5월말.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러모로 쫓아다닐 곳이 있었다. 선거란 정치쪽을 건드리는 기자에 있어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지면을 할애해주는 특수다. 사진기 메모리카드를 빼어다 필름 훑어보듯 주욱 돌아보면 셔터를 많이도 눌렀다.

그러고보니 칵테일 이야기 하나가 번외편 마냥 끼어 있다. 이건 취재가 끝나고, 지인과 한잔 할 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에에... 보자.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해찬 전 총리가 파워블로거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을 때다. (http://kwon.newsboy.kr/1691) 끝나고 나서 이글루스의 디지털 괴물 자그니 님, 그리고 김진애 의원실의 신우석 보좌관과 한잔 하게 됐다. 미리 말하는데, 진짜로 딱 한잔씩만 했다. 그러나 그 한 잔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갓 마더. 이번에 소개할 황금빛의 칵테일이다. 얼음의 실버와 음료의 골드가 한데 모여 럭셔리한 광채를 뿜어낸다. 외관에 있어서는 어떤 칵테일보다 비싸 보이는 한 잔. 가격이... 8000원? 9000원? 아니 1만원이었나? 꽤나 얼큰했던 터라 기억이 가물하다. 8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하자. 부정확하나마 아는대로 다 밝히는게 자신없게 콕 찍어 단정하는것보단 나은 보도렷다.




얻어먹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는 법이다. 한번도 와 본적 없는 술집, 그러고보면 지상 2층의 플로어도 처음이다. 일전에 돌아다닌 3곳 모두 창 없는 지하였던 반면에 여긴 밤의 네온사인이 어른거린다.
저 황금색 술잔은 알콜에 면역력 없는 이를 바커스의 곁으로 인도한다. 어찌 그리도 강렬한지. 입에 가져다 댈때 진한 박하향이 선봉장으로 찾아오고, 진한 단 맛이 본대로 진군해 온다. 마지막 입에 뗄 대는 강하다 못해 독한 알콜기운이 마무리. 저 한잔에 내 이성은 "정신차려!"를 수없이 외치며 채찍질해 왔다.

여기서 꿀과 벌을 연상한다. 달콤한 꿀, 황금색 젤리, 그리고 톡 쏘는 벌의 침. 이 한 잔에 다 담겼다.




술잔을 저만큼 비우는 것도 벅찰 지경이다. 마취되는 느낌. 차라리 그 기운이 꽤 오래 이어지니 한동안은 편하다. 그러나 졸음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자꾸 내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무슨, 독주를 드시나."

신 보좌관이 웃는다. 자그니 님은 기도 안차다고 생각했을 거다. 얼마나 독하냐. 저 빨대를 빼고 직접 입을 대니 어느순간엔 갖다댄 입술조차 얼얼하고, 저 한모금을 머금었던 입안은 치과에서 느끼는 그것마냥 감각이 없다.

지금껏 마시던 칵테일 중 단연 돋보이는 강한 알콜도수. 갓마더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감각과는 전혀 다른 맛. "엄마 나 좀 구해줘"하고 외치게 되어 갓마더는 아니겠지. 절대 이름만 듣고 안심한채 주문하지 마라.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때 소개했던 갓파더(http://kwon.newsboy.kr/1290)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케 한다. 갓파더와 갓마더는 들어가는 술의 종류만 다를 뿐, 나머진 동일한 술로 알려져 있다. 갓파더가 조니워커라면 갓마더는 보드카로 승부한다. 갓파더는 은근히 취해가지만 갓마더는 그럴 여지를 주지 않고 초장부터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갓파더도 꽤 강했지만 이건 그 이상. 술 꽤나 할 거 같은 대부와 대모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워낙 세다 보니 그 이름에서 전달되는 것만큼 어른의 맛을 만끽하는데는 더할 나위 없다는거. 다만, 술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거 한잔 내려놓고 그냥 돌아갈 생각으로 주문할 것.




잠깐 한 컷. 이 두 사람, 그리고 나. 이 날 꽃피운 이야기는 역시나 세상 돌아가는 것들이다. 앞을 알 수 없는 시국. 쉽게 발담그기 힘든 시류.

혼미한 기분으로 잠시 잊고 싶다면 갓마더는 훌륭한 선택이다. 주당이 아니라면 한모금 한모금 들이킬 때 여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들을 잊을 수 있다. 돌아갈 땐 몸을 가누는 데 신경쓰느라 역시, 침대에 몸을 뉠 때까지 머리를 비울 수 있다. 단, 다른 칵테일보다 조금 단가가 비싼 건 감수할 것.

추신. 멋진 한잔을 사 준 신우석 보좌관에게 감사.


갓마더
종로 주점 70's radio
가격 8천~만원
레시피 - 보드카, 아마레또, 물과 얼음과 비워야 할 꽉 찬 머리
촌평 - 뒤끝이 없어 안심. 그래도 꽤나 독하니 주의할 것. 박하향과 단 맛 또한 강렬하기 그지 없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