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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국가대표감독에 듣는 "휠체어 농구, 승부조건은 동일"

[인터뷰] "휠체어농구, 일반인과 같은 조건의 승부다"
한서현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감독


지난 7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농구 선수권대회 결승전 무대에서 맞붙은 서울시청과 무궁화전자. (http://kwon.newsboy.kr/1699)

경기는 최강팀 무궁화전자가 신생 서울시청에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양 팀의 수훈 선수 중 상당수는 내달 다시 한솥밥을 먹는다. 국가대표의 이름 아래 세계무대를 밟는 것. 그리고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번 결승서 석패했던 서울시청의 한사현 감독이 맡는다.

대회 종료 후 일주일, 그를 다시 만났다.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그러나 박진감 넘치는 휠체어농구에 궁금했던 점을 그에게서 듣는다.



한사현 국가대표팀 감독
한국 휠체어농구 1세대로 88올림픽부터 2002년 아시안게임까지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 현 실업팀 서울시청 감독. 




그를 만난 곳은 14일 서울 아차산 근방에 자리한 정립회관. 서울시청팀 훈련 해산 직후 만난 그는 "서울에서 휠체어농구팀이 연습 할 수 있는 체육관이라면 사실상 여기 하나"라고 밝혔다. 서울시청 뿐 아니라 다른  여러모로 열악한 현실이다. 

"한 때 내가 회사를 차리고 사내 팀을 만들어 육성하기도 했어요. 그 전엔 다니던 회사에 요청해 팀을 하나 만들기도 했었고."

현재 대한장애인농구협회(http://www.kwbf.or.kr/)에 가입된 팀은 장애인팀과 비장애인팀을 합쳐 29개팀. 흔히 장애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으나 장애가 없는 일반인도 얼마든지 뛸 수 있다. 대개가 실업팀과 대학팀. 현재 한국에선 우정배와 SK배, 전국체전 등의 전국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아직 방송중계 등은 미흡하나 지난 우정배 결승은 KBS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잠시 휠체어농구의 규정에 대해 물었다. 두 발로 걷는 일반인들의 경기와는 어떤 것이 다를까. 지난 결승에서 확인한 것은 4쿼터 10분씩의 시간과 전혀 낮아보이지 않는 골대. 즉 프로농구와 별 다를게 없는 모습이었다. 한사현 감독은 "여기에 대해선 자부심을 느낀다"며 "거의 모든 것이 일반 경기와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제가 휠체어 농구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예요. 휠체어에 앉았다고 해서 별 다른게 없어요. 시간규정도 그렇고, 골대도 3.05미터 높이로 동일합니다. 다를게 없어요."

다만 휠체어농구의 특성상 약간의 차는 존재한다. 그 하나가 워킹파울 적용이다.

"푸쉬를 3번하면 워킹이예요. 공을 무릎에 올린 뒤, 휠체어를 손으로 3번째 밀 때는 공을 바닥에 튀겨야 합니다. 아니면 워킹입니다. 그외에 더블드리블 규정 정도?" 

휠체어농구다 보니 우리가 먼저 농구에서 떠올리는 높이의 농구와 점프는 기대할 수 없다. 한사현 감독 역시 "덩크는 못하죠"라 밝힌다. 그러나 곧장 "김승현 선수도 덩크는 못한다"며 그게 농구의 전부는 아니라 말한다.

그럼 그가 말하는 휠체어 농구만의 매력은 무얼까. 그는 박력넘치는 몸싸움을 말한다.

"휠이 부딪히고 격렬하고, 속도감 있게 돌아가는게 매력이죠. 슛도 익사이팅합니다. 휠체어를 밀어야 하니 오히려 근성이나 투지는 더 길러야 하죠."

실제로 결승전은 서울시청의 한 선수 휠체어 바퀴가 떨어져나가며 격렬한 싸움의 단면을 보여줬다. 그는 "휠체어가 펑크난다던지 바퀴가 빠지는 정도는 자주 있는 일"이라며 "실제로 부서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서로 엉켜 넘어지고. 휠체어끼리 맞부딫쳐 일으키는 금속음 등은 상당한 임팩트가 있었는데 휠체어 농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장애를 겪는 선수들이다 보니 경기 중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부상 체크에 보다 면밀한 주의를 요한다. 각자 장애요인이 다르다 보니 그에 따르는 주의사항이 다른 것. 예로 척추장애가 있는 선수는 오랜시간 경기를 하면 욕창과 염증 등이 동반된다. 경기 중 잦은 손목 염좌 등은 공통된 문제다. 감독으로서 선수 안위까지 일일이 신경써야 한다.

이쯤하니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그의 차후 일정이 궁금하다. 그는 스스로를 휠체어농구 1세대라 칭한다. 88년 올림픽때부터 태극기를 달았고 2002년 아시안게임까지 뛰고 대표선수를 은퇴했다. 이후 플레잉 코치 등 지도자 코스를 밟아 오늘에 이르렀다. 오랜기간의 경력으로 타팀에서도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내일부턴 국가대표팀 합숙훈련이 시작된다. 어제의 적을 동지로 만나는 것.

"우리팀에선 김동현 오동석 최희용 김철수 이상 4명이 차출됐고요, 무궁화전자에서도 이치원 등 에이스들이 합류합니다. 다음달에 영국 버밍햄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를 목표로 합니다."

세계 12개 팀이 만나는 본선 무대. 한국의 휠체어농구 위상은 어떻느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휠체어농구 선진국에 뒤처진다고.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었죠. 이번엔 8강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휠체어농구 발전에 있어 그가 무엇보다 아쉬워하는 것은 선수들이 여기만 전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프로리그나 세미프로가 활성화된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전국대회서 실업팀간 대결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들 팀 선수들이 소속팀 훈련 뿐 아니라 회사 근무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

"생업을 위해 팀을 옮기는 일도 있고, 선수생활에만 전념할 수가 없죠."

이외에도 인프라 구축, 연습장 및 시설 확충 등 휠체어농구의 대중화와 활성화엔 산재된 과제가 많다. 그는 모든것에 앞서 많은 홍보의 필요성, 그리고 휠체어 농구 활성의 가치에 대해 주문했다.

 "좀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죠. 휠체어농구를 보다 많은 이들에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휠체어농구는 어린이 장애인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려면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농구를 인지할 기회를 줘야 할 겁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