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연예

"요즘 가요계는 가가 가고 가가 가가?"하던 나, 노래 찾을 땐?

"요즘 가요계는 가가 가고 가가 가가?" 하던 나, 필 꽃힌 노래 찾을 땐?
노래 한곡 알려면 고생... 비가 마냥 좋아만 지는 이유



롤러코스터를 봐도 바로 납득해 버리질 않는다. 아는 지인은 남녀탐구생활의 이야기가 정말이라고 동감을 하지만 난 '흥미롭다'는 생각의 범주 안에서만 이를 바라볼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여기 나오는 이야기 대부분이 남녀의 연애 내지 상대를 대할 때의 자세 등 인데 난 아직 여자 손 한번 잡아본 적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1년전 연애특강 인터뷰 때 김은아 씨 손을 잡은 것이 현재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 자세한건 여기서 http://kwon.newsboy.kr/1198)
그런 내가 이거 둘 만큼은 바로 납득해 버렸다. 하나는 으슥한 골목에서 나를 경계하는 여자를 만날 때 정형돈의 그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 그리고 또 하나는 원더걸스에게 소녀시대라고 소녀시대에게 원더걸스라고 부르며 노랠 따라부르는 정형돈의 해맑은 미소.
그러고보면 난 꽤 오래전부터 나이를 좀 먹었나 보다. 그런데 가끔보면 이 때문에 난색을 표하거나 촌극을 겪는다. 그리고 말하지. 좀 알아둬야 겠는걸?


어느 최신가요에 필이 팍 꽃혔는데 부른 이가 누군질 모르니 알 길이 막막하다 

어느날 S본부의 가요프로를 봤더니 어느 남정네 5인조가 뭔가 그리운 사운드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다른건 제쳐두고 노래에 삘이 팍 왔다. 간만에 보는 내 스타일.
노래가 좋아서 제목 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그룹 이름 조차 모른다는거. 검색하자니 키워드가 없다?

해서 라디오방송작가로서 음악 프로 등을 섭렵해 온 동생에게 물었다.

"내가 간만에 좋은 노래를 들었엉. 헌데 어떤 노랜지 알수가 없다?"

"누구 노랜데?"

"그니까 왜, 귀여운 남자애들이 떼지어 나와서 막 춤을 추고 노래 스타일은 꼭 80년대 롤라장 팝송 같아."

"빅뱅?"

"아니, 그 애들은 아냐. 에스에스오공일도 아니고... 다섯명쯤 나와던 것 같은데."

"그래가 우째 아노."

"내 말이. 계속 '쩜!' '쩜!'그러던데..."

멜로디를 입에 올려봤지만 진전은 없었다.
80년대가 그리운 것은 롤라장 곡만이 아니다. 당시 가요계에서 춤추는 남자 세명이라고 하면 소방차 밖에 없었고 네명이라 하면 강병철과 삼태기였고 혼자면 박남정이고. 그러고 보니 그 땐 댄스가수나 그룹 자체가 희귀했구나? 아아. 이젠 애들이 떼로 와서 춤추더라... 라고만 해선 절대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동대문시장에 가서도 노래가 흘러나오고. 라디오에서도 흘러나오는데 궁금증만 증폭된다. 하다못해 가사 한구절이라도 듣고 외워서 검색해보고 싶지만 이게 죄다 못알아들을 외래어.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다. 샤이니였다. 제목이... '조 조'였나?



나이가 들 수록 비가 좋아지는 이유

사실 특별하게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처음에 데뷔곡 나쁜 남자를 들고 나왔을때만 해도 내 취향의 곡은 아니었고 딱히 롱런할 거라 예감치도 못했다.

이젠 귀하신 몸이 된 비, 요새는 카메라 업계에서도 광고사진으로 어렵지않게 본다. 오늘 M본부 가요프로에서 신곡을 부르더라. 널 붙잡을 노래라는 그 발라드 곡이 내 귀에 착착 감겼다. 역시. 내 취향은 발라드로군.

비가 좋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눈에 누군지 알 수 있는 몇 안되는 요새 가수이기 때문. 오래도록 봐 와서 그런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솔로다! 그렇다. 요즘엔 솔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상하도록 반갑다. 언젠가부터 아이돌 중에 솔로 보기가 그룹 보기 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요즘 신인들은 얼굴을 봐도 개성이 없어서인지 아님 내 기억력이 감퇴한건지 한번에 기억이 되질 않아. 게다가 여럿이 나와 줄지어 댄스를 보이면 이건 뭐 답이 없다. 그 때 가가 가같고 저 때 가가 또 가같고...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게다가 요샌 노래도 그 곡이 그 곡같고 그 곡이나 저 곡이나 엇비슷하게 들려온다. 한번에 귀에 착 감기고 기억에 남는다, 그럼 그 곡이 곧 필이 꽂히고 요새 듣기 드문 곡으로 다가온다.

