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다다당~" 묘한 선언문 들고 창당한 묘한 당, '커피당'

"다다당~" 묘한 선언문 들고 창당한 묘한 당, '커피당'


지인과 정치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이럴 때 국민요정당을 창당하는 겁니다. 총재에 김연아, 그리고 소시를 영입해서... 초당적, 초이념적, 탈지역적으로 오로지 요정의, 요정을 위한, 요정에 의한..."

"대박인뎁쇼?"

묘한 당 하나 만들어지면 어떨까 했었다. 소위 '당파싸움'은 머리아파 보기 싫다며 정치는 무조건 피하는 이들이 상당수인 이 세상에, 이런 당 하나쯤 있으면 나쁠건 없겠지... 하고 생각해 봤다.

아. 당 선언문도 생각해 놨다.

하나.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기쁨을 다하는 대한민국 요정이다.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 요정으로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하나.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써 놓고 보니 어째 어디서 많이 본 거 같다? 전생에서 봤나?
성격이 선언문보단 당원 신조에 맞을 듯 하군.

각설하고요.

국민요정당...은 아니지만, 정말로 묘한 당이 하나 생겨났다. 어제(2일), 간판을 단 '커피당' 말이다.

인터넷본거지로는 지난달 개설한 1개월된 다음카페 커피당(http://cafe.daum.net/coffeepartykorea/)이 있다. '커피 파티 코리아'라는 영문이름을 보아하니, 조만간 'cpk'라는 약자도 등장할 듯.

자.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대체 뭐하는 당인 거야? 이름을 보아하니, 여기도 내 망상 속 요정당처럼 탈지역, 초이념의 성질을 띤 것일까?

홈페이지 공지에 오른 커피당 소개를 읽어 본다.

"그냥 가볍게 편한 사람들과 커피 한잔 마시는 겁니다..."

그니까 뭐냐...커피 동호회? 그럼 정치 이야기는?

"꼭 정치에 대해 얘기해야 하나요? - 정치가 별건가요? 일자리, 육아, 교육... 이런게 다 정치지요. 그저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할 공간을 많이 만들면 좋겠네요."

아하. 역시나 '집권'을 목표하는 여타 당과는 달리 커뮤니티로 시작하나 보다.
그럼, 커피를 싫어하면 당원 가입은 안 되나?

"꼭 커피를 마셔야 하나요? - 커피선호자 모임의 의미는 아닙니다."

짝퉁인 막걸리당, 호프당, 유자차당도 환영한단다. 심지어 실속파는 이미 도시락당을 창당했다네. 대략 감 잡은것이... 말하자면 '수다당'인 거렸다.

그렇다면 정치와 선거판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은 무관한 모임인 걸까. 근데 그건 또 아닌 듯. 공지 아래 예시엔 분명 '선거에 관심없는 가족이나 친구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걸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한달 앞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 은근히 배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곧 확인해 볼 창당선언문에도 '한 사람의 시민들이라도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장을 만들고 싶당~'이라고 은근히 6.2지방선거 투표를 독려...음? 싶...싶당?

그럼 이쯤에서, 창당 하루 뒤인 3일 카페에 오른 창당선언문의 전문을 소개한다.


제목 - 오늘 우리는 커피당 창당한당~

오늘 우리는 개념찬 유권자들의 유쾌한 정치수다 - 커피당을 창당한당~
우리는 유쾌한 정치수다 공간인 커피파티를 전국 방방곡곡 사방팔방에서 열어 한사람의 시민들이라도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장을 만들고 싶당~
우리는 정치에 대해 늘 얘기하는 사람보다는 정치를 외면하는 다수 시민들을 만나고자 한당~
우리는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주장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당~
우리는 다같이 모여 소리 높여 외치기 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과 더불어 일상의 변화를 꿈꾸고자 한당~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모든 변화의 시작 아니던가. 더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것, 그만남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라고 믿는당~
우리는 이 작은 씨앗이 더불어 숲이 되도록 커피당이 일파만파 퍼지고
커피당을 안하면 무개념한 사람, 못배운 사람으로 낙인찍히도록 동번서번 홍길동으로 빙의하여
간지좔좔 엣지있게 동네방네 훈내나는 커피파티를 열것이당~
우리 커피당 당원들은 6.2 지방선거에서 통큰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실천으로 크게 한번 일을 내보고자 한당~

멀기만 한 정치가 아닌 따뜻한 커피처럼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당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생명을 살리는 멋진 정치를 할거당~
투정은 그만하고 밝은 표정으로 6월 2일 투표장으로 갑시당~
전국 방방곡곡 콩다방, 별다방을 커피당 지구당으로 점령한당~
신명나게 콱 찍을 지어당~
나부터 꼭 투표하고 내 핸드폰 등록자들도 꼭 투표하도록 연락하겠당~
너와 내가 아닌 우리는 투표에 목숨거는 커피당~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당. 6.2 선거 우리 꼭 승리합시당~
커피는 쓰지만 투표는 달당~

끝-


당 창당선언문 아니랄까봐 끝엔 죄다 당~다다다당.
뭔가, 처음부터 무겁지 않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게끔 유도하는 모습을 초심으로 삼고 있는 당이다. 아직은 많은 관심 유도가 필요해서인지, 혹은 앞으로도 열어둘 것인지 이 카페는 가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각 챕터를 열어볼 수 있도록 오픈 상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특이하고도 커피향 풍기는 정치 활동을 목도하고 싶다면 한번 들어가 봐도 좋다.


추신 - 내 암만봐도 커피당 거보단 내가 생각한 선언문이 훨 좋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