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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지금 벌어지는 일 모아보면 완전 2012" 지금은 이슈 백화점

[오아시스]한 블로거의 말 "지금 벌어지는 일 모아보면 완전 2012"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가끔가다 나가는 책 모임은 커피향을 맡을 수 있어 좋다. 책 이야기도, 만화 이야기도, 음악 이야기도, 세상 도는 이야기도 다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금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사실 세상 돌아가는 - 결국 정치를 비롯해 시사판 이야기 - 것들, 머리 아픈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싶지만 결국은 하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여긴 그것에서 잠시 벗어나는 청량제 복용시간이지만 이 나이가 되면 어쩔 수 없나 보다.



67. 한 블로거의 말 "지금 벌어지는 일 모아보면 완전 2012"


 
테이블에서 쿠키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폴란드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서거했다. 이 속보보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이번 주를 검색범위로 살펴보더라도 한명숙 총리 무죄 판결, '지금은 때가 아니다' 판결, 맨체스터의 챔피언스리그 4강 실패, 한화 대 롯데의 역사적인 51안타 대접전, 연세대 살해협박 낙서 사건 등 별의별 소식이 다 있다. 한 주 동안에 이슈 천지다. 그나마 스포츠건은 말랑말랑한 이야기지만. 아니, 어쩜 잠시 세상 일을 잊게 만드는 고마운 소식들인지도 모르지.




실상은 나도 먼저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다. 기껏 일상에서 탈출해 놓고선 직업병처럼 그런 화제를 꺼내는 것이다. 주문한 립톤 아이스티로 머리를 식힌다.

폴란드 대통령 서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모임 참석자가 재밌는 이야길 꺼냈다.

"지금 세상에 돌고 있는 이야기들 한데 모아놓고 이것만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지금은 완전히 종말의 시기예요."

무리도 아니다. 해외에선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떨어졌고, 나라 안에선 전 총리이자 유력한 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무죄판결, 나아가 독도를 둘러싼 이상한 국제분쟁과 더 이상한 판결이 줄을 잇고 말을 쏟아낸다. 세종시 문제나 의료민영화 논란, 4대강 문제도 계속 굴러간다. 천안함 침몰은 전시상황까지 짚게 만든다. 어디 한강에 빙하가 떠내려와 초능력 공룡이 쌍문동에 들어와도 이상할게 전혀 없다. 2012년 예고편 찍는 것 같지 않은가. 새삼 느끼는 거지만 지금은 이슈가 너무도 많아 어지간한 건 터져도 무덤덤하다. 

난 넌지시 말했다. 그저께 연세대에 괴낙서가 적힌거 보고 찾아갔노라고. "엽총살인마의 엄포가 가뜩이나 어지러운 시국에 더해지면서 잠시 키워드 검색 순위에 오른건 다른 현안에 내내 시달리던 사람들, 차라리 이 편에 잠시 시선을 옮기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고. 물론 정말로 살인마가 툭 튀어나왔다면 그 땐 이것이야말로 말세의 증거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참여정부 시대 땐 신정아 사건 정도 하나만으로도 온 세상이 떠들썩했잖나. 당시 지나가던 한 편집자가 그러더라. "사실 이거 (이렇게 떠들썩하기엔) 아무것도 아니거던?" 하고. 진짜로 실용정부 들어서 이런 일 있었다면 어디 이슈 축에나 끼었을지.





모임에 들어서기 전 바깥에서 찍었던 사진 파일을 잠시 들춰본다. 흐린 오후의 한강. 그러고보니 오늘은 최병성 목사님이 유원일 의원과 함께 한강 4대강 사업 현장실태를 답사한다고 했지. 나도 초대받았지만 사정상 합류하지 못했다. 며칠전 그가 심포지움에서 "한강 사업은 거꾸로 간다"고 신랄하게 비난하던걸 다시 떠올렸다.

항간에선 의료 민영화 사태가 다시 논란에 오르고 있다. 저 혼탁한 탁류를 보고 있자니, '4대강에 댈 돈 없으니 민영화 한다'고 씹어뱉듯 성토하는 말들이 떠오른다. 넘겨짚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절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불신의 시대 말이다.
 



다음 사진은 신촌에서 찍은 것. 4월은 4월이라 벚꽃이 만개했다. 어디 벚꽃 뿐이랴. 이름 모를 들꽃도 여기저기서 노래를 부른다. 올해도 찾아온 서울의 봄.
세상의 그릇은 이토록 평온하고 다른 때와 별반 다른게 없는데, 인간은 그 안에 복잡하게도 채워넣는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