서태지와 솔리드 이후로는 딱히 팬심을 가지지 못한 노땅이지만, 이젠 제발 부탁이니 이 세상 아이돌들이여,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그래야 나 같은 사람도 기억 좀 하고 살지.



길보드 시대의 회상

이제 요새 어린이들은 들어도 모르겠구나. 그 이름, 길보드.
십수년전, 교복 입고 다닐 때 길거리엔 가요가 넘쳐났다. 리어카에 가득 들어찬 1000원짜리 녹음테이프. 90분짜리 테입 안엔 이번달 가요의 트렌드가 총집결해 있었다.
저작권이 뭔지도 모를 그 시절. 물론 그 때도 가수들은 정품을 사서 들어주오 하고 간곡히 요청해 왔지만, 수요자들에 있어 이 비품 테이프는 정품과 복사품의 문제를 떠나 부정할수 없는 의미 하나를 갖고 있었다. 그건 내 손의 '가요톱10'. 가요프로그램에서 그러하듯 최신가요를 총망라해 한번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좋았던 것. 지금이야 MP3라는 밀레니엄 최대의 발명품이 있기에 정품 생활을 하면서도 CD리핑이라던가 정식 다운으로 내가 좋아하는 곡만 추려 얼마든 저장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땐 그런 거 없었지. 
덕분엔 그 땐 인터넷이 없어도 이 테입 한 장으로 학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길보드 리어카가 없어지면 불법 복제품 없는 세상이 열릴 줄만 알았다. 하지만 리어카와 동시에 레코드점도 점차 사라져갔다. 그리고 길보드 대신 인터넷 불법다운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거리의 리어카처럼 눈에 밟히지 않아서 그럴까? 이젠 저작권 문제를 떠나 가요에 대한 관심 자체가 그때만 못하다.



군 생활 때는 박사였다고!

그렇다. 뜻밖에도 군대에 있을 때가 가요 트렌드를 가장 잘 알고 지내던 시대였다. 길보드의 학창시절보다도 더 빠삭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군인들에게 있어 낙이라고 하면, 피엑스하고 공중전화, 그리고 TV에서 보여주는 가요프로그램이 거진 전부였으니까.

일과시간이 끝나고 내무실에 들어오면, TV는 거진 음악프로에 맞춰져 있다. 화요일에 하던 뮤직뱅크(그땐 화요일이었다)가 그랬고, 토요일 저녁에 하던 음악캠프가 그랬다. 오늘 보니 이름이 음악중심으로 바뀌었더라? 그리고 일요일 오후엔 SBS인기가요가 있었다. 한 주라도 안보고 지나가면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던 시절.

그러다 보니 지난주엔 보아가 1등 먹었고, 또 이삭 앤 지연이란 신인이 나왔는데 꽤나 호감이었고, 리치는 언제나처럼 노래가 괜찮고...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지금 뭐하지? 

병장이 되니까 이어폰 끼는 소형 라디오를, 또 워크맨을 반입해 관물대다 넣어두고 싶었다. 그렇게 군인치곤 꽤 괜찮은 밤을 보냈다.

인터넷이 내 방을 떠나 호주머니 속 휴대폰 속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건만, 지금보다 그 때가 훨씬 가요계에 가까웠단 생각이 든다.

아아. 아저씨와 총각의 기준을 가요계로 삼는다면, 이는 군 전역을 전후해서 이뤄지는 것이었다.



슈발 연예부 기자나 될까

연예 기자가 되면, 적어도 요즘 가요계에 누가 뜨고 어떤 노래가 인기인지는 꿰고 다니겠지. 최소한 아저씨 소리는 안 들을 거 아니냐고.
언젠가부터 난 누가 가요순위 정상에 올랐느냐 하는 것보단, 어느 당에 어느 의원이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어디서 집회가 열렸고 하는 소식에 더 밝게 됐다. 과거엔 어른들이나 하는 이야기였다. 머리만 지끈지끈한데 어른은 왜 저런 이야기만 할까 싶었다. 어른들이 신문을 보고 욕지거리를 할때 난 그저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 음악프로를 흥얼대기만 하면 행복했었다.
시사판에 머리가 지끈한건 지금도 마찬가진데 말이지. 아마도 그 때의 향수 때문만은 아닌가 보다. 이런 생각 하는건.
한편으로는 영웅을 기다리는 건지 모른다. 그 옛날 서태지처럼, 내 맘을 마구 설레게 할 그럴 영웅 말이다. 소원했던 가요계를 다시 들여다보면, 혹 찾을 수 있을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