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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마트서 득템한 맛스타, 일요일 아침부터 햄버거를 부르는군

마트서 득템한 맛스타, 일요일 아침부터 햄버거를 부르는군
남자의 군대본능은 먹는것에서 부터 찾아와! 몰랐어?

일요일 아침. 난 집에서 10분거리에 위치한 XX리아로 달려가 햄버거 하나를 주문했다. 일요일 아침부터 햄버거라니.
단순히 '급땡겨서'는 아니고, 이유가 있었다.

응!
아주 특별한 이유가.

이거 기억해, 이거?


 
앗! 앗! 하고 놀랠 남정네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 비상식량 키트는 그럴 가치가 있다.
투스타보다 더 그리운 맛스타다.


# 맛스타보다 투스타가 위대한 4가지 진실 (작사 권기자)

투스타는 병사를 경직시키지만 맛스타는 병사를 릴렉스하게 만들어준다.
투스타는 병사로 하여금 복종하게끔 하지만 맛스타는 숭배하게끔 한다.
투스타는 투박한 철제 지프에 들지만 맛스타는 섹시한 철제 깡통에서 토옥 튀어나온다.
투스타는 관리하는데 1만 장병이 필요하지만 맛스타는 건빵 주머니 하나면 그만이다.
이예 이예 이예~ 내 거시기는 최고라네~


주말에 XXX마트에서 일주일치 식료품을 사러 들어갔다가 운명처럼 보고야 말았다.
그렇다. 서울 한 가운데서 맛스타를 팔고 있었다. 건빵(별사탕 재중)도 하나 덤으로 끼워서.

보자. 제대한게 2003년. 사실 작년에도 지하철 1호선에서 맛스타가 자판기에 들어있길래 냅다 동전을 집어넣었었다만, 마트에서 이걸 다량으로 판매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긴, 집 앞의 편의점에서 비상식량 1호까지 내다팔고 있으니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덕분에 예상못한 지출이 늘었다. 15개 들이에 건빵 하나는 옵션입니다. 해서 7000원하고 동전 몇개 더. 들어보니 묵직하다. 귀가길이 꽤 먼 터라 고민도 했지만 알수 없는 무엇인가가 이것을 사게 만들었다. 아주 대단한 득템을 한 것처럼 들뜨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거하고 햄버거가 무슨 상관이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좋았던 이유를 대라면 주저않고 이거부터 말하겠다. 일요일 아침 식단이다. 햄버거, 맛스타, 그리고 가공샐러드.
만일 이 3신기의 무한리필이 가능했다면 거짓말조금 보태 심각하게 말뚝을 고민했을 것이다.

군대의 일요일 아침 식단은 내게 있어 성찬이었다. 소위 말하는 '군대리아'가 불변의 진리마냥 거의 대부분의 일요일 아침 식사로 제공됐다. 케첩과 콜라 대신 딸기잼과 맛스타가 햄버거 파트너로 나와 군대 안 갔다온 사람은 설명해줘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희한한 세트메뉴를 제공했었지. 게다가 정작 패스트푸드점에선 취급 않는 수프까지 나와 나를 즐겁게 했다.

이제 알겠나. 수년 전, 그 때 기분을 제대로 재현해 보고픈 욕망이 일요일아침부터 나로 하여금 햄버거를 불러온 것이었다. 수프를 끓이지 못한게 아쉽다면 아쉽다.




제대를 했고,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그렇게 싫던 군대가 그리워진다는 남자들의 이해못할 심리는, 사실 먹는 것에서부터 발현된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진행된다.


남자의 군대본능 5단계

1단계가 오X온 초코파이. 장을 보러 갔다 마땅히 씹을 거리가 없을 때엔 어느샌가 초코파이를 박스채 사서 심심할때마다 꺼내먹는 나를 발견한다. 역시 초코파이는 오X온이 진리다.

2단계는 건빵인데, 사실 시중에 나가면 건빵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문제는 저 국방색 군납 건빵은 구할 길이 막막하다는 거. 그냥 저냥 사제 건빵으로 옛 기분을 내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3단계는 햄버거다. 어느샌가 '맥도리아'고 '버거퀸'이고 치킨버거고 간에, 전부 허망해질때가 있다. 가공샐러드는 어째서 구할 수 없는 것이냐 하고. 이 때부턴 알수없는 허무함이 심신을 지배한다. 가끔은 포장해 와서리 수프를 끓여 함께 먹는 나를 발견한다.

4단계가 바로 맛스타의 존재를 떠올릴 때다. 편의점에만 나가면 24시간내내 별의별 음료를 다 살 수 있는데, 저 희한한 과채음료는 상표조차 볼 길이 없고, 비슷한 대체물조차 구하기 힘들다.

5단계는 뽀글이.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언젠가 손수 끓여주고 싶다. 문제는 모태솔로라 아직 기회가 없다는 거지. 뭐,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남자들이라면 이것이 1단계였는지도.


만일 저것을 겪지 못했다면 당신은 땅개가 아니다. 사실 저 외에도 열거하자면 꽤 된다. 난 아직 통조림을 뜨거운 밥에 올려 먹는걸 즐겨하고 쌀국수를 좋아한다. 물론 그 때 지급되던 그 쌀국수는 안 보이지만. 그리고, 언젠간 뜨거운 물을 라면봉지에다 넣어 먹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여튼,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재현이 가능하지만 맛스타만큼은 엄두도 못내는데, 드디어 이것도 마트에 입성하는 날이 왔다. 못믿겠다고? 내게 댓글을 달면 정확히 어느지역 무슨 마트에서 파는지 알려주겠다. 진짜로 한 코너에 있는대로 쌓아놨다. 아예 때려박아서 빼내질 못할 정도로. 정말이지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신병교육대 시절, 1월의 철원 눈보라 속에서 밤보초를 서고 돌아왔더니 점호가 끝나 있던 그런 경험이 있는가?
불 끄고 잠들려 하는데 내 앞에 맛스타 하나가 놓여있는 그 기쁨을 그대는 아는가?
군인은 누워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대단한 스킬이다. 아껴가며 그 깡통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쪽쪽 빨아대던 그 ㄸ 그 맛을 어찌 잊겠다. 벌써 9년도 더 된 일이건만.

마침 월드컵 특수도 왔겠다, 2002년 그 때처럼 TV 앞에 비스듬히 누워 건빵 하나를 뜯고 별사탕을 뿌려다 맛스타랑 즐겨 볼 수 있게 됐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렇지 말입니다. 역시, 맛스타는 사과가 진리지 말입니다.

하지만.

...먹어보니 옛날 그 맛은 안나는게 참 아쉽기 그지 없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