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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4. 로맨틱드림, 봄꽃에 적시는 꿈

[바의 칵테일] 14. 로맨틱드림, 봄꽃에 적시는 꿈




서울 신촌 젊음의 거리.
지난 주, 그 때만 해도 이렇듯 벚꽃이 한창 폈다. 이젠 다 졌을 거지만. 한 주가 지나도 아직 남아있는 그 맛을 음미하며 글을 적는다.

벚꽃 비롯하야, 봄날의 꽃은 이리도 한순간의 꿈만 같다. 1년에 딱 1~2주, 정말 아름답게 봄날의 설경을 피워놓고선 흔적도 없이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다시 1년 뒤를 기약해야만 하는 예쁜 기억을 남겨두고. 커플은 좋겠다. 이런 날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

꽃잎은 떨어지는데, 고독한 전사는 마음에 혹해 모처럼 바에 들어가 한잔 홀짝일까 망설인다. 그 때, "어 안녕하세요"하고 누가 붙든다. 마침 바텐더가 거리에 나와 있었다.

"거리 상황 좀 보려고 나왔다"는 그와 함께 바에 들어섰다.

"봄날의 벚꽃과 잘 어울리는 메뉴 좀 추천해줘요"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메뉴판을 다 들여다 봐도 뭐랄까, 여름날을 연상케 하는 이름은 많아도 봄날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바로... 이거였다.




로멘틱드림. '로멘틱한 꿈의 달콤한 딸기 맛'이라. 마치 남성 화장품 문구같은데 이거.
"알콜 도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는 설명을 들으며 한 잔을 기다렸다.

조금 있다 보니, '벚꽃 음료'가 나온다.




그렇다. 한순간 벚꽃을 갈아서 만든 음료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흰색 안에 수줍은 듯 자리한 분홍빛깔의 벚꽃, 꼭 그 색깔같다.

거품잎 속으로 스트로우를 밀어넣고, 가볍게 빨아본다. 벌이 꿀을 탐하듯.

무지하게 달다. 딸기향과 함께 달콤한 맛이 감도는데, 정말로 알콜 느낌은 거의 없다. 누가 짖궂게 어린 아이한테 한잔 건넸다간 그 아이, 멋도 모르고 계속 마시다가 홍알홍알 거릴 법 할 정도다. 내가 마신 술 중엔 제일 그 본연의 것과 거리가 먼 술이다.

향은 생각보다 진하다. 진한 단 맛과 더불어 어딘가 '끈적한' 느낌마저 동반한다. 천천히 마신다고 마셨는데, 그래도 쉴 새 없이 홀짝인 탓에 금새 잔이 가벼워진다.




줄어든 잔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한순간 강렬하게 기억을 남기는 그 한 잔은, 정말 빨리도 사라져간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꿈'을 이름에 담을 법한 그런 칵테일이다. 그야말로 한순간의 꿈과 같은 술.

"무엇이 들어가느냐"고 물었더니 "피치 쥬스'와 딸기 시럽이 들어간다고. 그리고 여기 들어가는 술은 다름아닌 '약간의 럼'. '조금'들어간다는 말에 강조가 담긴다. 정말이지 칵테일의 단골 레시피다.






어느새 꿈은 그렇게 끝이났고, 난 물 한잔과 함께 꿈에서 깨어났다.






바깥은 여전하다. 날이 저물었어도 꽃은 불빛에 절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흐드러질듯한 수만의 꽃잎. 저 꽃잎도 금새 사라지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존재한다. 아직 꿈은 좀 더 꿔도 된다.




로맨틱드림
신촌 바 BM
가격 6천원
레시피 피치샤워, 딸기시럽, 약간의 럼 등
촌평 - 로맨틱한 드림, 그 이름 그대로 한순간의 강렬한 청량함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